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종두
뺑소니 사고를 낸 종두가 교도소에서 막 출소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돌아온 종두를 노골적으로 귀찮아한다. 어느날 생각 없이 피해자 가족을 찾아간 종두는 다 이사가고 없는 낡은 아파트 거실에 혼자 남겨진 장애인 여자와 마주친다.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종두는 다시 그녀를 찾아가고 혼란스러운 욕정을 느끼지만 여자는 두려움에 일그러진 몸짓을 보인다. 종두는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져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자괴감에 빠져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던 어느 밤, 뜻밖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여자, 공주
공주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오빠 부부가 이사가던 날, 그녀는 낯선 남자의 그림자를 보았다. 행동이 불편한 그녀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방안에 걸린 오아시스 그림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그것은 창 밖 커다란 나무의 흔들리는 그림자일 뿐이었지만 공주는 그것을 어쩌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날, 그녀의 아파트에 남자가 들어온다. 공주는 남자가 자기 몸을 만진 것, 아프게 한 것까지 온통 난생 처음 겪는 것 뿐이다. 남자가 사라진 뒤 공주는 오아시스 그림과, 밤과 혼자라는 것이 무서워졌다. 무슨 생각이 났던 것일까. 공주는 힘겹게 몸을 움직여 전화번호를 누른다.
사랑, 오아시스
종두와 공주는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종두와 세상에서 소외된 공주의 사랑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종두의 형네 카센터에서 데이트를 한다. 그러면서 둘은 서서히 교감을 느낀다. 사랑 안에서 공주는 정상인으로 걷고 웃고 말하며, 사랑 안에서 종두는 사랑하는 여자를 보듬는 듬직한 남자다. 둘은 오아시스 그림 앞에서 춤추고 사랑을 나누지만 운명은 때로 잔인하게 엇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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