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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은 톰 크루즈다.
(2)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식스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인 것을 알고 있었다.
정답은 다음 주에 … 라고 할 수는 없겠지?
(1)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은 톰 크루즈다.
(2)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식스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인 것을 알고 있었다.
정답은 다음 주에 … 라고 할 수는 없겠지?
위와 같은 시시껄렁한 문제로 상품 하나 없이 한 주나 버틸 생각은 없다. 더구나 빈틈투성이 엉터리 문제를 가져다 놓고 맞추어 보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문제의 의도는 이렇다. 보기가 모두 틀렸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최소한 헐리웃 영화에서는 (사실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배우와 스타를 제대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비교적 많이 이름을 노출하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 이던 헌트(톰 크루즈)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보자마자 〈식스센스〉에서 할리 조엘 오스먼트와 브루스 윌리스가 맡았던 배역 이름을 기억해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보자면 〈식스센스〉에서 유령을 보는 아이 콜(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돕는 정신과 의사는 말콤 (브루스 윌리스) 박사다.
스타와 배우 : 이미지의 상관 관계
배우와 스타는 다른 존재다. 배우가 연기를 통해 의미가 드러나지만, 스타는 존재감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배우에게 훌륭한 외모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스타에게 수려한 외모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쉽게 머리 속에서 떠올리는 대부분의 헐리웃 ‘배우’란, 정확하게 보자면 헐리웃 ‘스타’인 셈이다.
헐리웃 스튜디오 전성기에 완성된 스타 시스템부터 21세기 헐리웃의 스타 산업에 이르기까지 ‘스타’라는 존재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분석하는 일은 뒤로 미루도록 하자. 주제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꽤 오래 전부터 지금은 고인이 된 스타들을 열거해야 하며 정치적 경제적 함의를 따져가며 추적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이 분야의 고전 에드가 모랭의 《스타》같은 책이 따로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우리가 관심 있는 것은, 이미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몇몇 스타들이다.
훌륭한 연기가 항상 배우를 스타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강렬한 배역은 종종 배우를 스타로 만든다. 이런 경우 배우의 역량이란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로 알려진 자신의 ‘스타성’을 벗어나는 것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괜찮은 재능을 지녔지만 자신의 스타성을 넘어설 정도의 능력을 지니지 않은 배우는 처음 자신을 스타로 만들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제임스 본드와 매드 맥스 : 스타를 만드는 캐릭터
영화가 개봉하고 한 배역의 강렬한 이미지로 일약 스타가 되는 것을 보통 ‘스타덤’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무명 배우 숀 코너리는 1962년 기록적인 본드무비 〈살인번호〉의 성공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출연료 문제로 제작자와 마찰이 벌어질 때까지 007 시리즈의 초창기 여섯 편(별외 편으로 분류하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포함하면 7편)에서 주연을 맡은 숀 코너리는 당시 히치콕의 작품이나 존 휴스턴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전성기를 보냈지만 평생토록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형 재난 영화 〈타이타닉〉이 상을 휩쓸었던 1997년 오스카 시상식의 한 장면. 그 해 작품상 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굿 윌 헌팅〉을 소개하기 위해 한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배경으로 그 사람을 소개하는 음악이 흘렀다. 귀에 익숙한 본드 무비 테마곡과 함께 무대로 올라온 사람은 역시, 영원한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 희대의 혼성 장르 SF 영화 〈스타워즈〉를 완성하며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찾은 휴양소에서 역시 야심작 〈미지와의 조우〉를 끝내고 온 스필버그를 만난 조지 루카스의 회고담 하나. 조지 루카스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영화 제작에 나서기를 원했다. 감독을 맡아주기를 바라며 루카스가 스필버그에게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스필버그는 “본드 무비를 한 번 찍어보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에게 “훨씬 좋은 영화가 있다”며 소개해준 아이디어가 8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시리즈가 된 〈인디아나 존스〉다. 마지막 편이라 생각하고 찍었던 (사실 지금 네번째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해리슨 포드)의 아버지가 등장해야만 했는데, 이 때 아버지 헨리 존스 역을 맡길 배우는 쉽게 결정되었다. “마지막 편인 만큼 당연히 원조 제임스 본드가 인디의 아버지를 맡아야 했다”는 것이 스필버그 감독의 대답.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신출괴몰한 영국 첩보원으로 미국에 침투했다 잡혀 20년 동안 수감되었던 〈더 록〉의 존 메이슨 요원 역시 007의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숀 코너리의 다른 배역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완성한 세기말 변종 SF 영화 〈매드맥스〉는 어떨까. 세기말을 배경으로 모든 것을 잃고 어딘지 뒤틀린 냉소적인 영웅으로 변해가는 맥스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멜 깁슨은 〈매드맥스〉의 성공으로 헐리웃 에 진출했다. 출세작 〈매드맥스〉시리즈로 헐리웃에 입성한 멜 깁슨이 맡은 첫 헐리웃 주연 작품은 리처드 도너의 버디 형사 영화 〈리셀웨폰〉이었다.
