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욕에 눈이 먼 사람들. 이들의 끝없는 욕심에 죽어나가는 사람들. <후궁 : 제왕의 첩>의 궁은 욕망으로 가득 찬 공간인 동시에 핏물이 마를 날 없는 지옥과 같다. 최고 권력자 대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성원대군, 가문의 안위를 위해 후궁으로 들어간 화연, 그리고 조정의 권력자들의 수족이 될 수밖에 없는 권유의 꼭두각시 노름은 애처롭다. 어느 순간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서로 살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은 처량함이 느껴질 정도다. 김대승 감독은 이들의 관계도를 통해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의 말로는 비극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습이 현시대에도 자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영화의 비극이 가슴에 꽂히게 만드는 부분이다.
극중 노출 수위는 높고, 강렬하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 인물의 욕망을 표출하는 수단과 함께 점점 고조되는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배우들의 노출 연기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어두운 극 분위기에 맞는 세트와 의상, 소품 등은 영화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다만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욕심이 도리어 단점이 된다. 특히 대비를 비롯해 금옥(조은지), 내시감(이경영), 약방내시(박철민) 등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담으려는 의도가 오히려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러닝타임까지 길어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후궁 : 제왕의 첩>은 매력이 다분한 영화다. <가을로> 이후 다소 주춤했던 김대승 감독의 연출력이 다시 한 번 돋보인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