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래세터, 다시 메가폰을 잡다 레이싱과 첩보전에 매료된 감독
1편을 개봉한 후 존 래세터 감독은 관객과 자신을 위해 2편을 꼭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 2편의 기획 아이디어는 본격 제작 과정 훨씬 이전부터 싹터온 셈. “난 스파이 영화의 열혈 팬이다. 어릴 때 TV에서 <첩보원 0011 The Man from U.N.C.L.E.>를 보며 자랐고 지금은 다섯 아들들과 스파이 영화를 즐겨본다. <본> 시리즈는 수없이 봤다. <카 2>의 시퀀스는 계속 바뀌었지만 난 스파이 핀 맥미사일과 첩보극이라는 테마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그 후 2006년 <카 2>의 개봉을 위해 각국을 돌며 홍보 투어를 하던 중, 래세터는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스파이극이라는 설정과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캐릭터들이 각국을 돌며 레이싱과 첩보전을 펼친다는 것 못지않게 래세터가 매력을 느끼는 <카 2>의 특징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와 스토리. 감독은 이 영화의 유머가 캐릭터의 개성과 흥미롭고 생생한 상황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라이트닝 맥퀸과 메이터의 우정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졌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우정을 지켜나가느냐를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한 곳에서는 견고한 것처럼 보이는 가치가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 우린 과연 끝까지 진실된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존 래세터 감독이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메이터. “메이터는 매우 특별한 캐릭터다. 정직하고 솔직하며 모든 걸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그는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그런 그가, 주변 인물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을 때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카 2>에서 자신만의 여정을 통해 그런 아픔을 딛고 되려 맥퀸과의 우정을 더 돈독히 키워나간다. 맥퀸도 메이터도 깨닫는다. 메이터는 메이터 그대로의 모습이 소중하고 가장 멋지다는 걸. 바뀌어야 할 건 메이터가 아니고 그를 비웃는 주변 인물들이라는 걸.”
캐릭터 창조 자동차에 생명을 불어넣은 더빙 배우들과 애니메이터들
<카 2>의 자동차들을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최고의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오웬 윌슨과 래리 더 케이블 가이가 1편에 이어 다시 라이트닝 맥퀸과 메이터 역을 맡았고 마이클 케인과 에밀리 모티머가 스파이 핀 맥미사일과 홀리 쉬프트웰 역을 맡아 픽사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허풍쟁이 레이싱 스타 프란체스코 베르누이의 더빙은 존 터투로가 맡았다.
1편에서 더빙을 맡았던 배우 중 닥 허드슨 역의 폴 뉴먼과 필모어 역의 조지 칼린은 그동안 별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제작진은 2편에서 필모어 상사 역에 베테랑 연기자 로이드 셔를 캐스팅했다. <카 2>에선 피스톤컵의 명칭이 닥 허드슨 피스톤컵으로 개명된 것으로 나온다. 이는 고(故) 폴 뉴먼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존 래세터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라이트닝 맥퀸은 닥 허드슨 피스톤컵 첫 대회에서 우승컵을 탄 후 닥 허드슨의 사무실을 허드슨 호넷 레이싱 박물관으로 개조한다. 이는 우리가 닥 허드슨에게 바치는 오마주인 동시에 폴 뉴먼에게 바치는 오마주였다.”
애니메이터 총감독 데이브 멀린스와 션 크라우스는 60여 명의 애니메이터를 총감독하는 일을 맡았다. 데이브 멀린스는 설명한다. “자동차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어려운 점은, 인간들이 어깨나 손 등으로 표현하는 제스처를 어떻게 자동차에 맞게 표현해낼까 하는 것이다. 앞바퀴를 손으로 혹은 어깨로 표현하고, 뒷바퀴는 보통 다리로 표현하게 된다. 운전의 메커니즘은 이런 동작들과는 또 완전히 다른 문제라 작업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컨트롤 도구를 단순화하기로 했다”는 게 멀린스의 설명. “<카> 1편의 주요 캐릭터의 컨트롤 도구는 3500개 정도 됐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세부 동작을 다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편에선 캐릭터당 800개 정도의 애니메이션 컨트롤을 제거했다. 덕분에 불필요한 컨트롤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애니메이터들의 작업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 됐다.”
