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폭력의 공통점은 반칙이 난무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옐로 카드를 받아 경고에 그치기도, 레드 카드로 퇴장을 당하기도 하지만, 폭력은 반칙이더라도 이기는 사람이 장땡이다. 10대들의 거친 우정을 화면에 담은 <폭력서클>은 평범한 축구동아리였던 ‘타이거’가 학교의 대표 폭력단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여고괴담>을 통해 슬픈 우정과 빗나간 사제지간을 공포스럽게 표현한 박기형 감독은 남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에선 그들의 내재된 폭력성과 성장통을 ‘축구’를 매개로 하드보일드 하게 드러낸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드라마적 요소는 흑백과 세련미를 넘나드는 영상미가 더해져 한층 더 스타일리쉬하게 변모했다. 영화 초반 골을 넣기 위해 드리블과 슛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최고의 각도에서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을 자아낼 정도다.
단지 공차는 것이 좋은 각기 다른 6명의 친구들은 각기 다른 부성과 남성성 (男性性)을 투영한다. 군인 아버지를 존경해 육사 진학이 꿈인 상호(정경호)는 어느 순간 축구동호회 타이거의 ‘회장’에서 공부와 싸움에서도 ‘짱’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꼰대’와 같은 삶을 살기 싫은 재구(이태성)는 거친 성격과 동시에 폭력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고아로 자란 홍규는 아버지 대신 학교 선생님과 부딪힌다. 그들이 갖는 ‘아버지’ 혹은 ‘선생’의 의미는 남자가 아닌 ‘어른’이다. 강한 남자 혹은 어른으로서의 강요는 영화 내내 반복된다.
영화 속 대사조차 “너희는 이제 ‘애’가 아닌 ‘남자’다”라는 설교가 나온다. 싸움의 원인이 되는 희수(장희진)의 말림에 “이건 남자들의 일이야.”라고 대답하는 상호의 모습은 이제는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폭력써클>은 후반으로 가면서 이들의 싸움이 오해를 넘어 생과 사를 넘나드는 복수로 치닫으면서 폭력으로 인한 공포가 연령에 상관없이 삶을 파괴시키는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축구를 좋아하며 서로를 위해 뭉쳤던 10대들의 거친 우정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의리=복수’라는 공식하에 피로 점철된 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영화 마지막 재구의 내레이션은 <폭력써클>이 지닌 의미를 충분히 아우른다. 싸움이 폭력이 될 때 남자는 무너진다. 하지만 우정은 남는다. 라고.
2006년 10월 18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