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외전>과 아주 같고, 동시에 매우 새롭다! 강진아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 <환상속의 그대>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관한짧은필름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백년해로외전>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음에도, 강진아 감독은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 느낌은 강진아 감독의 마음 한 켠에서 자라나 <환상속의 그대>를 만들어냈다.
강진아 감독의 장편데뷔작 <환상속의 그대>는 단편 <백년해로외전>과 닮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매우 새로운 작품이다. ‘연인의 갑작스런 죽음’, ‘남은 이의 슬픔이 불러낸 연인의 환상’이라는 모티브는 같지만 <환상속의 그대>는 새로운 인물, ‘기옥’을 등장시켜 ‘혁근’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같은 죄책감과 슬픔을 공유한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의식하지 못한 성장을 이룬다. 자라난 그들의 마음은 누구의 탓도 아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나갈 힘을 만들어낸다.
<백년해로외전>의 ‘차경’은 <환상속의 그대>로 넘어와 남겨진 사람들은 알 수 없었던 죽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중간계처럼 보이는 돌고래 수족관에서 남겨진 사람들을 보는 아픔과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내비친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슬픔이 되어버린 상황 앞에서 그녀는 더욱 애잔해졌다.
홀로 극복하기 어려운 아픔을 털고 일어난 이들의 곁엔 언제나 위로가되는 타인과의 관계가 있어왔다고 강진아 감독은 이야기한다. <백년해로외전>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위로와 치유는 <환상속의 그대>를 통해 완성되었다. <환상속의 그대>가 보내는 따뜻한 응원은 이제 ‘혁근’과 ‘기옥’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전하지 못한 마음, 잊혀지지 않는 사랑 <이터널 선샤인>,<건축학개론>의 ‘정서’, <환상속의 그대>가 이어 받는다!
2013년 2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이와이 슌지의<러브레터>는 재개봉임에도 불구하고 3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고전적인 멜로 감성이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음을 입증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정서’가 어떤 장르보다도 오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멜로의 인기비결일 것이다. 그 애틋한 ‘정서’와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완성도로 ‘멜로’의 고전이 되고 있는 작품들을 이을 <환상속의 그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랑은 기억을 지워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라 전하는 <이터널 선샤인>.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그려낸 <건축학개론>. 이 들 작품의 ‘정서’를 담고 있는 <환상속의 그대>는 전하지 못한 마음과 잊혀지지 않는 사랑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특별한 순간 속에 녹여낸다. <환상속의 그대>는 올 봄, 모두의 마음속 또 하나의 일생의 멜로로 간직될 것이다.
적은 예산이어도, 고된 현장이었어도, 좋은 영화는 좋은 영화!
세련된 영상미, 수중촬영, 와이어 액션, 실력 있는 배우들의 조합인 <환상속의 그대>가 총 35회차, 단 1억 6천 만원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는 이는 드물다. <환상속의 그대>를 저예산 영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퀄리티로 만들 수 있었던 건 물론 저력 있는 신인 강진아 감독과 실력 있는 스텝, 훌륭한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이 있다. 바로 좋은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열망이다. 돌고래와 함께 하는 수중촬영신을 위한 텀블벅 모금에서 5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고, 예비 관객들의 성원으로 환상적인 수중신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쿨한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뜨거운 연기’
영화 말미의 ‘무너지는 상담소’는 혁근의 집 세트 안에 지어진 또 하나의 세트를 직접 때려부수어 완성된 장면이다. 적은 예산으로 인해 세트를 여러 개를 지었다 부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촬영은 한 번에 이루어져야만 했다. 이희준, 한예리 두 배우가 연기를 하는 가운데 미술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이 직접 뒤에서부터 세트를 부수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는 실로 위험천만한 작업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배우들이 “다음 촬영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여기서 다치더라도 다음 촬영은 다 나아서 진행할 수 있다”며 흔쾌히 임한 것. 자기가 다치는 것보다 ‘상처로 인한 촬영 스케줄 지장’을 걱정하는 배우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보다 실감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돌고래와의 마술적 순간, “그대를 위로하고 싶어요.”
<백년해로외전>에 코끼리가 등장한다면, <환상속의 그대>에는 돌고래가 등장한다. 강진아 감독이 코끼리와 돌고래를 각각 선택한 이유는, ‘죽음’이라는 과정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크고 무리지어 있는 동물, 동료를 보살피는 동물, 서로를 위로할 줄 아는 동물의 곁이라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삶을 떠나는 이들이 따스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에서 진행된 돌고래와의 촬영은 쉽지 않았지만, 제작진에게 매우 특별하게 남아있다. 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완성된 휘파람을 부는 차경의 얼굴로 돌고래들이 다가오는 장면은 가히 마술적일 정도로 환상적인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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