스토리 개발 액션이 가득한 국제 첩보전의 세계를 스크린에!
국제적인 첩보전, 세계 레이싱 대회, 우정… 공동 감독 브래드 루이스와 시나리오 작가 벤 퀸, 네이든 스탠튼이 이끄는 픽사 스토리 팀의 과제는 이 주제들을 어떻게 적절히 믹스하느냐였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존 래세터와 브래드 루이스, 댄 포겔먼이 쓴 기본 스토리를 벤 퀸이 각색한 것. 래세터는 이 애니메이션이 스파이 영화의 패러디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건 스파이 영화이지만 등장 캐릭터들이 모두 자동차다. 그래서 색다른 장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에게 온갖 신기한 첨단 장비들을 창조할 수 있는 신나는 기회를 줬다.”
시나리오 작가 벤 퀸은 이렇게 말한다 “핀 맥미사일이 등장하는 오프닝 신은 심각하고 진지하다. 그러다 화면의 배경이 레디에이터 스프링스로 전환되면서 모든 것이 갑자기 코미디로 바뀐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두 톤이 섞여서 영화의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내는 게 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이다. 이 영화는 분명 스파이 스릴러지만 정서적이고 코믹한 톤이 그 밑에 깔려있다. 그 이후로도 계속 관객들은 발 빠르게 전환되는 장르와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스토리 슈퍼바이저 네이든 스탠튼은 이 영화의 핵심이 ‘우정’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1편이 나오고 4~5년이 흘렀기 때문에 이제 맥퀸과 메이터의 우정은 훨씬 더 견고해졌을 수밖에 없다. 라이트닝 맥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이싱 카인 반면 그 단짝인 메이터는 바깥 세상을 전혀 모르는 순진무구한 우물 안 개구리다. 레디에이터 스프링스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선 그들의 우정이 시험에 들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린 그런 그들의 우정을 시험대에 올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글로벌 무대로 출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의 토박이들,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 땅을 밟다
2006년 <카>가 개봉됐을 때 관객들은 레디에이터 스프링스라는 소박하고 매력적인 작은 마을에 매혹됐다. 하긴 전문가인 메이터의 말에 따르면, 레디에이터 스프링스는 카뷰레이터 카운티 내에서 가장 앙증맞은 마을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 작은 마을을 벗어났을 때 과연 마을 토박이들은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이들이 경험할 넓은 세상은 어디를 배경으로 하는 게 좋을까? 아예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 어떨까? 존 래세터는 “<카>의 세상에선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말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매 편마다 테마는 각각 달랐지만, 모두 앤디의 방을 주 무대로 한 장난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카>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과 똑같이 넓고 한계가 없다. 라이트닝 맥퀸은 세계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싱 카들과 겨룰 기회를 얻는다. 그것도 일본, 이탈리아, 영국이라는 멋진 장소에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를 떠나본 적이 없는 메이터는 이 낯선 나라들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그런 상황들은 매우 유쾌하고 즐거운 웃음을 유발한다.”