이제 점점 잊혀져 가는 시리즈일지도 모를 〈리셀웨폰〉의 첫 작품에서 멜 깁슨이 맡은 마틴 릭스 형사는 월남전 출신의 저격수로 여러 말썽 끝에 형사가 된 인물. 첫번째 〈리셀웨폰〉에서 마틴 릭스의 캐릭터는 실력이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정신 상태를 가진 인물이었다. 변종 〈람보〉이자 〈매드맥스〉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인물. 이 후 한동안 멜 깁슨이 맡은 〈데킬라 선라이즈〉〈전선 위의 참새〉도 마찬가지 였다. 원래 캐릭터가 많이 옅어진 〈리셀웨폰3〉와 〈브레이브 하트〉를 감독한 90년대에 이르러서야 멜 깁슨은 〈매드맥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재능이 만개 하는데는 무르익는 시간과 운이 필요하다. 시트콤과 출세작 〈빅〉을 시작으로 인기있는 코미디 배우가 된 톰 행크스에게 1993년이 그런 해였을 것이다. 물론 〈씨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나 〈그들만의 리그〉같은 영화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배우였지만 〈필라델피아〉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1993년은 톰 행크스의 스타덤이 분기에 이른 때였다.
선량하지만 섬세한 연기력이 필요한 여유있는 캐릭터를 누구보다도 잘 소화할 줄 알았던 톰 행크스에게 〈필라델피아〉와 〈포레스트 검프〉의 연속 성공은 날개를 달아 주었고, 〈토이 스토리〉〈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거쳐 한 때 톰 크루즈와 함께 헐리웃 최고의 수익을 올린 스타로 성장했다. 이 쯤에서 톰 행크스가 경력의 절정을 달리던 무렵 영화잡지 《프리미어》에서 매년 선정하는 ‘헐리웃 파워 100’에 뽑아놓고 톰 행크스의 단점란에 적어놓은 코멘트를 기억해보자.
코미디 영화 〈빅〉과 〈스플래시〉를 거치며 순수하고 착한 청년으로 이미지가 굳었던 톰 행크스가 〈필라델피아〉〈포레스트 검프〉로 이미지를 반전시킨 후에도 아직 완전히 본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존재감이 대단하고 연기력도 출중한 배우지만 톰 행크스는 90년대의 제임스 스튜어트 같은 스타였다. 이상적인 선량한 미국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배우. 잔혹한 마피아 행동대장이 되었던 〈로드 투 퍼디션〉과 코헨 형제의 삐딱한 코미디 〈레이디 킬러〉같은 선택은 고정되고 있는 이미지를 바꾸어 보려는 톰 행크스의 선택이었다.
