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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엽기적 소재에서 찾아낸 주옥같은 생의 의미
굿' 바이 |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 박정환 객원기자 이메일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누구나 꺼려하는 직업은 엄연히 존재한다. 더군다나 그 직업이 죽은 사람과 관련된 직업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몸담고 있던 오케스트라의 공중분해로 갑자기 실직한 첼리스트.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고향으로 내려와서 생계 수단을 찾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뒤지던 중 ‘여행의 도우미/NK에이전트-고수익 보장’이라는 광고를 보고 여행가이드 구인인 줄 알고 찾아간 곳은 여행사가 아닌 납관 전문 대행소. 생활정보지의 광고 문구는 ‘영원한 여행의 도우미’에서 ‘영원한’이라는 문구가 빠졌던 것이니... 이 영화는 납관사(일본식 용어. 우리말로 표현하면 장의사)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스한 감성으로 묘사한다.

영화 속의 납관 작업은 고인과 남은 유가족을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유족들은 고인이 육신으로 남아 있을 동안의 마지막 여정인, 납관사의 정성스런 납관 의식들을 목도하면서 심적으로 위안 받는다. 장인이 빚어내는 세공 작품의 창출과도 같은 정성스러운 납관 의식을 보노라면 관람객과는 상관없는 영화 속 가공인물의 죽음과 예식을 관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발생하기까지 한다. 여고생이 착용하는 루즈 삭스를 신고 싶어했던 어느 할머니의 시신에 납관 전 손녀와 가족들이 루즈 삭스를 신겨 드리는 모습과, 고인이 된 아버지에게 딸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로 시신의 이마에 입맞춤하고 흐느끼는 유족들의 각기 다른 모습은 이승에서 고인에게 최대한 해드릴 수 있는 배려적 동기에서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납관 의식과, 고인과 이별을 맞이하는 유족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죽음에 대한 재발견을 하게 해준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유한한 존재이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맞이할 운명이지만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한 성찰의 기회가 적었음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해 준다. 또한 우리가 살아있음에 대한 생의 소중함,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이 지금 이순간 우리 곁에 있다는 감사함의 재발견. 그리고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점차 편린되어 잊혀지기 쉬운 가치관을 영상으로 우리들에게 환기시켜 준다. 이러한 관점을 촌철살인(寸鐵殺人) 격으로 요약해주는 화장장 기사의 짧은 대사는 관객의 감수성을 눈물샘으로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마웠소, 잘 가오. 또 만납시다.”

정성스런 납관 의식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의 입문을 돕는 다이고의 직업세계와 더불어 이 영화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시선은 가족애다. 어릴 적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훌쩍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해 다이고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의 ‘돌편지’ 추억을 버리지 못하던 다이고에게 있어서, 영화 종반부 흐름은 통상적인 신파적 연출 방식이라기보다는 종반부의 카타르시스를 효과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이 영화가 점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진지함으로 일관하지만은 않는다. 영화 초반부 납관 의식 DVD를 제작하기 위해 다이고가 시신 역할을 할 때 벌어지는 해프닝은 웃음을 참기 힘들다. 다이고가 납관사를 하면서 별도로 첼로를 켜는 장면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공기에 휩싸이기 쉬운 이 영화에서 서정적 환기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심리를 읽게끔 해준다. 이와 더불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다이고의 돌편지라는,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소품도 눈여겨 보시길 바란다.

모토키 마사히로와 히로스에 료코, 베테랑 납관사 이쿠에이 역의 야마자키 츠토무라는, 일본의 베테랑 연기자들이 펼치는 각기 다른 3색의 충실한 연기와, 일본영화 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의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영화음악, 다소 엽기적인 소재인 납관사의 눈으로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재정의와 생의 소중함을 반추하는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연출이라는 삼박자가 놀랍도록 조화를 이루는 이 영화는 그간 일본영화의 무미건조한 연출 혹은 과장된 캐릭터로 인해 실망했던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켜줄 영화다.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작품성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는 분
-영화가 끝난 후 아련한 첼로 선율이 귓가를 맴돌기 원하는 분
-일본영화=무미건조함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원하는 분
-일관성이 있어야지, 웃다가 울게 만드는, 냉온탕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건 싫다는 분
-어느 영화제에서 작품상 수상했다고 하면 반드시 극장에서 주무시는 분
15 )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5-05 14:37
gaeddorai
ost만은 최고,
유일하게 전율을 느꼇던 부분   
2009-03-22 23:25
ejin4rang
굿바이다   
2008-12-02 15:25
kki1110
굿'바이를 보는 내내 티슈를 쥐고 봤어여..
오랫만에 다시본 료코짱에게는 좀 섭섭했지만..
다이고역의 마사히로군은 다시봤습니다. 연기력~ 최고!!
그 외에 굿'바이의 OST는.. 끝내줍니다~☆
역시 영화음악의거장 "히사이시조" 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울고 싶으신 분에게 꼭 추천하겠습니다!!

- 이슬반병   
2008-11-05 21:11
ldk209
음악 좋고, 얘기 좋고... 간만에 보는 히로스에 료코 좋고....   
2008-11-01 17:47
ymsm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긴해여.   
2008-10-31 15:59
theone777
보고 왔는데.. 감동적이고 따뜻하고 아련한...   
2008-10-28 15:16
remon2053
보고싶어집니다   
2008-10-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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