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식 소재와 한국식 스릴러의 만남
‘트럭’이라는 소재는 헐리우드에서 많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단골 소재이다. 드넓은 대륙을 누비는 ‘트럭’은 다양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 스릴러, 공포 등의 다양한 장르로 보여졌다. 이제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소재인 ‘트럭’이 한국식 스릴러와 만난다. 현실적이면서도 일상화된 캐릭터를 밑바탕으로 강력한 드라마 트루기를 통해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한국식 스릴러는 그 동안 <살인의 추억>과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영화 <트럭>은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사는 평범한 트럭 운전사가 ‘시체를 운반’ 한다는 설정과 함께 우연히 의문의 연쇄살인범을 태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로써 극단적 상황에 놓인 캐릭터간의 충돌과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 등을 통해 끊임없는 긴장감을 주는 영화다. 특히 ‘CSI과학수사대’와 ‘프리즌 브레이크’ 등의 미국 드라마와 <세븐데이즈>, <더게임>, <추격자> 등의 스릴러 영화를 통해 스릴러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영화 <트럭>은 헐리우드식 소재와 한국적 정서가 절묘하게 결합된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일상화된 친근함 속 숨막히는 스릴러 소재 ‘트럭’
영화 <트럭>은 ‘트럭’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스릴러적 상황을 접목시켰을 때 일어나는 드라마에 주목한 영화다. 만약 ‘채소를 싣고 달리는 트럭 짐칸에 시체가 실려 있다면? 그리고 그 트럭에 연쇄 살인범까지 타고 있다면 어떨까?’ 라는 낯선 호기심에서 이 영화는 시작되었다. 어디든 자유로이 이동을 하는 트럭 본래의 성격과는 반대로 트럭 내부는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점 역시 스릴러적 재미를 배가 시킨다. 홀로 트럭 안에 있는 트럭 운전사는 자유롭지만 그 누군가와 동행을 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만일 그 동행인이 친구 혹은 동료가 아니라 자신을 협박하는 연쇄살인범이라면 트럭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매우 위협적이고 폐쇄적인 스릴러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상대방의 미세한 숨소리 마저 눈치챌 만한 좁은 공간, 그리고 멈출 수도 없이 계속 달려야만 하는 상황 속의 트럭 운전사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그 상황을 벗어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태가 되고 만다. <큐브>, <쏘우>, <패닉룸> 등의 영화가 폐쇄적인 실내공간 만으로 스릴러적 긴장감을 주었다면, 영화 <트럭>은 트럭 내부의 폐쇄적이면서도 고립된 공간적 특성과 함께 트럭 본래의 자유로운 이동성을 더함으로써 스릴러적 공간에 대한 색다른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장르의 탄생! ‘데드라인 스릴러’ <트럭>
- thriller 관객이나 독자에게 공포감이나 흥취를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만든 연극•영화나 소설 따위.
- deadline 1 더 이상은 넘어갈 수 없는 최종적인 한계. 2 <언론>신문, 잡지 따위에서 원고를 마감하는 시간.
영화 <트럭>이 표방하는 새로운 장르명은 바로 ‘데드라인 스릴러’ 이다. 이 영화는 단 하루의 시간 동안 시체를 버려야만 살 수 있는 트럭 운전사가 우연히 의문의 연쇄살인범을 트럭에 태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지옥 같은 동행기를 담은 영화로 크게는 ‘스릴러’ 장르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화의 장르는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해서 장르화하는 경향이 뚜렸해 졌다. 과거 ‘액션’, ‘코미디’, ‘스릴러’, ‘멜로’, ‘SF’ 등의 고전적인 장르 표현을 뛰어넘어 2가지 이상의 장르를 혼합하거나 또는 아예 새로운 장르명을 창조해 내기도 한다. 이렇게 낯설지만 독창적으로 조합된 장르명은 그 영화만의 본질적인 특성을 더욱 함축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주는 동시에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느낌을 좀더 신선하게 어필해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트럭>이 표방하는 ‘데드라인 스릴러’ 는 극중 트럭운전사 철민(유해진)이 아무도 모르게 시체를 버려야만 하는 기한이 단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적 제한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극단적 위기를 겪게 되는 등장인물의 상황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넘지 말아야 할 최종적인 한계 상황이 주는 긴장감, 그리고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는 정해진 시간 속의 스피드를 모두 담고 있는 영화 <트럭>은 용어 그대로 ‘데드라인 스릴러’ 장르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서울~강원, 총 169km. 웰메이드 스릴러를 위한 40일간의 사투!
