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24세의 어린 나이에 만든 하드고어 스릴러 <떼시스>를 통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바닐라 스카이>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어진 니콜 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를 만들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그의 차기작은 스페인에서 합법적 안락사를 요구하는 전신마비자 라몬 삼페드로의 숭고한 투쟁을 다룬 <씨 인사이드>. 영화는 국민의 90퍼센트가 가톨릭 신자인 나라 스페인에서 ‘죽음도 삶의 일부’라며 ‘스스로 죽을 권리’를 합법화 해달라고 주장, 온 국민을 뜨거운 논쟁 속에 빠뜨렸던 실화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특히 이번 영화로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휠체어 조차 거부하고 30여년 동안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자의 고통을 뛰어나게 표현했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매우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직시하는 그의 굳건한 내면 연기는 ‘영화의 심장부’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언제나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주는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포착하는데 있어 탁월한 감각을 지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이번 영화 <씨 인사이드>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불어넣어 관객의 감성을 뒤흔든다. 전신마비자의 억눌린 욕망을 마치 새가 훨훨 날아가는 것 같은 시점으로 보여주는 영화 도입부와 후반부, 꿈 장면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은 그저 딱딱해 보일 것만 같았던 안락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신비감과 독창성을 부여한다. 그저 논란이 되었던 실화를 재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화로서 라몬 삼페드로의 삶을 재조명한 것. 또한 어둡고 고난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던 라몬 삼페드로의 밝고 쾌활한 성격, 그가 던지는 유쾌한 유머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다시는 볼 수 없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