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지옥행 엘리베이터를 타라!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 도쿄 취재기
2012년 9월 7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그 누가 예상했을까. 저예산 B급 좀비호러영화로 기획된 <레지던트 이블>이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장수 시리즈가 될 줄. <레지던트 이블>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게임 유저들을 대거 극장으로 유인한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잘 알려졌다시피 <레지던트 이블>은 일본 게임 ‘바이오해저드(미국 출시명 레지던트 이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02년 폴 W.S. 앤더슨 감독에 의해 스크린에 구현된 영화는, 전 세계 1억 244만 달러라는 뜻하지 않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게임과 영화 시장을 흔들었다. <레지던트 이블>은 <툼 레이더>와 함께 게임 원작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슈퍼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 등의 연이은 실패로 기를 못 펴고 있던 게임 원작 영화 시장이 비로소 활기를 띄었다. 영화 외적으로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특이한 구석이 있다. 감독과 주연 여배우가 이 시리즈를 통해 연인이 되고 결혼을 했으며 아이를 낳아 한 가정을 꾸렸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가 아역배우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이었다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는 한 가정의 탄생을 훔쳐보는 나름의 재미가 숨어있다.

지난 9월 4일 도쿄 그랜드하얏트호텔, 정킷을 취재 온 한국 기자들 앞에 <레지던트 이블 5 : 최후의 심판>의 폴 W.S. 앤더슨 감독과 밀라 요보비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밀라 요보비치는 한국 취재진을 향해 서투르지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사랑해요, 한국”을 연발했다. 남편 폴 W.S. 앤더슨 감독에게 한국말로 인사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는데, 그녀로부터 한국어 훈련을 받은 게 분명해 보이는 앤더슨 감독은 아내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부끄러워하기도 잠시, 능숙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소화한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서양인에게도 통용되는 걸까. 감독의 손톱을 물들이고 있는 알록달록한 매니큐어에서 아내 밀라 요보비치의 흔적이 감지된다.

영화 속에서의 강인한 모습과 달리 실제로 만난 밀라 요보비치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떤 말을 해야 상대가 기분 좋아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듯했는데, “아침에 MTV에서 본 한국 걸그룹들이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좌중을 매료시키는 아내의 카리스마에 고무됐는지, 폴 W.S. 앤더슨 감독도 지지 않았다. 자신들의 말을 노트북으로 빠르게 옮기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내가 여러분들의 (빠른)타이핑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벌써 <레지던트 이블 10>까지 시나리오가 나왔을 텐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시리즈가 지속되는 걸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레이던트 이블> 시리즈가 떠나야 할 이유는 아직 없다. <레지던트 이블> <레지던트 이블 2> <레지던트 이블 3 : 인류의 멸망>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까지 이어지면서 늘어난 건 제작 규모만이 아니다. 매 시리즈마다 전세계 흥행 수익도 꾸준히 증가했다. 2, 3편에서 알렉산더 위트, 러셀 멀케이에게 수장 자리를 맡겼던 폴 W.S. 앤더슨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의 경우 월드와이드 3억 달러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에서도 3D 열풍을 타고 전국 120만 관객을 돌파했다. 폴 W.S. 앤더슨 감독은 4편에 이어 이번에도 3D로 관객을 유인할 예정이다. 무대도 커졌다. 1편 엄브렐라 조직, 2편 라쿤시티, 3편 사막, 4편 LA와 도쿄에서 활약했던 앨리스가 이번에는 도쿄‧뉴욕‧워싱턴‧모스크바 등 전 세계 주요도시를 배경으로 엄브렐러 군단과 맞선다. <레지던트 이블 5 : 최후의 심판>은 오는 9월 13일 전세계 동시 개봉한다.

밀라 요보비치와 폴 W.S 앤더슨 감독 인터뷰

이번 시리즈에서는 모성애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그건 밀라의 의견인가?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모성애가 강조된 영화를 찍은 소감도 궁금하다.
밀라 요보비치: 폴이 작가이기 때문에 그런 멋진 각본을 쓴 것이다. 물론 우리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것이 폴에게 영감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 앨리스는 초능력이 사라지고, 엄브렐라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 여기에 엄마가 된다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캐릭터가 보다 깊어졌다. 전 세계 여성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새로운 요소가 앨리스의 캐릭터에 부여돼서 기쁘다.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폴은 아내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았는지, 반대로 밀라는 액션 연기를 하면서 남편이 원망스럽지 않았는지 듣고 싶다.
밀라 요보비치: 폴과 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만들면서 연인이 됐고 가정을 꾸렸다. 그것이 나에겐 큰 기쁨이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최근 출연작품들, 그러니까 <레지던트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 3D> <삼총사 3D>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때 특히 좋았는데,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어서 가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물론 힘들 때도 많다. 폴은 거의 하루 24시간 일하고, 나 역시 15-16시간 일하기 때문에 서로 힘들다. 폴이 파김치가 돼서 돌아왔는데도 내가 “내일 어떻게 하지? 앞구르기 할까? 뒤구르기 할까” 이러니까, 폴이 “이제 그만 하라”고 할 때도 있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과 나는 음과 양 같아서 서로를 잘 보완해 준다. 폴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침착한 사람이 됐다.
폴 W.S. 앤더슨: 밀라와 일하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어느 감독이든 밀라와 작업하고 싶을 것이다. 너무 헌신적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이니 말이다. 액션 연기를 대역 없이 직접 하겠다고 할 때도 많아서 내가 말려야 할 정도다. 이번 영화에서도 온 몸이 멍투성이가 돼서 돌아온 적이 있다. 손이 골프공을 쥔 것처럼 부어 오른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찍으면서 먼저 다친 사람은 나라는 거다.(웃음) 1편 촬영 때였는데, 격투씬 연기 지도를 하는 나를 밀라가 쳐서 눈이 심하게 멍들었었다. 같은 날 촬영감독 얼굴도 쳐서 나와 촬영감독 둘이 시꺼멓게 멍든 눈으로 돌아다닌 적도 있다.
밀라 요보비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이 위치에 오게 된 건 폴과 내가 영화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고, 서로에 대해서도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에서도 영화 얘기를 한다. 새로운 게임(바이오 하자드)이 나올 때마다 직접 해 보기도 하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부부이기 때문에 가능 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집에서는 <레지던트 이블>이 단연 최고의 화젯거리다

