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변방인 이란 영화를 단숨에 국제적인 총아로 등극시킨 이 시대 문제적 감독. '착한 영화'로 묶이는 순수한 사람들의 이야기, 힘겨운 삶, 그러나 타고난 낙천성, 관습적인 도덕, 꾸밈없는 연기,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진실을 포착하는 카메라가 그의 영화적 특징이다. 사실 이런 특징은 40년대 이태리 네오리얼리즘에서 추구한 것이지만, 이 감독에 이르러 절정을 맞은 듯한 느낌마저 준다. 그는 일찌기 어린이 교육용 드라마를 찍다가, 차츰 다큐멘타리풍의 영화를 연출했다.
그가 세계영화계에 '발견'된 것은 87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그해 로카로느 영화제에 출품되면서부터였다. 이 영화제에서 대상은 우리나라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받았고, 압바스의 영화는 은표범상에 그쳤다. 그러나 이미지와 가공,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이 영화는 거의 무공해다운 순수와 변방의 해맑은 시선으로 엄청난 해독 작용을 하며, 엄청난 찬사에 휩싸였다. 그리고 92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와 94년 [올리브 나무 사이로]로 이어지는 3부작은 그의 연출 재능과 작가정신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가를 유려하고 차분하게 보여줬다. 일명 '지그재그 3부작'으로도 불리는 이 '이란 북부 3부작'은 전편을 이어받아 제작되었고, 아이들이 자라고, 이란의 지진의 상처가 숨김없이 드러나며, 그리고 애틋한 사랑이 보는 이를 미소짓게 하는 감동이 서려 있다.
이처럼 영화와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넘나들며, 인위적인 이야기보다는 자연스런 삶의 진실을 담은 그의 대표작들이다. 이후 97년 [체리맛 향기]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영화들의 반복처럼 느껴지지만, 허무와 권태 때문에 자살충동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차분한 치료법을 들려주는 지혜의 영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덕분에 이란 영화는 약진했고, 세계영화 팬들에게도 새로운 영상언어와 함께 설득력있는 감동을 전해준 공이 크다.
2001년 이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소형 카메라로 사랑 이야기를 찍으며 디지털 영화 작업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더욱 자유로워진 그의 작품 세계는 다양한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냈다. <사랑을 카피하다>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처음으로 이란을 벗어나 완성한 작품으로 63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다.
Filmography <쉬린>(2008), <텐>(2002), <ABC아프리카>(2001),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1999), <체리 향기>(1997),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1), <클로즈업>(1990),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