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3D>로 시작한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붐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3D 입체 콘서트 영화 <저스틴 비버: 네버 세이 네버>가 관객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7,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개봉한 3D 입체 콘서트 영화 중 가장 많은 수입이다.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가능성을 알린 작품은 2008년도에 개봉한 <U2 3D>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4인조 록밴드 U2의 2006년 ‘Vertigo Tour’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 콘서트 실황을 3D 입체영상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무대를 중심으로 연주하는 U2의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다 보니 다채로운 3D 입체영상의 쾌감이 덜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또한 이 작품에 촬영을 담당한 ‘3ALITY’는 이후 ‘3D 입체 카메라는 3ALITY’라는 고유명사를 얻을 정도로 독보적인 3D 업체가 됐다.
<U2 3D>와 같은 해에 개봉한 <한나 몬타나와 마일리 사이러스>(2008, Hannah Montana/Miley Cyrus : Best of Both Worlds Concert Tour)는 3D 입체 콘서트 영화와 아이돌의 접합이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의 딸이기도 한, 마일리 사이러스는 TV 캐릭터 ‘한나 몬타나’로 인기를 끈 아이돌이다. 영화는 그의 2007년 북미 54개 도시 투어 콘서트를 3D 입체영상으로 담고 있다. 74분이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4,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국내 3D 입체 콘서트 영화 어디까지 왔나?
모두들 국내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시작을 <라이브 인 3D 휘성: 잇츠 리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시초가 되는 작업들이 있었다. <2010 빅뱅 라이브 콘서트 빅쇼 3D>(이하 ‘<빅뱅 빅쇼 3D>’)의 촬영을 담당한 오션망고 이환열 대표는 “2008년 비의 정규 5집 ‘Rainism’ 컴백무대 방송을 3D 입체영상으로 촬영했다”며 “이후 2009년에 열린 서태지의 ‘웜홀콘서트’도 3D 입체카메라로 촬영해 극장에 상영했고, 빅뱅이 출연한 주류광고를 3D 입체영상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작업들을 거쳐 본격적으로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문을 연 건, <라이브 인 3D 휘성: 잇츠 리얼>이다. SK텔레콤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회사 임직원들이 직접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T두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김흥수 SK텔레콤 3D공연사업팀장은 “‘LIVE in 3D’는 콘서트, 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를 3D 입체 카메라 장비로 촬영해 극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하는 서비스”라며 “<라이브 인 3D 휘성: 잇츠 리얼>은 그 당시 나온 휘성의 새 싱글 음반의 쇼케이스를 3D 입체영상으로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텔레콤은 <2AM SHOW>까지 제작하며 그 활동영역을 넓혔다.
국내 3D 입체 콘서트 영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네 편의 영화를 모두 합친 관객 수는 3만 1,485명. 과연 국내 3D 입체 콘서트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문제는 기획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전 기획부터 3D 입체촬영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할리우드 작품들과는 달리, 국내 시장은 콘서트 실황을 찍는 또 하나의 콘텐츠로만 생각한다. 이환열 대표는 “<빅뱅 빅쇼 3D>를 촬영할 때 인물의 동선, 무대 장치, 조명 등 3D 입체영상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사전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양질의 영상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3D 입체영상에 대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스터이미지3D아시아 정형국 스테레오그래퍼는 “아직 국내 3D 입체 콘서트 영화 제작팀은 할리우드 제작팀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며 “국내 작품과 할리우드 작품을 비교했을 때 QC(Quality Control,수준유지)와 D.I(Digial Intermediate, 후반작업)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조나스 브라더스 콘서트 이야기>를 비롯한 할리우드 작품들은 하나같이 영상 퀼리티가 좋다. 이와 반대로 국내 작품들은 영상마다 이질감이 심해 3D 입체감을 편안하게 감상하기 힘들다. 김인기 소장도 “3D 입체 카메라가 총 11대지만 자체개발한 카메라와 3ALITY 등 서로 다른 카메라가 혼용됐다”며 “이로 인해 각각의 3D 입체 카메라에 입력된 입체 값이 서로 달라 양질의 입체감 구현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는 산업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환열 대표는 “제작을 맡은 YG 엔터테인먼트는 <빅뱅 빅쇼 3D>를 3D 입체 영화가 아닌 또 하나의 2D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닌 팬들에게 덤으로 주는 선물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콘서트 장에서 진행된 촬영도 쉽지 않았다. 3D 입체 카메라를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촬영팀과 콘서트 관계자들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콘서트 관계자들은 한 자리 당 얻는 수익을 카메라 설치 때문에 날릴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밖에도 저작권과 균등한 수익 분배 등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널렸다.
국내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발전가능성은 있다! 없다?
앞으로 양질의 3D 입체 콘서트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이 수반되어야 할까? 우선 3D 입체 콘서트 영화를 제작하기에 딱 맞는 기획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작사와 프로듀싱 업체는 3D 자체에 관심이 없다. 결론적으로 3D 입체영상에 대한 여러 가지 면을 신경 쓰고 있는 건 3D 입체 촬영팀 뿐이다. 이환열 대표는 “3D 입체 콘서트 영화에 맞는 기획과 제작이 나와야 한다”며 “이런 선례가 나오기만 한다면 3D 입체 콘서트 영화는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국내 3D 입체 콘서트 영화의 앞날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제작사와 촬영팀간의 마찰, 제대로 분업화 되지 못한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없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빠른 시간 안에 <U2 3D>, <저스틴 비버: 네버 세이 네버> 같은 영화가 나오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 같은 문제를 고쳐나가지 않는다면, 관객은 또 다시 외면할 것이다.
2011년 3월 29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