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풍금(1999, The Harmonium In My Memory)
| 강원도 산 속 마을 산리의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 열 일곱,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에 이르는 문 앞에 선 그녀의 삶에 어느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으로 산리의 초등학교에 부임한 스물 한 살 총각 선생님 수하. 그가 길 위에서 홍연을 "아가씨"라 불러 세우며 학교로 가는 길을 묻던 그 순간, 홍연은 피할 수 없는 첫사랑의 운명에 빠져든다. 모두가 어린아이로 생각한 자신을 처음 여자로 봐 준 사람. 어느새 홍연의 일상은 온통 수하의 얼굴로 가득 차는데...
홍연의 담임을 맡게 된 수하는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서투르지만 열정어린 가르침을 펼친다. 자잘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교실에서 언제나 애정 어린 배려를 잃지 않는 수하의 모습에 홍연의 사랑은 점점 깊어간다. 그러나 수하의 마음은 같은 학교 교사인 양은희 선생님에게 쏠리고. 지적이며 세련된 모습, 청순한 아름다움과 단호한 의지력을 겸비한 연상의 그녀를 볼 때마다 홍연의 슬픔은 깊어진다.
양은희 선생을 향한 수하의 마음은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학교 화장실에는 두사람에 대한 낙서가 가득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사람의 곁을 맴도는 홍연의 시선. 매일 제출되는 그녀의 일기장에서 수하는 얼핏 그녀의 마음을 느끼지만 그에겐 양은희 선생의 얼굴뿐... 그러던 어느날 수하가 양은희 선생에게 빌려준 LP 레코드가 아이들의 손에서 산산조각이 난다. 애써 태연한 척 마음을 잡는 수하. 하지만 불길한 예감처럼 양은희 선생은 약혼자와 함께 유학 길에 오른다. 부서진 사랑으로 가슴아파하는 수하를 보며 홍연은 희미한 기대를 품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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