감독님은 굉장히 젊어보이시는데, 젊음 유지 비결이라도 있나.
폴 W.S. 앤더슨: 밀라다.(웃음) 밀라를 계속 쫓아다니다가 지난 5년 동안은 우리 딸 에바를 쫓아다녔는데, 덕분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밀라 요보비치: 내 덕이 크다. 폴에게 모이스춰 라이징 선블록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웃음)

지난 10년간 열리스로 살아왔다. 오랜 시간 강한 여전사를 연기한 것이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나.
밀라 요보비치: 물론이다. 10년 동안 좀비 악몽을 꾸기도 했는데, 그 꿈에서 폴이 아이디어를 얻은 적도 있다. 실제 삶에도 큰 영화를 끼쳤다. 나는 스스로를 군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규율을 지켜야 하고, 최고가 될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하니까.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멋진 군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그리고 앨리스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집중력이 커졌고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강해졌다. 출산 후에는 살이 굉장히 쪘었는데, 이 영화에 출연 하면서 신체를 가꿀 수 있었다. 무술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나를 단련시킨다. 아! 그리고 밤에 폴과 나 사이에 막대기를 두고 잔다. 누군가 침입하면 막대기로 때려줄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막대기를 두고 자면 마음이 놓인다. 그건 확실히 앨리스의 영향인 것 같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는 일본이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하고, 도시 전체에 불어 닥친 재앙의 풍경을 계속 다룬다. 그래서 질문하는데, 지난해 일본에 닥친 쓰나미와 지진을 보면서 어떤 심경이 들었나. 그리고 실제적인 재앙이 5편을 만드는데 미친 영향이 있나?
폴 W.S. 앤더슨: 작년에 일본에서 있었던 일은 굉장히 비극적인 사건이다. 일본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터라 상심이 컸다. 사건 발생 후에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국민성에 굉장히 감탄하기도 했다. 그런 규모의 재앙이 미국이나 영국에 생겼다면, 미국과 영국 국민들은 그런 국민성을 보여주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쓰나미와 지진이 발생한 후에도 일본에 와서 그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많은 배우들이 일본에 오지 않는 상황임에도 우리는 도쿄 필름 페스티벌에도 참석했다. 사실 도쿄를 영화에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우리도 의논을 많이 했다. 결론은 그대로 추진하자는 거였다. 이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 일본이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고 영화에 등장하는 도쿄는 실제 도쿄가 아니라 세트에서 만든 도쿄이기 때문에 처음 계획대로 진행했다.

향후 시리즈 계획은 어떻게 되나.
폴 W.S. 앤더슨: 영화를 찍을 때는 그 영화에만 집중하고 다음 편을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를 찍을 때 속편 제작을 생각하는 것은 거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순간에 열정을 쏟을 뿐이다.
밀라 요보비치: 내가 폴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커 왔다는 것이다. 폴이 영감을 얻어야만 다음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지, 스튜디오가 “다음 편 한 번 써봐” 해서 추진돼 온 게 아니다.
폴 W.S. 앤더슨: 개인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싫어한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앨리스가 엄마가 된 모습 등이 새로워졌는데, 관객이 예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옥행 엘리베이터를 탄 기분일 것이다.

시리즈를 5편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폴 W.S. 앤더슨: 내러티브를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다. <에일리언>의 제임스 카메론과 리들리 스콧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도 있다. 아마 제임스 카메론은 <에일리언 2>를 만들 때 리들리 스콧이 만든 1편을 보고 “젠장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지?”라고 고민을 했을 거다. 왜 고민이 안 되겠나. <에이리언>은 그 자체고 이미 굉장한 영화였는데. 결국 제임스 카메론은 리들리 스콧과는 다른 내러티브를 가지고 갔다. 밀실 공포영화였던 1편과 달리 공모를 가미한 액션 영화를 만들었던 거지. 굉장히 똑똑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착안해 <레지던트 이블> 1편은 밀실 공포물로, 2편은 액션물로, 3편은 로드무비로, 4편은 포위물로, 5편은 추격전으로 만들었다. 밀라 같이 반복되는 요소는 있지만 우리는 5개의 시리즈를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 점이 할리우드 시리즈와의 차별점이고 성공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촬영팀이 소규모라 호흡이 잘 맞고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 됐다.
밀라 요보비치: 하지만 폴의 차기작은 로맨틱 영화가 될지 모르겠다.(웃음)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밀라 요보비치: (한국말로) “사랑해요 한국!”
폴 W.S. 앤더슨: 이번 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 시리즈가 궁극의 <레지던트 이블>이라고 생각하니까,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제공_소니픽쳐스 코리아
2012년 9월 7일 금요일 | 글_도쿄(일본)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 )
fuirswg609
나 역시 레지던트 이블이 첨 나올때 장수시리즈가 될거라곤 전혀 예상못했다는...근데, 감독님 엄청 훈남이시네. 밀라와 매우 잘 어울림.   
2012-09-09 17:47
miyuka
한국에도 왔으면 했었어요 ㅜ 본 레거시 처럼 .. 저 밀라 요보비치 완전 팬이예요 *_*   
2012-09-08 01:36
1

 

1 | 2 | 3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