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와 낙천주의의 균형을 맞춘 따뜻한 코미디★★★★★
폴 웨이츠 감독은 인생의 경이로움과 아이러니, 우연 등의 주제를 즐겨 다룬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인 굿 컴퍼니>에서 그는, <어바웃 어 보이>와 <아메리칸 파이>에서 이미 다룬 바 있는 ‘통념을 벗어난 부자 관계’라는 소재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상황은 전작들에 비해 훨씬 드라마틱하다. 최근 몇 년 간 거의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기업 합병, IT 기업들의 도산, 다국적 거대기업 등 변화무쌍하고 혼란스런 최근의 세계 경제가 바로 그 배경이다.
“<인 굿 컴퍼니>를 통해 나는 <어바웃 어 보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빌리 와일더 감독 작품들의 맥을 잇고 싶었다. 빌리 와일더는 냉소와 낙천주의의 균형을 맞출 줄 아는 보기 드문 감독이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과 성공 지향주의, 그리고 인간적 삶의 갈등을 매우 예리하게 포착했고, 이러한 갈등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댄은50대의 나이로 20년동안 몸바쳐 일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0순위의 인물이 되고 아들뻘 되는 카터를 보스로 모시게 되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댄을 밀어낸 나이 어린 보스 카터 역시 악인의 캐릭터는 결코 아니다. 그는 성공지향적이긴 하지만, 어릴 적부터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자랐으며, 이혼까지 당하고 가족을 상실한 외로운 인물이다.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적대감이 흐르지만, 결국 이 감정은 따뜻한 부자간의 관계로 바뀌게 된다.
감독은 만족스런 삶을 누리다가 하루 아침에 일과 사생활 모두에서 위기를 맞은 두 남자의 관계에 대한 매우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정신을 매우 교묘하게 건드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급변한 회사 시스템 속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내딛는 주인공의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은 웨이츠 감독답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나는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심각한 인생의 위기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웃어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코미디’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두 개념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스러운 로맨틱 걸,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요한슨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준비하는 와중에 아빠의 젊은 상사와 비밀스런 연애를 시작하는 댄의 딸 알렉스 역할에 바로 빠져들었다. 자신처럼 19살인 이 캐릭터에 그녀는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서는 알렉스의 상황은 그녀 자신도 불과 얼마 전에 겪었던 것이라고 덧붙인다. 폴 웨이츠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스칼렛을 캐스팅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덕분에 그녀의 캐릭터는 놀라울 정도로 리얼해졌다. 아빠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알렉스가 아빠 품을 떠나 독립적인 성인 여성으로 거듭나면서 이들 부녀는 서로와의 관계에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제 막 이십대에 접어든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며, 강인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는, 허스키하지만 탁하지 않은 목소리와 글래머러스한 완벽한 몸매, 캘빈 클라인이나 마크 제이콥스의 뮤즈로 불릴만큼 뛰어난 패셔니스트로 헐리우드를 뜨겁게 달구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인 굿 컴퍼니>를 비롯하여,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액션 블록버스터 <아일랜드>와 <러브송 포 바비 롱>, <매치 포인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블랙 다알리아>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국내에서도 확인할 날이 멀지 않았다.
천방지축 개구쟁이에서 꽃미남 킹카로 성장한 토퍼 그레이스
토퍼 그레이스는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시트콤 <That ‘70s Show>의 주인공으로 유명하지만, 카터 역을 맡길 배우를 찾던 폴 웨이츠 감독에게 영감을 준 것은 토퍼의 데뷔작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이었다. 캐릭터에 날카로운 지성과 완벽한 희극적 타이밍을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토퍼 그레이스에게, 꿈꿔왔던 초고속 승진의 순간에 사생활이 엉망이 되고 마는 야심만만한 MBA 출신 청년 역할을 맡기는 것은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는 선택이었다. 폴 웨이츠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토퍼는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인데 그 에너지는 데니스 퀘이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의 축이 되는 그들간의 관계에서 극명한 대비가 더욱 두드러졌다.” 제작자인 크리스 웨이츠는 이렇게 덧붙인다. “토퍼는 젊은 시절의 잭 레먼(Jack Lemmon)을 연상시킨다. 가장 냉소적인 캐릭터에도 소년스런 열정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데니스 퀘이드 역시 복잡한 감정이 녹아 들어가있는 긴 대사를 훌륭하게 소화할 줄 아는 토퍼 그레이스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토퍼는 굉장히 재능있는 배우다. 나는 시트콤 출신 배우들한테 가끔 놀라곤 하는데, 그도 그런 경우다. 토퍼는 어떻게 하면 대사를 맛깔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지 무척 잘 알고 있다. 그는 대사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리얼한 장면들에 등장하는 길고 어려운 대사를 정확하게 소화해냈다.”
