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사랑과 이별, 한많은 여성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모습들...
19세기 초 중국 광동성 삼각주일대에서 성행했던 '자소' 의식은 여자가 평생을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공개적으로 맹세한 중국의 풍속이다. 이러한 독신서약을 한 여성들을 '자소녀'라 불렀다. 당시 중국 사회제도는 여자의 인권을 묵살한 채, 두 집안끼리의 이해관계에 의해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돈에 의해 팔려가는 등 여성차별이 보편적인 형태였다. 때문에 여자들은 이런 차별에 반발해, 평생을 독신서약을 하는 '자소녀'가 됨으로써, 남성지배 사회의 불평등적인 제도에 나름대로 항거하였다. 이런 풍속은 제 2차 세계 대전후의 영향으로 유럽강국이 중국 연안의 삼각주 지역으로 몰려들어 중국인들에게 견직물 대량작업을 하청주게 됨으로써, 중국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과 동시에 여성들의 발언권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더욱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자소녀' 신분을 가진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나, 육체관계를 맺게 되면 그 마을사람들에게 비난을 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심하면 목숨까지 잃게되는 등 '자소' 의식은 선택하는 것은 자유였지만 그만큼 엄중한 처벌이 뒤따랐다. 계율을 어기고 처벌을 받게되는 것을 '자훼'라 했다. 따라서 당시 '자소' 의식을 치룬 중국 여성들은 남성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자유 의지를 획득함과 동시에 사랑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감정상의 심한 모순을 겪었다. 바로 영화 [자소]는 이러한 당시 여성들의 심리적인 아픔과 금지된 사랑을 밀도있게 다룬 드라마로 이런 모습이 현재 여성들의 모습과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2년 이상 계속된 기획작업, 6개월간의 촬영
수십년 세월의 아픈 기다림을 가슴 속으로 절절히 파고드는 그리움의 영화 [자소]. [자소]는 골든 하베스트사와 영화인 공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했던 완성도 높은 영화이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장지량 감독은 지난 1992년, 농민들의 어려운 삶과 추악한 고관 의원들의 모습을 고발한 [Cageman]이라는 작품에서 보여준 뛰어난 사실적인 영상으로 인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이 작품은 그 해 동남아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고, 홍콩의 대표적인 영화로 꼽히기도 했다. 장지량 감독은 1994년 [당신이 오기를 기다린다]를 촬영할 당시 [자소]의 이야기를 준비했으며, 2년여에 걸친 이야기 구성과 확인작업을 통해 태어난 [자소]는 중국본토의 항주와 소주에서 6개월에 걸쳐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되살아나는 중국여인들의 사랑과 이별
'자소'는 스스로 머리를 빗는다는 의미로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인들의 삶을 말한다. '자소녀'의 의식을 치른 중국 여인들은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살아가며, 이 과정에서 생활력이 강해지고 서로간의 감정이 더욱 애틋하게 된다. 장지량 감독은 중국여인들의 고통과 사회적 지위의 미약함, 서로를 향한 감정과 의지등을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름다운 화면과 꿈결같은 음악으로 포착한 여성들의 사랑과 이별의 [자소]는 장지량 감독의 작가적 역량이 정점이 달한 아름다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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