세계를 무대로 한 모험엔 늘 도전이 따르는 법. 제작자 드니스 림은 <카 2>가 이미 전편에서 확고히 기반을 다진 캐릭터와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미 고정 팬이 확보된 상태라고 말한다. “게다가 비주얼도 이미 틀이 짜여있어서 작업이 훨씬 순조로웠다. 그러나 무대가 세계로 넓혀졌기 때문에 스케일을 훨씬 확장시켜야 했다. 극의 배경 장소가 기존의 모든 픽사 애니메이션에 비해 두 배는 족히 된다는 점도 제작진에겐 큰 도전 과제였다.” 이에 대해 공동 감독 브래드 루이스는 “모든 세상을 새로 창조해야 했다”고 설명한다. “모든 배경을 자동차화(car-rify)시켜야 했다. 건물, 소품, 캐릭터 등등.” 즉, 자동차의 시선에 맞춰 세상을 새롭게 창조해야 했던 것 .드니스 림은 “<카 2>엔 전편보다 군중 신이나 특수효과, 캐릭터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이 작업을 맡은 픽사의 아티스트들과 스토리 텔러들은 먼저 철저한 리서치 작업에 들어갔다. 리서치는 언제나 즐거운 법. 특히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그곳의 문화를 조사하고 공부하는 작업은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 팀은 유럽의 명소들과 일본의 도시들을 탐방하며 정확하고 디테일 넘치는 플롯을 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자동차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 픽사의 자동차광들, 자동차 세계의 모든 것을 담다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픽사 사람들은 <카 2> 제작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전문가를 따로 고용했다. 그의 이름은 제이 워드. 1편에서 캐릭터 모델링 팀을 이끌었던 그는 <카>에 관련된 모든 정보(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 어드벤처 테마파크의 ‘카 랜드’에 관련된 정보와 주물로 제작된 <카> 장난감 시리즈를 포함)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게 됐다. 스튜디오에 상주하는 자동차 전문가로서, 워드는 2001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개최돼온 ‘모토라마’(Motorama) 행사를 주관해오고 있다. 모토라마는 픽사의 임직원들과 몇몇 자동차 회사에서 자신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동차들을 선보이는 이벤트.
<카> 1•2편의 아트 디렉터 제이 슈스터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광. 디트로이트에서 성장한 그의 아버지는 43년간 GM사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했다고. 슈스터가 맡은 일은 <카 2>의 캐릭터 디자인을 아트 디렉팅하는 작업이었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감독과 마주 앉아 캐릭터의 모양이나 성격에 관해 감독이 원하는 바를 들었다. <카 2>의 많은 캐릭터들은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것들이다. 우리는 자동차 관련 자료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그걸 픽사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킨다. 그 후 완성된 디자인을 모든 표면이 다 보이는 정사도법으로 그려, 존 래세터에게 보여준다. 디자인이 승인되면 최대한 빨리 스케치 모델을 그린다. 그리고 컴퓨터에 3차원 모델을 작성한다.” 이렇게 해서 <카 2>의 캐릭터 팀과 미술 팀은 총 145개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그걸 기본으로 781개의 변형 모델을 창조했다. 한 영화에서 926개의 캐릭터가 만들어진 건 픽사가 세운 신기록이다.
제이 워드는 “전 세계 F1 팬들에게 사랑받는 포뮬라 스타일의 레이싱 카를 디자인하는 작업은 정말 즐거웠다”고 한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레이싱 대회라 우리 자동차들에게도 포뮬라 레이서란 이름을 붙였다.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 F1에 대한 헌사라고나 할까? 극중 캐릭터인 프란체스코 베르누이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모델 중 하나다. 오픈 휠이 멋진 이 차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허풍이 특징으로, <카> 1편의 라이트닝 맥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워드에 의하면 레이싱을 소재로 한 스토리 라인을 만들기 위해선 레이싱에 관한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했다고 한다. “시합을 보는 것과는 별도로, 실제 레이싱에 참가하는 선수의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필요했다. 그래서 애니메이터 몇 명은 드라이빙 스쿨에까지 참여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서 실제로 경기장을 찾아야 했다. 우린 모나코 그랑프리 대회장을 찾아갔고, 그곳의 정비구역(PIT)에도 들어가 봤다.”
