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2004, Blood Red / Rojo Sangre)
| 영화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 감독이자 프로듀서로서의 멀티플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폴 나시 감독의 작품으로 감각적인 비주얼과 구성이 인상적인 작품.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이자 아티스트라는 자존심을 갖고 다른 일은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배우라는 직업에 재기를 원하는 파블로. 그러나 실직한지 오래되어 신인감독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베테랑들은 이미 그를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모처럼의 오디션에서 그는 “당신은 말론 브란도나 돈 주앙이 아니다”라는 면박만 당할 뿐 도무지 신진 제작자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훌륭한 배우라 생각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길은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주머니에 2.3유로의 돈이 없어 점심을 걸러야하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TV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주목받는 스타들을 질투하기 시작한다. 배우도 아닌 것들이 배우 행세를 하고, 가수라고 하기보다 쇼걸에 가까운 그들이 스스로를 스타라 칭하는 것을 출세하지 못한 이 불행한 배우는 보기가 영 거북하다. 가치의 불공평, 기회의 불균등은 순수한 열정을 삐뚤어지게 만들어 급기야 유명인들을 제거하려는 결심을 세우는데... 중요한 회의에서 사용하는 프리젠테이션용 슬라이드 필름 포맷에 인물을 넣어 제시하는 인트로가 감각적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따라 핏빛 톤으로 영화를 물들이는 색감의 자유로움, 드라마와 핏빛 느와르를 오가며 빠른 시간 안에 살인에 익숙해지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 등을 따라가다 보면 감히 남의 얘기라며 방관할 수 없게 된다. 꿈을 쫒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쉬 지치는 이 시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일탈의 모험담. (채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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