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서울의 모 교회. 간간이 흩뿌리는 가는 빗줄기 사이로 신부화장을 곱게 한 새 신부가 식장에 나타났다. 가슴이 깊게 패인 섹시한 웨딩드레스가 유난히 마음에 드는지 노총각 새 신랑은 연신 입을 다물 줄 모른다. 그러나 수줍은 미소를 지어야할 새 신부의 얼굴은 뭐가 불만인지 잔뜩 찌푸려있다.
암으로 죽어 가는 언니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 새 신부는 당연히 못 마땅할 터. 그러나 불만이라고 하기엔 그 인상이 너무나 살벌하다. 사실 이 신부의 직업은 조폭. 오늘 결혼식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들키지 않고 무사히 식을 치뤄 낼 일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조폭인 자신의 부하들이 준비한 식장은 한 마디로 가관이다. 나이트 클럽 DJ가 사회를 보고 피아노 반주 대신 빤짝이 의상에 섹스폰을 든 카바레 밴드들이 뽕작을 연주한다. 거기에 무술시범까지... 그러나 이 정신없는 결혼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결혼식을 방해하려고 동원된 반대파 조폭들이 나타나고 한 순간에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 황당한 결혼식은 바로, 신은경 박상면 주연의 영화 <조폭 마누라>의 하이라이트. 한 평범한 남자가 조폭을 아내로 맞이하며 벌어지는 유쾌한 해프닝을 그린 <조폭 마누라>에서 이 결혼식 장면은 가장 재미있는 장면중 하나다.
<투캅스>에서 타자기에 머리를 박으며 박중훈을 괴롭했던 권용운과 <넘버3>에서 인터폴과 인터폰과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우리를 배꼽 빠지게 했던 보스 안석환이 각각 나이트 클럽 DJ와 주례를 맡아 까메오로 등장해 촬영장은 이내 폭소의 도가니가 된다.
1층은 코믹, 2층은 액션. 이게 바로 코믹 액션 아닙니까 !
또 하나의 진기한 모습은 영화 밖에서 이루어졌다. 전 스텝들은 이 날 총 70컷이라는 어마어마한 촬영분량 때문에 한국 영화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을 해내야 했다. A,B 카메라 두 대를 각각 교회의 1,2층에 설치하고 아래에선 코믹한 결혼식장면을, 2층에선 결혼식을 방해하려는 은진의 반대파 세력과 은진 부하들과의 액션 장면을 찍은 것. 이것은 웬만한 팀워크를 가지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연출. 촬영 여건상 새벽 3시까지 마쳐야한다는 목표로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 날 촬영은, 스텝들 간의 환상적인 호흡에 힘입어 결국 데드라인을 3시간 가량이나 앞당기고야 말았다.
영화의 설정 상 용문신을 가리기 위해 등 전체에 파스를 붙여야 했던 신은경 역시 곤혹을 치뤘다. 등 쪽에 8장이나 파스를 붙인 그녀는 약 기운이 온 몸에 퍼져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과 현기증으로 결국 쓰러지고 만 것. 새벽 5시부터 신부 화장을 하고, 2시간만 입고 있어도 죽을 맛이라는 웨딩드레스를 다음 날 새벽까지 벗지도 못하고 있던 그녀는, 이 날의 촬영이 무척이나 힘들었을텐데 불평 한 마디 없이 자리를 지켜내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현재 약 70%의 순조로운 촬영을 보이고 있는 <조폭 마누라>는 가장 중요한 액션씬을 남겨놓은 상태로 이번 달 말에 크랭크 업 후 추석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