중년은 아름다워~!! 세상 모든 아버지들, 그리고 연륜에 브라보~!!
주인공 댄 포먼의 역할은 데니스 퀘이드에게 아주 적역이었다. 어떤 배역을 맡든지 자신감과 강인함을 미묘한 감정적 깊이와 조화시킬 수 있는 배우인 그는 이 작품에 첫 번째로 캐스팅된 배우일 뿐 아니라 이 작품의 축이 되는 관계의 중심인물이기도 하다. 데니스 퀘이드에 대해 폴 웨이츠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아직까지도 액션영화에 출연할 뿐 아니라 늘 주연을 맡는 데니스 퀘이드가 이 역할을 맡겠다고 나선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다른 배우들은 이 역할이 약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인물이 흥미로운 점은 아직 젊고 활동적인데도 갑자기 뒤로 물러서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한 살 많은 역할임에도 데니스가 이 역할을 꺼려하지 않았다는 게 내겐 정말 행운이었다.” 데니스 퀘이드는 그의 머리를 염색해준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창의적인 스타일링을 해준 의상 담당 몰리 매기니스(<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덕에 전형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 캐릭터의 나이가 내 실제 나이와 거의 비슷한데도 내가 더 나이들어 보이게 분장을 해야 했다는 사실이 내게 위안을 준다”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데니스 퀘이드에게 있어 이 작품의 매력은 폴 웨이츠 감독과 그의 재치있고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다층적인 시나리오였다. “폴은 지금 활동 중인 가장 재능 있는 감독들 중 한 명이다. 이렇게 인간적이고 누구에게나 와닿는 코미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폴은 내가 15년 전 메릴 스트립과 공연한 <헐리우드 스토리>에서 함께 일했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폴은 촬영을 새로운 아이디어나 심지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만든다.”
마그 헬겐버거에서 말콤 맥도웰까지, 숨어있는 보석과도 같은 빛나는 조연들
폴 웨이츠 감독이 쓴 뛰어난 시나리오와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입증하는 것은 이 영화를 위해 모인 빛나는 조연들이다. 댄의 임신한 아내, 앤 역을 맡았으며 인기 TV 시리즈 <CSI> 로 유명한 마그 헬겐버거, <브루스 올마이티>에 출연했으며 스포츠 장비업체 회장인 유진 캘브 역을 맡은 필립 베이커 홀, <헬보이>에 출연했으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을 요구하고 나선 카터의 아내 킴벌리 역을 맡은 셀마 블레어,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에 출연했으며 카리스마 있고 베일에 쌓인 글로브컴 대표 테디 K 역을 맡은 말콤 맥도웰 등이 그들이다. 마그 헬겐버거는 특히 시나리오와 다른 출연진, 그리고 제작진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댄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모두 세심하게 그려진 정말 뛰어난 시나리오다. 훈훈하고 유머러스하며 날카로운데다 현대 미국사회를 잘 반영하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내가 끌리는 건 바로 이런 작품들이다. 마음과 영혼이 녹아있는 그런 작품들.”
차라리 연기를 하지…운동은 어려워~~
<인 굿 컴퍼니>의 세 주인공에게 있어 가장 힘들었던 촬영 중 하나는 운동 장면이었다. 뛰어난 스포츠우먼인 알렉스를 연기하기 위해 스칼렛 요한슨은 2004년 1월부터 프로 테니스 선수이자 운동 상담가인 넬스 반 패튼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고,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개봉 이후 밀어닥친 각종 시상식, 이벤트, 시사회 등으로 인한 강행군 속에서도 매주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난 전형적인 뉴욕 여성이라 평생 한 번도 테니스 라켓을 잡아본 적 조차 없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넬스는 내게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토퍼는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 고등학교에서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스칼렛의 공을 받아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어리숙한 연기를 보여야 했다. 데니스 퀘이드와 토퍼 그레이스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 ‘친선’ 농구 경기를 위해 훈련을 해야 했다. 몇몇 스포츠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데니스 퀘이드였지만 농구에는 자신이 없었다. 토퍼 그레이스 역시 이 장면이 힘들었음을 고백하며 웃으며 말한다. “나는 농구를 잘 못하기 때문에 NG가 굉장히 많이 났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데니스가 나보다 훨씬 못했다는 점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