픽사의 자동차광들이 열광하는 또 다른 캐릭터는 1급 스파이 핀 맥미사일. 워드는 핀 맥미사일에 대해 “이 영화의 캐릭터들 중 가장 멋진 자동차”라고 말한다. “핀은 수많은 기능을 가진 차다. 수중 날개로 바다 밑을 유영할 수도 있고 잠수함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첨단 장비도 많이 갖고 있다. 우리가 자체 디자인한 이 캐릭터는 1960년대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핀과 홀리 쉬프트웰의 스파이 장비를 어느 부분에 장착할지를 결정하는 작업은 아트 디렉터 슈스터의 몫이었다. 그는 핀이 스파이처럼 보이는 건 원치 않았다고 설명한다. “우린 그를 60년대 영국 스포츠카처럼 우아한 자동차로 디자인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 당시 자동차들에 관해 꽤 많은 리서치 작업을 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자동차의 모델들을 총망라, 핀에게 쏟아 부었다고 보면 된다.” 핀의 후배인 미녀 스파이 홀리 쉬프트웰 역시 최첨단 장비로 무장돼 있다. 헤드라이트 카메라, 총, 전기 충격기, 망원경 등… 또한 홀리는 하늘을 날 수도 있다. 짐받이에서 날개가 나오고 적재함 문은 뒷날개의 수평 안정판으로 변신한다. 배기관으로는 제트 엔진 불꽃이 나온다.
픽사 역사상 가장 고난도의 작품 촬영, 조명 등 최고의 기술과 전문성 동원… 또 하나의 혁명!
<카> 1편이 개봉된 이후 5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카 2>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해 기술감독 아푸라 샤와 그의 팀은 애니메이션 장비를 새로 디자인하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새로 업그레이드했다. 영상화 시스템인 렌더 팜(RENDER FARM)도 <토이 스토리 3> 제작 당시의 거의 3배나 되는 걸 사용했지만 평균 프레임 완성 시간이 거의 13시간에 이를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아푸라 샤는 <카 2>가 픽사 역사상 기술적으로 가장 고난도의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을 무대로 하고 있어서 각 나라마다 배경이 다르고,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굉장히 많아 물량 면에서나 퀄리티 면에서 원하는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창조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런던 시합 장면을 위해 픽사는 20마일에 이르는 코스의 풍경과 주변 환경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 했다. 샤는 이 작업을 위해 실제 지도를 펴놓고 런던의 지형지물을 연구했다고 설명한다. “모든 걸 최대한 사실에 가깝도록 했다”는 게 그의 말.
촬영감독 제레미 라스키는 “픽사 작업을 할 때마다 늘 혁명을 일으키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2편의 영상은 1편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리얼하다. 전체적인 영화의 느낌은 1편과 비슷하지만 모든 면이 1편보다 업그레이드됐다. 우린 계속해서 모든 작업의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 “1편에서 우린 자동차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앵글과 렌즈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런 발견을 출발점으로 2편에선 자동차의 움직임을 좀 더 흥미롭게 표현해낼 수 있는 기법들을 개발, 적용해 나갔다. 자동차는 달릴 때 가장 매력적이다. 2편 촬영 땐 카메라를 굉장히 많이 움직였다. 최대한 역동적이고 짜릿한 화면 연출을 위해 모든 방법이 동원됐다.”
촬영감독의 관점에서 라스키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장면은 세계 그랑프리 대회의 두 번째 시합인 이탈리아 레이스 장면. “총 12분에 이르는 그 장면은 250개 숏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로서는 상당히 규모가 큰 장면이다. 게다가 여러 개의 스토리 라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라이트닝 맥퀸의 레이싱 스토리, 악당들이 모여 음모를 꾸미는 카지노에 잠입한 메이터의 스토리, 메이터의 배후에서 악당들의 음모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과 홀리의 스토리 등. 이 많은 스토리들이 계속 교차하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카메라 기법이나 구조적으로 만전을 기했다.”
<카> 1편 촬영 때 라스키와 그의 촬영 팀은, 실제 레이싱의 긴박감과 현장감을 화면에 담기 위해 폭스 스포츠 채널의 전문가 아티 켐프너의 자문을 받았다. 그가 방송에서 카메라의 위치를 어디에 놓고 어떤 각도로 찍는지 등을 보며 영화 촬영에 필요한 기법을 배운 것. 현실 세계에서와는 달리, 가상의 애니메이션 세계에선 카메라맨이 다치거나 장비가 망가질 걸 걱정할 필요 없이 카메라를 어디에나 자유자재로 배치할 수 있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짜릿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 라스키는 이렇게 덧붙인다. “<카 2>를 촬영하며 우리가 가장 원한 건 실제 거리 레이싱이나 F1 경기처럼 리얼해 보이면서도 현실에서 TV로 보는 레이싱과는 또 다른 멋진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관객들이 실제로 자동차들과 함께 레이싱에 참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고 싶었다.”
