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4.0>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제대로 짚는다. 막 죽을 고비를 넘긴 매튜 패럴(저스틴 롱)이 너무나도 침착한 맥클레인에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라고 묻는 장면이나, “난 어째서 가끔씩 테러범들과 엮여서 이 고생이야!”라는 맥클레인의 투덜거림은 시리즈의 과거를 상기시키고 모종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작업이다. 동시에 ‘우리는 당신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자의식으로 들리기도 하고, 혹은 ‘당신은 이 시리즈를 알고 있는가’라는 경계선을 긋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는 동시에 세 편의 전작을 통해 사선을 넘었던 존 맥클레인의 축적된 경험이 <다이하드4.0>에 고스란히 발휘됨으로 증명된다. 긴박한 위기에 맞서는 여유로운 대처 능력은 그의 경험을 공유한 관객에겐 시리즈를 거듭한 진전된 캐릭터를 확인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물론 사선을 넘는 맥클레인을 지켜볼 어느 관객도 결코 그가 죽지 않을까 조바심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이는 ‘다이하드’란 제목 그대로 이 시리즈가 소유한 노골적 상징이며 죽지 않는 시리즈의 쾌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이하드4.0>에 기대할만한 최고의 묘미는 리얼 액션이지만 시리즈를 지탱하는 건 존 맥클레인이란 불굴의 캐릭터다. 하늘을 날 수도 없고, 거미줄을 뽑아낼 줄도 모르지만 존 맥클레인은 인간의 한계에 다다르는 극한의 적정선을 극적으로 유지하며 위기를 극복한다. 게다가 그런 긴박함 속에서도 위트를 날려주는 센스를 만끽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가 자동차를 날려 헬기를 박살내는 장면보다도 그 후, “총알이 떨어져서 그랬다.”는 대사야말로 <다이하드> 시리즈의 천연덕스런 매력에 가깝다. 또한 존 맥클레인이 미국을 지키는 국지적 영웅이라는 영역 표시도 명확하다. 더불어 4번에 걸쳐 미국을 구하는 맥클레인이 딸과의 불화를 걱정하는 아버지이자, 생활고에 푸념하는 소시민이란 사실은 캐릭터에 대한 인간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동시에 50세가 넘은 브루스 윌리스의 나이는 존 맥클레인이란 캐릭터에게 묘한 연민마저 느끼게 한다. 어쩌면 그건 이전 시리즈를 보고 자라온 세대만이 획득할 수 있는 모종의 반가움일지도 모른다.
존 맥클레인을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인간’이라 비유한 극 중 대사는 마치, 특수효과로 광낸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녹슨 발품 액션으로 채운 <다이하드4.0>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다이하드4.0>은 할리우드발 속편답게 블록버스터다운 풍채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비만증에 걸린 듯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화려한 비쥬얼과 거대한 스케일로 오감을 마비시키며 감상의 착시 현상을 유발하는 것에 비해, 러닝타임동안 적정 수위의 화력을 유지하는 <다이하드4.0>은 재미의 실속을 갖춘, 잘 빠진 근육질 오락영화다. 영화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존 맥클레인이 고비를 넘기는 순간순간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듯한 쾌감이 정점을 오르내린다. 과격하지만 과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오락 영화가 지닐 수 있는 탁월한 정점이다. <다이하드4.0>은 딱 그 지점이다.
2007년 7월 2일 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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