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 있는 경험자인 ‘벤(케빈 코스트너)’과 의욕에 앞선 ‘제이크(애쉬튼 커쳐)’의 대립은 <가디언>이 지닌 뻔한 수순처럼 보인다. 인명구조가 우선인 벤과의 생활에 질린 아내는 그를 떠나려 하고, 생도교육중인 제이크는 현지 학교 선생과 사랑에 빠진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숭고한 사명과 함께 일과 가정, 사랑까지 지켜내야 한다. 실제 사고사례들을 삽입한 화면들은 해안 경비대들이 단순히 해변만 순찰하는 게 아닌 바다의 신 제우스의 심기를 건들인 ‘배’들과 그 안의 소중한 생명까지 책임진다는 사실을 연이어 주지시킨다.
그리고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훈련과정은 구조대원 이기 전에 ‘사람’인 그들의 고뇌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같은 분야의 ‘경쟁자’였던 두 남자가 ‘우정’을 넘어 ‘존경’으로 가는 건 역시나 ‘실전’을 통해서다. 사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돌발요소들은 모든 경험 앞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기록과 숫자에 집착하는 풋내기 실력 파에게 던지는 “구한사람보다 못 구한 사람수만 기억하라”는 노장의 한마디는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다.
물 공포증이 있는 애쉬튼 커쳐가 해양구조대로 활약해도 지장 없을 만큼 모든 훈련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욕심 냈다는 <가디언>은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떠오르는 신예의 등을 두드려주는 멘토로써의 모습을 가슴에 와 닿게 표현해낸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게다가 영화 제목의 진실이 밝혀지는 엔딩 장면은 미국식 영웅 만들기에 거리감을 느끼는 한국식 정서에 딱 들어맞는다. 전설은 ‘희생’에서 시작됨을 ‘한’ 많은 우리가 모를 리 없으니까.
2006년 11월 2일 목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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