다 빈치 코드의 스타 캐스팅
올등장인물이 엄청난 깊이와 풍부한 개성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다빈치 코드》는 매우 장르 영화적인 구성 탓에 선명한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이었다. 이미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을 영화화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스타의 이미지는 매우 신경 쓰이는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최고의 흥행을 위해서는 작품의 유명세만큼이나 이미지에 걸 맞는 캐스팅도 필요하니까.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만큼 제작자 쪽에서는 스타의 이름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지는 캐스팅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이야기 내내 주인공 로버트 랭던 교수의 뒤를 끈질기게 쫓는 파쉐 반장 역으로 장 르노를 고른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프랑스 배우인 것을 알고 있는 유명세에 강인하고 우직하며 끈질긴 프랑스 인의 이미지가 어울리는 프랑스 스타로 헐리웃의 선택에 르노 이상의 배우가 있을까. 프랑스 내에서라면 〈서브웨이〉〈비지터〉 등으로 훨씬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스타지만 미국에서는 〈레옹〉〈미션 임파서블〉〈고질라〉〈로닌〉을 비롯 최근작 〈핑크팬더〉를 통해 프랑스계 형사(혹은 비슷한 직업)를 줄 곳 맡았던 배우다. 출연 비중이 높지 않은 조연급 인물인 아링가로사 주교나 살인자 사일러스 같은 배역에 앨프리드 몰리나나 폴 베타니처럼 존재감이 분명한 강렬한 배우를 배치한 것도 절묘한 안배다. 나오는 시간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 배역에 꼭 필요한 든든한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배우들이니까.
그에 비해 두 주인공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는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훨씬 활동적이고 마초적인 주인공으로 묘사된 로버트 랭던 역은 애초 매튜 맥거너헤이나 러셀 크로 같은 강인한 인상의 스타들이 물망에 올랐던 배역. 특히 감독인 론 하워드와 〈뷰티불 마인드〉〈신데렐라맨〉을 함께한 러셀 크로는 강력한 후보로 꼽혔었다. 결국 랭던 역을 맡은 것은 톰 행크스로 행크스 자신도 배역의 이미지에 다가가기 위해 몸무게를 줄이고 헤어스타일을 조금 더 와일드하게 바꿔버렸다.
그럼에도 로버트 랭던의 영화 〈다빈치 코드〉내의 성격은 소설판과는 조금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억지로 톰 행크스에게 강인한 인상을 쓰게 하는 것보다 톰 행크스 자신이 가진 부드러운 이미지를 역할에 대입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기 때문. 소설 속에서 이지적이고 침착한 수사관으로 등장한 소피 느뵈를 맡기기에 오드리 토투가 소화한 그 동안의 역할은 훨씬 순수하고 귀여운 역할이었다. 더구나 나이도 훨씬 어렸고. 오드리 토투를 헐리웃 주연 여배우 후보로 오르게 한 영화가 무엇이었나. 귀여운 파리의 악동 〈아멜리에〉와 순수한 연인이 일으키는 기적,〈인게이지먼트〉가 아니었나. 그러나 일단 역할을 맡은 〈아멜리에〉 오드리 토투의 〈다빈치 코드〉속 모습은 날씬해진 외모와 길게 내린 생머리 탓에 훨씬 소피 느뵈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미지와 탤런트에서 〈다빈치 코드〉 최적의 캐스팅으로 꼽힐 스타는 역시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와 〈엑스맨〉의 매그니토를 환상적인 카리스마로 소화한 성배 매니아 리 티빙 경 역의 이언 맥컬런. 중후한 영국 발음과 또렷하고 기품 있는 발성에 선과 악을 모두 소화할 만한 위압감을 갖춘 캐릭터에 리스트로 올릴 만한 스타란 이언 맥컬런이 아니면 앤소니 홉킨스 정도일 것이다.
숨겨진 성배에 대한 비밀만큼이나 흥미로운 헐리웃 캐스팅 작전. 개봉관에서 〈다빈치 코드〉를 볼 때 관객을 자극하는 것은, 비밀 가득한 다빈치의 그림 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