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자그마치 다섯 명이나 되는 남자가 환경운동가이자 염색학과 교수인 ‘은숙(문소리)’에게 뻔뻔하게 들이대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내용을 담고 있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한국 영화에 어른들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라는 입소문답게, 성인취향의 와인파티 컨셉으로 청담동 일마레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사회적 위치로 말하자면 가장 하이클라스인 교수, 그것도 여자교수가 미모와 덕망, 섹시미까지 갖췄다면 여자인 나도 호기심을 넘어 질투가 가기 마련인데 남자라면 그 ‘끌림’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간다.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화면 속 문소리의 모습은 여자가 보기엔 ‘가식’, 남자가 보면 ‘매력’일수 밖에 없는 뻔뻔한 행동들이 넘쳐났다.
간단한 예고편 상영이 끝난 뒤 등장한 감독과 주연배우들 중에서 누가 배우고 감독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멋진 캐주얼 수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온 이하 감독의 패션 감각이 단연코 눈에 띄었다. “추운데 눈길을 뚫고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첫인사를 건넨 이 감독은 단편 <용산탕>, <1호선> 등으로 각종 단편영화제를 석권하고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뒤, 이 작품으로 첫 장편 데뷔를 앞두고 있는 실력파 감독이다.
주인공인 두 배우와 주변인들의 코멘트로 이루어진 필름은 그들의 의상대비와 마찬가지로 같은 질문을 따로 편집해 대칭 해서 보여주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극중 ‘은숙’은 남자들에 대한 모든걸 아는 여자다.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는 문소리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평소의 모습은 ‘동네 친구’하고 싶을 정도로 소탈하다.”라는 지진희의 설명이 나오자 크게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문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선과 손끝, 발끝까지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모습을 준비했다는 문소리는 “많이 알려졌다시피 다이어트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원래 S 라인이 아닌 I라인이라, 이번 영화처럼 의상과 메이크업에 신경 쓴 적이 없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특히, 영화 속에 나오는 의상과 소품을 직접 입고 사진으로 직접 찍어 스크랩을 해두며 장면마다 가장 어울리는 모습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변사람들도 “아무리 피곤해도 석촌호수를 2~3시간씩 걷고, 평소 (참)이슬만 먹던 사람이 확 변했다.”며 그녀의 프로정신을 감탄했을 정도다. 결정적으로 “은근히 말라 보이지만 상체가 55,66에 육박한다”는 코디의 멘트가 나오자 박장대소하는 문소리를 찍으려는 카메라 플래쉬가 어두운 실내에서도 쉴새 없이 터지기도 했다.
미니 다큐 지진희 편에서는 스스로 “만화가고, 엉뚱하고, 독특한 인물이다. 한마디로 번듯한 양아치 랄까?”라고 소개하면서 매 신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쉴새 없이 욕하고, 감정을 폭발하고 때론 능청스럽기까지 한 ‘석규’를 연기하면서 온몸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지진희를 보고 매니저가 “다 좋은데, CF가 줄어들까 걱정된다.”는 솔직 멘트가 나와 취재진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래서 인지 바로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연기변신에 대한 질문에도 “여지껏 찍은 모든 영화가 무거웠다면 이번엔 늘 가벼웠다. 그래서 더욱 즐거웠고..특히 다정다감한 캐릭터로 한류 쪽에서 인기가 많은데 그 이미지로 오래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걸 더 깨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문소리 역시 “더 대놓고 코믹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겁내 하더라. 그래서 더 ‘격’ 있는 코미디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자신의 첫 코미디 연기 도전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이감독은 “두 배우 모두 ‘은밀한 매력’이 있어서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다였다.”며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기 현장에서 하나씩 배우는 학생이 된듯한 느낌이라며 겸손해했다.
‘진심으로 가식 떠는 그녀와 다섯 남자의 뻔뻔함’,’어린것들은 모르는 그녀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카피 그대로 인간의 본성을 가감 없이 담고 있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베일에 쌓여 있는 여교수의 사생활과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남자가 아는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 아슬아슬한 궁금증에 기꺼이 몸을 던진 지진희는 “나에게는 시나리오의 첫 장을 읽고 재미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끝까지 읽게 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었던 욕망을 다하고 싶었기 때문에 감독님을 만나러 갈 때 매달릴까 똥 폼 잡고 있을까 고민했을 정도.”라며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영화에 이런 캐릭터가 전면적으로 나온 영화를 본적이 없었다는 문소리는 “평소 편한게 좋은 거라고 추리닝만 입고 다녔지만 이 영화 미팅 할 때는 평소와 다르게 검은 바지에 부츠,빨간 장갑에 올백으로 머리를 올리고 감독님을 만나러 나갔다.”면서 “‘문소리 맞아?’하는 감독님의 표정이 재미있었다.”고 덧붙이기도.
전국민이 속고 있는 지진희의 젠틀한 모습을 벗고 자연스런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배우들은 공부 다 해놓고 나가 놀게 하면서 부족한걸 가르치는 식이었다며 감독과의 작업이 즐거웠음을 기자 간담회 내내 숨기지 않았다. 지진희가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 됐기 때문에 되려 준비 안한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자 옆에 앉은 문소리가 “ 감독님은 현장에서 ‘자, 어디 한 번 봅시다.’이런 표정으로 앉아계시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하면 더 놀라겠지?’하면서 짜짠~보여주는 게임을 하는 식이었다. 그게 더 자극 되더라.”고 말했다.
덧붙여 여교사가 아닌 여교수로 설정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난감해 하는 모습으로 “왠지 ‘교사’는 초등학생 이미지라 더 착하고 참한 이미지인 것 같다. ‘여교수’는 좀 즐겨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이 감독은 “과거의 기억들이 잘못이었던가?를 건드리는 작품이다.”며 아슬아슬한 스토리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연출의도를 살짝 내비쳤다.
실제로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문소리는 영화촬영 중간에 즉흥시를 써 낭독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일하는 장면을 찍다가 자신이 끄적거린걸 감독님이 보고 ‘시가 너무 조은숙(극중 문소리 배역)스럽다.’고 해서 영화에 나오는 8편중 2편이 삽입됐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그중 하나를 읊어 달라고 하자 “저, 이제 시(詩) 끊었어요.(웃음)그건 시에 흠뻑 빠져야 하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직접 지은 '과음'이란 시에는 '먼지 나는 커튼을 부여잡고 개처럼 울다'로 시작한다고 운을 떼기도 했다.
제목을 빗대어 ‘영화를 보고 일주일째 웃다가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잘라 말할 정도로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이 기대되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후반작업을 거쳐 오는 3월 개봉된다.
●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현장 사진! 쪼매만~보여줄테니, 본모습은 극장에서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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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_이희승 기자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