더위가 한창인 7월 촬영을 시작하여 총 37회차, 40여일 동안 무더위와 장마, 도로 위에서 사투를 벌인 영화 <트럭>. ‘트럭’이라는 소재 덕분에 유난히 도로 장면이 많았던 현장은 서울을 시작으로 46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까지 이어졌다. 보통 한국 영화에서 차량을 이용한 씬이 평균4~5씬인 반면에, 영화 <트럭>은 전체 촬영 분량의 50% 이상이 렉카 장비를 이용한 차량씬이었다. 그리고 동시기 타 영화들이 장마로 인해 촬영을 접고 한없이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면 <트럭> 제작진은 내리는 비를 반기며 촬영 장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유난히 비 내리는 장면이 많아 강수기까지 동원하며 ‘비’ 씬을 촬영한 탓에 제작진들의 고생과 위험은 그만큼 더 수고스러웠다.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 24억원, 평균 촬영 회차 60회차. 지난해 개봉한 112편의 한국 영화 중 전국 관객수 100만명을 넘긴 영화는 단 28편. 한국 영화 위기론이 팽배한 요즘, 17억원의 제작비와 37회차로 촬영을 마친 <트럭>은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대안 모델이 되고 있다. 줄어든 제작비만큼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 헌팅을 95%이상 진행하고, 꼼꼼한 콘티 작업으로 경쟁력과 완성도 역시 놓치지 않았다.
‘생존본능’ 유해진 VS ‘살인본능’ 진구 연기파 배우 간의 신구(新舊) 대결
연기를 위해서라면 돌아가는 길도 마다하지 않는 단련된 연기파 배우 유해진. 그는 연기를 위해 ‘의상’과 ‘무용’을 공부하고 ‘서울예대 연극과’와 ‘극단 목화’를 거쳐 충무로에 입성한, 꾸준히 배우의 길을 준비해 온 배우다. <공공의 적>, <혈의 누>, <타짜>에 이어 <이장과 군수>까지 그의 필모그라피는 조연부터 주연까지 차근차근 곱씹고 밟아온 그의 인생을 닮았다. 인생이 묻어나는 연기를 위해 단련해 온 배우 유해진이 극단적 상황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트럭 운전사 철민으로 스릴러 영화를 접수한다. 날카로운 눈빛, 단정한 얼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가진 배우 진구는 드라마 <올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영화 <달콤한 인생>, <비열한 거리>를 통해 서늘하지만 존재감 있는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면서 충무로에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무뚝뚝하지만 다정다감한 캐릭터부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캐릭터까지. 자신이 가야 할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배우 진구, 그가 영화 <트럭>을 통해 순수함과 악랄함의 이중성을 가진 연쇄살인범으로 분한다. <트럭>의 유해진-진구는 <더게임>의 신하균-변희봉, <추격자>의 하정우-김윤석으로 이어지는 충무로 신흥 연기파 남자 배우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2008년 가을 한국 영화 시장의 활력을 더할 것이다.
연기의 꽃, 연쇄살인범 광기연기의 계보를 잇다!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 <세븐>의 케빈 스페이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그리고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추격자>의 하정우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영화 속에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준 광기어린 연쇄살인범 연기를 했다는 것. 결코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심리를 가진 연쇄살인범 연기는 배우라면 반드시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 중에 하나이다. 관객들도 때로는 점잖을 만큼 차갑고, 또 때로는 끔찍하게 난폭한 영화 속 연쇄살인범을 보며 그들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곤 한다. 영화 <트럭>에서는 배우 진구가 이런 순수함과 악랄함이 공존하는 연쇄살인범 광기연기의 계보를 잇는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 빠진 주인공을 영화적으로 풀어주고 싶었다’는 권형진 감독은 주인공 트럭운전사를 극단의 상황까지 내몰게 하는 캐릭터를 생각하다 연쇄살인범을 떠올렸다. 순박한 미소를 보이며 친절함을 보였다가도 기분에 따라 잔인함을 보이는 극단적 캐릭터는 주인공에게 공포와 긴장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야누스적 매력을 지닌 배우를 찾던 제작진은 소년 같은 외모에 서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진구의 눈빛에 주목했다. 캐스팅 이후 진구는 생애 최초 연쇄살인범 연기를 위해 그들의 심리를 다룬 서적을 비롯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과 관련된 기사를 참고하며 캐릭터 연구를 했고, 배역 몰입을 위해 주 촬영지인 강원도에서는 제작진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숙소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며 캐릭터에 몰입하려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진구가 보여주는 ‘김영호’를 통해 관객들은 또 한 명의 기억에 남을 연쇄살인범과 만나게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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