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이번 달 하순에 개봉하면 1월 개봉작 중 실화를 소재로 만든 외화는 무려 4편이 되는 셈이다. 실화를 다루고 있는 또 하나의 영화 <알파독>은 언뜻 보면 방황하는 청춘기를 다룬 성장영화로 보기 쉽겠지만 LA에서 발생한 ‘제시 제임스 헐리우드 사건’을 영화로 만든 범죄 드라마다. 당시 미 TV에서 공개수배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기도 했던 실화는, FBI 최연소 지명수배라는 화제성을 가지는 사건을 영화화하면서 실제 인물의 인명을 모두 가명으로 바꾸었다. 제시 제임스의 사건 담당 변호사가 미국 영화 개봉 전 미국 법원에, 정식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영화가 개봉하면 제시의 평결에 불리하게 작용될 것을 우려해 평결 전에 개봉을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수정헌법 제1조에 입각하여 법원은 이 영화 개봉에 문제가 없음에 손을 들어주고 개봉일에 무사히 개봉할 수 있었다.
1999년, 마약거래상 조니(에밀 허쉬)는 제이크(벤 포스터)가 빌려간 돈 1200달러를 제대로 갚지 않자 그의 동생 잭(안톤 옐친)을 유괴한다. 하지만 유괴당한 잭은 조니와 프랭키(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파티에 데리고 가 주는 등, 납치범임을 망각하게 만드는 조니와 프랭키의 후한 대우에 도리어 빠져들게 된다는 시놉시스의 이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와 샤론 스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시프리드라는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면서 북미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7위에 입성한다.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면서 왜 이 영화가 개봉 첫 주 7위 밖에 랭크되지 못했었는가에 대해서는, 이 영화를 본다면 저절로 수긍이 가게 될 것이다.
잭이 납치당한 인질임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 증상을 보인다는 점은 유괴영화라는 특성 중 특기할 사실이다. 그리고 잭이 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할 법한 매력적인 요소들은 - 기존의 가정에선 맛볼 수 없었던, 그리고 미성년자에겐 어울리지 않은 마약과 음주, 성적 환희라는 달콤함이다. 하나 이러한 달콤함이 납치 되었다는 현실을 망각함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런지에 관해 잭이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72시간 후의 예정된 파국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후반 시퀀스에서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도입한다. 잭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는 장면은 다큐멘터리 기법 가운데 그 한 예다. 조니가 제이크가 꿔간 돈 대신 담보로 납치한 잭과의 인연은 말 그대로 백년하청격이다. 왕따라는 자격지심에서 벗어나고픈 한 캐릭터의 만용(蠻勇)은 영화를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몰고 간다.
영화에서 유일한 소득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재발견, 즉 그의 연기력이다. 연이어지는 파티와 마약의 환락 가운데서 만족 혹은 자족감을 누리지 못하고 허무주의를 내뿜는 그의 연기는 영상 냉소를 절로 느끼게 한다. 물질적 풍요 가운데서 퇴폐적 음습함이라는 정신적 황폐함과 인정받고픈 이상심리가 빚어낸 슬픈 청춘일기라는 영화의 핵심 골자는, 한국적 상황이라는 정서적 차이로 인해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의 행간을 읽어내게 하기보다는 불협화음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2009년 1월 19일 월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