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한번 봐요 이~싸움이란 게 말입니다. 실제론 많이 틀리거든요? 휙~휙 내리 꽂아야하는디..” 하는 걸쭉한 사투리가 조인성의 입에서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여기는 군산 바닷가의 한 폐창고. 뚫린 천장 사이로 비치는 햇볕을 통해 입자 고운 먼지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조금만 움직여도 목이 칼칼해지는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얼하게 내리치는 조인성이나 맞는 시범을 보이는 진구는 여러 차례 진행되는 단 컷 장면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3류 조직의 영원한 2인자 ‘병두(조인성)’는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재기를 노리는 영화감독 ‘민호(남궁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 자신의 오른팔 ‘종수(진구)’와 잠시 들린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한눈에 봐도 조인성의 훤칠한 키는 금방 눈에 띄었지만 <말죽거리 잔혹사>이후 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유하 감독의 모습도 여전히 프로페셔널 했다. <비열한 거리>는 제목과 달리 꽃미남 배우들과 그들과 비교해 결코 빠지지 않는 감독님이 꾸려나가는 <美男街(미남가)>였던 것이다.
극중 감독인 민호과 무술감독간의 의견 마찰에 병두가 끼어들고, 되려 썰렁해진 분위기를 설명하는 두 친구간의 대화장면은 창고의 한 곁에서 진행되었다. 전 장면과 달리 살짝 수정된 대사로 인해 연신 대사를 맞춰보는 두 배우는 자세와 위치를 교정해 주는 유하 감독의 설명을 들으랴, 지난 6개월간 ‘병두’로 살아온 조인성을 촬영하려는 취재진들로 인해 연신 북적거렸다. 결국엔 중요한 감정신인만큼 간단한 리허설을 보여주고 정식 촬영 때는 취재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진행되었다.
대사를 치고 걸어 나오는 조인성과 그 뒤에서 말을 받아주는 남궁민의 모습은 다양한 각도로 여러 번 가는 감독님의 스타일대로 촬영 막바지에 갈수록 더욱 디테일해졌다. 촬영장 공개로 인해 집중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차 소리와 발자국소리, 전라도의 억양까지 일일이 수정해서 찍는 유하 감독의 모습은 무척 피곤한 모습인데도 한 장면도 소홀해하지 않는 어떤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바로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며칠째 두어 시간 밖에 잠을 못 잤으니 횡설수설해도 이해 바란다”고 말문을 연 유감독은 “조폭들의 액션을 부각시켰다기보다는 드라마의 중점을 둔 작품이다. 다들 꽃미남 배우를 3류 조폭으로 만든 이유가 뭐냐고 궁금해 하시는데 배우들의 캐스팅은 기존 이미지와는 반대로 극적인 임팩트가 배가되는 쾌감이 이 무엇보다 좋더라. (웃음)전작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캐스팅한 적은 한번도 없다. 원래 제목은 <비루한 거리의 카니발>이었는데 조폭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내가 더 비열하단 걸 느끼고는 이렇게 짓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작과 이번 작품의 마무리를 짓는 폭력성에 대한 3부작을 다뤄보고 싶어 40대 조폭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차기작에 대한 언급을 살짝 내비친 유감독은 “실제로 이 영화처럼 친구의 얘기를 듣고 영화를 찍는다면 실제로는 무서워서 못 찍을 것 같다.”라고 말해 영화에 대한 묘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남궁민 역시 “배운 만큼 이중적인 인물이다. 친구를 이용한다는 부분은 영화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밝힐 수가 없다.”고 밝혀 기자들 사이에서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만들기도.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적극적으로 덤볐다는 조인성은 “되려 데뷔 초에는 강한 이미지가 많아서 그렇게 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약하지만 지고 지순한 역만 맡았다. 오늘이 100회 차였는데 그 중 96회나 나오고 액션신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피곤해 살이 많이 빠진 상태다.”라고 밝히면서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성에 대한 질문에도 “영화면에서 흥행이 안되서 속상한 점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 더 건방진 배우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현재 90%정도 촬영이 진행된 <비열한 거리>의 현장공개는 조인성의“근데, 식사들은 하셨습니까?”라는 조직내 표준 인사법(?)으로 마무리되었다. 절대 비굴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지만 ‘비열’해야만 하는 그의 모습은 오는 7월이면 확인할 수 있다.
⊙ 현장에선 무슨일이? 보너스 사진 몇장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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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_이희승 기자 (군산)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 (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