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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비굴한 연애담
나는 곤경에 처했다! |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2기 작품 중 하나인 <나는 곤경에 처했다!>는 비겁하게 변명만 늘어놓는 한 남자의 삼류 연애담이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로맨스 영화의 뼈대를 갖추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그럴 때마다 늘어놓는 어쭙잖은 변명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제목 그대로다. 곤경에 처한 연애담. 하지만 그래도 연애담이잖나.

선우(민성욱)는 명색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인이지만 실상은 그냥 백수일 뿐이다. 여자친구 유나(정지연)가 자기 아버지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밤새 술을 퍼먹고 다음날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개념이 없다. 술을 안 마실 때는 멀쩡하지만 술만 들어가면 ‘깽판’을 치기 일쑤다. 길에서 싸우는 것은 예사고, 찜질방에서 홀딱 벗고 다니거나, 택시를 발로 차서 시비가 붙기도 한다. 결국 유나는 이별을 고하고 다급해진 선우는 친한 선배 승규(이승준)와 유나가 있는 동해로 떠나 겨우 유나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하지만 서울에 온 둘의 관계는 다시 소원해진다. 유나의 마음을 돌리려는 선우 앞에 승규가 좋아하는 순애(김주령)가 나타나 선우를 유혹한다. 순애를 거부하지 못하는 한 편으로 유나의 마음을 돌리려는 선우는, 순애와의 관계를 알게 된 승규에게마저 버림을 받는다.

<나는 곤경에 처했다!>는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영화다.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며 위기의 순간마다 선우는 그저 그런 핑계와 비겁한 행동으로 현실을 도피하기 바쁘다. 거짓말로 둘러대거나 순간적으로 비겁해지며 현실을 피해버린다. 본인의 일임에도 소극적인 자세로 사태를 관망하기만 하는 선우. 결국 주변 사람들은 실망하고 하나 둘 떠나버리고 만다. 하지만 홀로 남겨진 뒤에도 특별히 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그저 그런 삶을 연장하기만 한다. 감독은 아직 미성숙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위안을 찾는 선우를 통해 솔직하지만 저열하고, 저돌적이지만 자기 방어적인 심리를 예리하고 유쾌하게 전한다.

소상민 감독은 인물의 개인적인 연애담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88만원 세대의 표상도 담겨 있다. 등단 시인이지만 백수로 불릴 수밖에 없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에게 무시를 당하고, 선배의 자취방에서 기생하고, 제도권에 반발하고, 계획보다는 즉흥적인 행동에 의해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저항적으로 그리기보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찌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비굴하지만 솔직한 심정에 초점을 맞춘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방법이다. 마치 홍상수의 영화를 보는 듯, 몇 명의 인물들로만 이야기가 이어지며,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모두 술에 의해 벌어진다는 한계도 보인다. 선우의 주사가 중요한 아이템이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지루한 세상이라지만 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술을 배제해도, 영화 속에 표현된 인물의 심리나 상황에 따른 대사들은 뜨끔할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데, 모든 이야기가 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예리함이 무뎌졌다. 모든 사람들의 속내를 까발리고 있음에도 마치 특별한 상황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한정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나는 곤경에 처했다!>는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는 이야기고, 가끔은 뜨끔해질 정도로 솔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전체에 흘러내리는 술이라는 소재 때문에 영화의 위트와 현실 반영 등이 더디게 와 닿는다. 유혹에 굴복하는 나약함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무책임해지는 비굴함은 모두가 갖고 있는 본능적인 치졸함이다. 하지만 술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면, 술이라는 핑계거리가 생겨 버린다.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술을 좋아하는, 술자리를 많이 하는 이들은 절대 공감?!
-심정적으로 뜨끔하게 하는 솔직함과 비굴함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드는 ‘곤경’의 재미
-술 빼면 얘기가 안 될 듯
-남자들의 비굴함과 미성숙함은 술 때문이 아니라는 말씀
-당당하고 자존심 강한 사람이라면 절대 동의하기 힘든 상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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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mo
잘봤어요   
2010-03-07 10:29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1:13
minam3030
대박   
2010-01-05 11:24
ritschl
제목이 눈길을 끄네요   
2009-12-29 00:16
dhalgus05
기대되요   
2009-12-23 17:21
skdltm333
재밌을거같아요~   
2009-12-14 01:40
podosodaz
제목이 특이하네요   
2009-12-11 08:24
ehgmlrj
그러게요.. 신선한듯..!!   
2009-12-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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