픽사에서 촬영감독은 서로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작업을 동시에 총괄, 감독한다. 그것은 바로 촬영과 조명. 조명 담당자인 섀런 캘러헌은 존 래세터의 전작 세 편을 제작할 때도 함께 작업에 참여했었다. 그녀는 “조명에 관한 픽사의 접근 방식은 끊임없이 진보하고 변화한다”고 말한다. “그건 비단 우리 부서뿐 아니라 영화 작업에 참여한 모든 부서에 해당되는 말이다.”
파리 장면에서 섀런 캘러헌은 전작 <라따뚜이>에 대한 오마주로, 부드럽고 따뜻한 조명을 사용했다. 거기에 파리 출신인데다 <라따뚜이> 작업에도 참여했던 조명 아티스트 줄리앙 슈라이어가 참여해 리얼리티를 더했다. 그와 비슷하게, 런던 시합 장면 작업 때는 영국 출신 조명 아티스트 여러 명이 동원됐다. 캘러헌은 좀 우중충하고 흐린 조명을 썼다. 영국 출신 조명 아티스트 한 명이 약간의 불만을 표시했지만, 그녀는 이렇게 대꾸했다. “그럼 뭘 기대했어?”
그녀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 영화에선 과거의 어느 영화보다 많은 군중 신이 등장한다. 내가 <카 2>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주얼의 다양성을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실험해 볼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스파이 비행기와 스파이 기차, 수많은 실내 장면과 실외 장면들, 계속되는 밤 신과 낮 신, 계속 바뀌는 기후 등이 너무나 풍요롭고 화려한 색채의 비주얼을 제공해준다. 반면 그와는 반대로 훨씬 가라앉고 절제된 비주얼이 사용된 장면들도 꽤 된다.”
3D로 진화한 자동차 세계 레이싱의 짜릿함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다
2006년 <카> 1편이 개봉된 후, 영화 산업계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기술적 혁신은 3D 상영이다. <카 2>는 3D로 개봉되는 픽사의 세 번째 작품이다. <업> <토이 스토리 3>에 이어 상영되는 3D 애니메이션 <카 2>는 극의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실제로 레이싱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짜릿함을 관객에게 선사할 것이다. 존 래세터 감독은 자신이 어떤 감독보다 3D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내 결혼사진도 3D로 촬영했다! 일반 3D 극장이 있지도 않았던 1989년에 제작한 우리의 단편 <Knick Knack>도 3D로 제작됐다. 개인적으로 난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3D에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카 2>는 3D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고 래세터는 말한다. “<카 2>의 3D 화면을 보면 사물이 굉장히 반짝이고 화려하며 섹시하고 쿨하다. 그러면서도 조명 덕에 굉장한 깊이와 입체감을 보여준다. 젖은 거리, 반짝이는 자동차, 반짝이는 건물들… 정말 ‘와’ 소리가 나올 정도다.”
스타 뮤지션들이 참여한 음악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의 뮤지션들, <카 2>에 감동과 박진감 더해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레이싱 카와 국제 첩보전이 숨막히게 펼쳐지는 와중에 감동적인 우정을 그리고 있는 <카 2>. 여기에 아카데미와 그래미 수상 작곡가인 마이클 지아치노와 그래미 수상자 라커 위저, 컨츄리 음악 작곡가 브래드 페이슬리, 영국 최고의 인기 싱어 송 라이터 로비 윌리엄스, 프랑스가 낳은 슈퍼스타 베나바, 파워풀한 일본의 걸 밴드 퍼퓸의 음악이 더해져 감동과 박진감을 배가시켜준다.
