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일본 최고의 여배우 테라지마 시노부!
<바이브레이터>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와 메가박스일본영화제를 통해서 소개된, 2003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 중 한 편이다. 머리 속을 가득 채운 ‘목소리들’로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한 여성이 우연히 만난 트럭 운전사와 함께 짧지만 특별한 여행을 하며, 자아를 찾고 고통을 치유해가는 기분좋은 떨림과 희망이 있는 영화가 바로 <바이브레이터>이다. 특히 주연을 맡은 여배우 테라지마 시노부가 그 해 일본 내 모든 영화상의 여우주연상을 독점하면서 더욱 화제에 올랐던 작품이다. 요코하마영화제, 닛간스포츠영화대상, 호우치영화상, 키네마준보, 마이니치영화콩쿨, 블루리본상 등 열거만으로도 의심의 여지 없이 2003년 일본 최고의 여배우임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그외에도 베니스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 등 연이어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도쿄국제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테라지마 시노부는 일본 가부키 명문가 출신으로 연극계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바이브레이터>에서 과감한 전라 연기에 도전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랜 상처와 고독 속에 침잠해 있던 여주인공 레이의 내면의 고통을 섬세하면서도 대담하게 연기해내면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을 뿐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서의 자리를 굳힌 것이다. 영화 <바이브레이터>의 원작은 아카사카 마리의 동명소설로 여성작가 특유의 시각, 청각, 촉각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현대 여성들의 고통과 욕망을 그려낸 작품이다. 감독인 히로키 류이치는 자막, 잡지와 라디오 속 누군가의 목소리, 그리고 주인공 레이의 머리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등의 다양한 형식을 빌어 소설 속 언어의 감각적인 표현을 영화적으로 완성해냈다. 살갗을 스치는 한 줄기 상쾌한 바람과, 트럭이 일으키는 엔진의 진동에 몸을 맡기고 살을 맞대는 따스한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바이브레이터>. 영화 속 낯선 남자와의 색다른 ‘항해’가 봄과 함께 찾아올 예정이니 그 희망에 가득찬 ‘바이브레이션’을 직접 경험하기 바란다.
가슴 깊이 전해지는 따스하고 기분좋은 ‘바이브레이션’!
창백한 살갗, 흔들리는 불안한 눈빛, 머뭇거리며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 그녀가 말한다. “만지고 싶어” 그렇게 여주인공 레이는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와의 소통을 시작하고, 그녀의 절실한 한 마디는 메마른 도시를 살아가는 고독과 외로움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도쿄에서 니가타를 오가는 여행이 시작될 때, 그 여행에 동참하는 것은 영화 속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상처와 좌절, 고통을 겪은 모든 이들을 위한 위안과 치유의 여행, 영화 <바이브레이터>의 특별한 ‘항해’는 우리 모두를 향해 열려있는 것이다. 차창 밖의 풍경을 뒤로하고 달리는 트럭을 비추던 카메라는 상공을 한 바퀴 선회하고는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아주 조그만 희망으로의 한 걸음이 시작된 것... 차창 밖 얼굴을 스치는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내가 있고 딸이 있고 또 괴롭히는 스토커까지 있다는 오카베와, 술과 먹고 토하기가 전부인 레이는 트럭의 진동에 몸을 맡기고 살을 맞댄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도로, 새벽녘 항구의 시원한 바닷바람, 온 몸을 붉게 물들이며 보듬어주던 촛불의 향연을 오가며 그리고 오카베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며 레이는 어느 순간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던 ‘목소리들’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예상치 못했던 만남과 짧은 여행을 통해 그녀의 가슴은 따스하고 기분좋은 진동으로 가득채워진 것이다.
영화적인 새로움으로 다시 태어난 소설의 매력!
여성작가 특유의 탁월한 심리적 묘사를 보여주었던 아카사카 마리의 원작소설 <바이브레이터>. 감각을 자극하는 섬세한 문체로 쓰여진 이 소설의 독특한 매력은 영화 <바이브레이터>에서 원작과는 또다른 느낌과 감수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주인공 레이의 심리적 혼란을 표현하듯 조금씩 흔들리면서 잡아낸 카메라의 불안한 시선과, 과감한 자막의 사용 그리고 머리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과 잡음처럼 섞여드는 갖가지 소리들은 풍경과 트럭 안을 오가는 적절한 편집의 호흡과 함께 소설 이상의 매력을 지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소중한 만남과 여운이 있는 특별한 로드무비 <바이브레이터>!
영화 <바이브레이터> 또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하고 전형적인 로드무비의 이야기틀 안에 있다. 하지만 자막이나, 갖가지 목소리, 무선, 라디오, 차의 진동 등 사운드의 다양한 활용과 자연스럽고 리듬감 넘치는 대사, 창 밖을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적절하게 삽입된 음악들로 인해 단순한 줄거리 이상의 풍부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감독인 히로키 류이치는 <바이브레이터>에서 역시 자신의 장기인 일상에서의 잔잔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감각적인 영상을 통해 잡아내는 연출력으로 영화를 우리 곁에 살아숨쉬는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테라지마 시노부의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연기와 이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오오모리 나오의 연기 앙상블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 거칠고 위험해 보이는 겉모습 안에 숨어있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남자의 본능은 레이의 모든 고통을 감싸 안고 다독여준다. 레이가 ‘그저 좋은 사람이 된 기분’으로 출발했던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여행’ 그 자체뿐만이 아닌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로드무비의 진정한 매력과 미덕은 모든 여행의 길 끝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소통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행엔 길동무 세상살이엔 인정’, 로드무비엔 음악!
<바이브레이터>의 여행과 따스한 교감 그리고 드라마의 깊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 전체를 감싸듯 흐르는 적절한 음악의 사용이다. 여행의 출발과 함께 흐르던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의 곡 ‘Superhero’를 시작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화면 속에 녹아들어간 사이먼 르 본의 ‘Magic Bus’, 팻 분의 ‘April Love’ 등의 노래들과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곡 ‘L’all’ee des Sphinx’, 그리고 영화의 중간과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장식한 하마다 마리코의 노래 ‘Song Never Sung’과 ‘당신에게’가 영화의 감동적인 여운을 더욱 깊이 간직하게 해준다. 이들 매혹적인 음악과 함께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해주는 영화 <바이브레이터>의 기분좋은 ‘항해’로 한 걸음 크게 내딛어 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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