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세상을 꿈으로 채색한 파스텔 환타지
영화 [투발루]는 느낌이 다른 영화다. 행복한 꿈속을 헤매는 듯한, 아름다움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황홀하게 한다.
그 비결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칼라제조 방법. 정교한 흑백필름으로 촬영된 후, 각 공간의 설정에 따라 시퀀스별로 채색되었다. 건물 밖은 회색과 푸른색으로, 실내는 따뜻한 세피아 톤이, 증기기관이 놓여진 마법의 방은 붉은 색이, 사악한 그레고어가 등장할 때는 녹색을, 그리고 라스트 씬이 해피엔딩은 장밋빛으로 반짝인다.
흑백 위에 칼라를 채색하는 것은 [쉰들러 리스트]의 빨간옷을 입은 소녀장면에서 시도되어 호평받은 바 있지만 [투발루]와 같이 영화전체를 채색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것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영화가 처음 소개되던 시기에 시도되었던 기법으로, 일일이 손으로 각 프레임을 색칠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투발루]는 시퀀스마다 펼쳐지는 파스텔 톤의 색깔들로 영화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의 아련한 설레임과 정교함을 복원시킨다. 흑백과 칼라의 독특한 효과를 원하는 다른 영화들의 경우 [플레전트 빌]처럼 칼라영화를 탈색시키거나 스티븐 소더버그의 [트래픽]처럼 필터로 칼라를 교차시키는 보다 손쉬운 방법을 채택한다. 그러나 [투발루]의 경우 매 프레임마다 광학처리를 통해 채색을 하는 정교한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보통 칼라영화와는 다른 깊이와 환상적 느낌을 포착해낸다.
몸짓으로 더 깊게 전해지는 사랑과 유머
[투발루]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놀라움은 이 영화의 언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들려지는 것은 음악과 웃음소리, 그리고 리드미컬한 증기기관의 박동소리 뿐. 그러나 그처럼 조용하기에 등장인물들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고 그들의 해프닝은 더욱 유쾌하다. 보통의 영화들에서 간과되는 배우들의 눈빛, 표정, 동선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
컴퓨터 그래픽과 블록버스터가 난무하는 현대영화 속에서도 챨리 채플린의 흑백무성 영화가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를 [투발루]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 범람하는 대사 속에서 우리가 잊어왔던 느낌의 디테일들을 이 영화는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유럽영화의 거장 자크 따띠의 디테일과 챨리 채플린의 천재적 몸짓, 팀 버튼의 동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영화.[투발루]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6편의 단편영화로 100여개 국제영화제서 수상한 신예, 바이트 헬머
34세의 신인감독 바이트 헬머. [투발루]는 그의 첫 번째 장편.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신인감독의 데뷔작이 아니다. 바이트 헬머는 14세때 첫 영화를 발표한 영화신동이며 장학생으로 유럽 유수의 예술학교에서 수학한 재원이다. 그리고 그는 첫 단편영화로 50개의 상을 싹쓸이했고 그 이후 발표한 단편들로 50개의 상을 석권, 전세계 130개 영화제에 초청되어 100여개의 상을 가져간 놀라운 단편영화의 귀재였다. 96년 빔 벤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제작, 공동 시나리오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고 에밀 쿠스트리차의 각본을 담당한 고르단 미믹이 그의 두 번째 영화각색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장편 [투발루]는 그렇게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AWARDS
- '1999 플란더스 국제 영화제 FIPREISCI상
- Kiew 몰로디스트 영화제 관객상
- 호퍼 국제영화제 최고 무대장치상
- 바이에른 영화제 차세대 감독상
- 모스크바 'Face of Love' 페스티벌 연기상 & 특별상
- Slamdance 영화제 촬영상
- Lunen 키노페스트 관객상
- Saarbrucken 영화 페스티발 관객상
- 바바리언 영화제 최우수 신인감독상
- 투빙겐 영화제 청년상
- 싼 세바스띠안 국제 영화제 신인 감독상
- Porto 영화 페스티발 심사위원 특별상 & 관객상
- '2000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관객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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