<카 2>는 마이클 지아치노가 픽사에서 네 번째로 주제곡을 작곡한 영화. 이에 앞서 그는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업>의 주제곡을 만들었다. 지아치노는 영국 스파이 핀 맥미사일이 바다 한가운데로 게잡이 어선을 타고 나가는 오프닝 신에서 어린 시절의 설렘을 느꼈다고 한다. “다들 어디 있지? 라이트닝 맥퀸은? 메이터는? 마치 자전거를 타며 서프 락 음악을 듣던 10살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난 그 기분을 바탕으로 쓴 기타 베이스의 곡을 감독에게 들려줬고, 감독은 바로 오케이를 했다. 그 곡은 영화 전편에 기본 테마곡으로 사용됐다.”
지아치노는 프랑스 곡 ‘Mon Coeur Fait Vroum’(My Heart Goes Vroom)도 작곡했다. 파리 장면의 도입부에 나오는 이 곡을 부른 건 프랑스의 싱어 송 라이터 베나바. 지아치노와 스캇 랑투가 쓴 가사를 브알렘 람헨느가 프랑스어로 개사했다.
그래미상을 여러 번 수상한 컨츄리 슈퍼스타 브래드 페이슬리는 <카> 1편 사운드트랙에 ‘Behind the Clouds’ ‘Find Yourself’ 등을 수록한 바 있다. 그는 2편을 위해서도 두 곡을 불렀다. 이번엔 로비 윌리엄스와 팀을 이뤄 멋진 로큰롤 곡 ‘Collision of Worlds’를 불렀다. 존 래세터의 말에 의하면,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이 곡은 기존의 페이슬리 노래와는 전혀 다른 곡으로, 메이터와 라이트닝 맥퀸의 우정을 담고 있다. 로비 윌리엄스는 인기 그룹 Take That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로 수많은 상을 수상한 재능 있는 싱어 송 라이터다. 지금까지 570만 장의 앨범을 판매, 영국 역사상 최고 앨범 판매고를 올린 아티스트 중 하나다.
두 번째 곡 ‘Nobody’s Fool’은 페이슬리가 직접 쓰고 불렀다. “이 노래가 흐르는 신은 이 영화에서 제일 뭉클한 장면이다. 주변에서 모두 메이터가 바보 연기를 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연기가 아니고 그 자체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걸 메이터가 깨닫는 장면이다. 그리고 메이터는 또 한 가지를 깨닫는다. 남의 시선에 좌우돼선 안 된다는 것, 자신은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걸….” 한편 라이트닝 맥퀸과 메이터가 도쿄의 세계 그랑프리 오프닝 갈라 파티에 참석할 때 흐르는 곡은 일본의 인기 걸 그룹 퍼퓸의 히트 싱글 ‘Polyrhythm’이다.
픽사, 창설 25주년을 맞다 <카>는 20주년, <카 2>는 25주년에 개봉
지난 25년간 12편의 명품 애니메이션과 상상력 넘치는 수많은 단편영화 및 광고를 제작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매번 놀라운 흥행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눈물과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로 픽사 애니메이션은 25주년을 맞아, <카 2>와 함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게 됐다.
“25년이나 됐다니 정말 놀랍다. 게다가 12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니… <카> 1편은 20주년 때 나왔고 2편은 25주년 때 개봉된다. 그러나 <카> 외의 다른 모든 영화도 내겐 다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고마운 건 우리 영화를 봐준 모든 가족, 모든 관객들이다. 그런 보람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다. 우린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늘 노력한다. 연령과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한 마디로 우린, 우리가 보고 싶은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존 래세터 감독의 말이다.
픽사는 스티브 잡스가 루카스 필름사의 컴퓨터그래픽 부서를 천만 달러에 매입한 후 픽사라고 이름을 바꾼 1986년부터 지금까지 긴 여정을 걸어왔다. 에드 캐트멀과 존 래세터 그리고 수많은 픽사의 천재적 아티스트들은 언제나 최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