로봇의 힘을 원동력으로 삼아 인간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하는 메트로 시티. 어느날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텐머 박사(니콜라스 케이지, 조민기)는 군사용 로봇 시험 중 불의의 사고로 아들 토비(프레디 하이모어, 유승호)를 잃는다.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고통 받던 텐머 박사는 토비의 DNA로 인간의 감성과 최신 로봇기술을 합쳐 아스트로를 만든다. 하지만 아스트로가 지니고 있는 생명 에너지를 탐내는 독재자 스톤총리(도널드 서덜랜드, 유세윤)는 자신의 군대를 동원해 생포하려 한다. 갑작스런 공격으로 메트로 시티 아래로 떨어진 아스트로. 그곳에서 코라(크리스틴 벨, 남지현)와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로봇이란 사실을 숨긴채 살아간다. 친구들과 함께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스톤 총리에게 발각되고, 전쟁 로봇 피스키퍼와 결전을 벌인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큰 눈망울, 번개처럼 삐쭉 세운 헤어스타일, ‘남사스럽지만’ 검은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소년, 아톰이 돌아왔다. 할리우드의 손에 재탄생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은 일본 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스카 오사무 감독의 작품 <철완 아톰>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아톰은 2004년 <스타워즈>의 로봇 C-3PO와 <금지된 세계>의 로봇 로비와 함께 로봇 명예의 전당에 헌정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캐릭터다. 특히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톰의 귀여운 모습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큰 장점으로 작용된다. 50년여 동안 수 많은 리메이크와 함께 부수적으로 판매된 캐릭터 상품의 매출만 보더라도 이 시리즈에서 아톰이 갖고 있는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은 고스란히 캐릭터의 힘을 옮겨 놓는 동시에 50년 동안 쌓여 있던 먼지를 털어내며 오늘날 애니메이션의 추세에 걸 맞는 CG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아톰 시리즈는 1960년대 흑백 애니메이션에서 1980년대 칼라 애니메이션, 2003년 디지털 복원을 통해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할리우드의 손에 재탄생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은 새로운 CG 애니메이션의 옷을 갈아입으며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아스트로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과 속도감을 표현해 낸다. 특히 영화 중반 아스트로를 쫓는 스톤 총리 군대의 추격전과 후반 아스트로와 전쟁 로봇 피스키퍼와의 대결은 스피드함을 강조하는 액션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원작에서 주인공을 통해 휴머니즘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은 이 주제의식을 에너지원으로 삼되 100%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고장 나면 무조건 버리는 로봇처럼 아스트로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메트로 시티에서 추방당한다. 하지만 고장난 로봇을 수거해 가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코라와 친구들을 만나고, 고장난 로봇에게 자신의 에너지원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는 아스트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좀 더 다이내믹한 화면 구성과 볼거리에 심혈을 기울인 탓인지 주제의식을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못한다. 아무리 CG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영상에 치우쳤다고 하더라도 원작의 휴머니즘을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 영화는, 예전 향수를 자극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은 목소리 출연으로도 관심을 끈다. 아스트로 역은 프레디 하이모어가 맡았고, 텐머 박사 역에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했다. 또한 한국 더빙에서는 처음으로 더빙 연기를 보여준 유승호가 아스트로 역을 맡았고, 텐머 박사 역에 조민기, 코라 역에는 남지현, 그리고 스톤 총리 역에는 유세윤이 맡았다. 특히 <호튼>으로 더빙 신고식을 치렀던 유세윤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극중 악역다운 개성 강한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2010년 1월 13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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