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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원정기 - 황병국 감독 나의 결혼원정기
kobanoky 2005-11-17 오후 6:45:16 893   [5]


1. 스틸(still)

어릴 적 회상을 하는 장면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스틸 컷을 이용했다. 우리의 추억들은 하나의 동영상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의 파노라마적 흐름이 더 정확할 듯 싶다. 만택과 희탁이 어릴 적 동네 아줌마의 목욕하는 모습을 창문 틈으로 몰래 보던 추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한다. 행복한 순간이든가, 재미난 에피소드, 잊을 수 없는 아픔의 현장 등을 표현하기에는 이러한 스틸 기법이 제법 보는 이로 하여금 집중력을 높여주거나 나름의 여운을 남겨주는 것 같다.


2. 순이

요즘 왜 이렇게 '순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지 모르겠다. '삼순이', '금순이', '맹순이' 등 브라운관에 이어 이제는 스크린에도 순이 열풍인 모양이다. 이 작품에서도 '순이'는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김라라'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북한 탈북자 격인 '김순이'(수애)이며 다른 하나는 만택이가 직접 밥을 챙겨주기도 하고 또 그밥을 같이 먹기도 하는 딸같은 '홍순이'(개)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18세 순이'가 있다.
 

3. 18세 순이

1984년 경 나훈아의 히트곡인 '18세 순이'. 만택과 희철은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연기를 했다던 그 장면에서, 이 노래를 동네 방송 마이크를 잡고 열연한다. 재미난 사실은 이 노래가 이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를 함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순이 찾아 가야해...."의 가사를 가만히 염두에 두고 있다가 마지막에 정말 순이가 돌아온 것을 연상해보면 이 노래가 갖는 주제의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다 자빠뜨려~

"다 자쁘뜨러"는 우즈베키스탄 발음으로 '내일 또 만나요'라는 뜻이다. 단순히 우즈베키스탄의 언어라고 웃고 넘어가기에는 그 단어가 함축하는 의미가 크다. 소설을 읽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만택이가 멀리서 바라보는 수애를 향해 '다 자빠뜨려!....다 자빠뜨려!'라고 외치는 장면이 결말을 암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5. 내 시작은 미약하여도 그 끝은 창대했다.

만택의 독백 형식의 내레이션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기 전에 잔잔히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기나긴 오욕의 사슬을 끊어내고자 떠났던,
나의 결혼원정기를 소개하려 한다.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했다'..."
끝의 '했다'라는 표현이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이미 알려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


6. 안쪽 굽이 닳은 사람은 성실하다?

어찌하지? 난, 바깥쪽 굽이 많이 닳는 편이데. 쩝. 나도 꽤 성실한 편인데 나이 많은 우즈베키스탄의 노인이 한 말이라서 흘겨 듣기에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는 안쪽 굽도 좀 닳도록 노력해야겠다.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진정한 성실성'을 위해!


7. KBS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모티브로 한 영화


8. 우즈베키스탄 현지 로케이션.

우즈베키스탄은 독립국가 연합의 일원으로서, 돔의 이슬람 사원과 실크로드 시대를 간직한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다양하고 이국적인 나라이다.
'뜨람바이'라는 전차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함은 물론 만택과 순이의 데이트 장면으로 등장하는 등 이 작품에 많은 기여를 한다.
'브로드웨이' 거리는 우리나라의 대학로와 비슷한 분위기란다.희철이 맞선녀 알로나와 노천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며 데이트를 즐기는 곳이다.
'비비하눔' 사원이라는 곳이 있다. 중앙아시아 최대의 모스크(이슬람교의 사원)인 이곳은 티무르 왕이 가장 사랑했던 왕비의 비비하눔을 위해 지은 건축물이라고 한다. 이 영화 속 대규모 축제 신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불꽃놀이와 함께 보여지는 이국적인 사원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8. 사랑이 꽃피는 나라?

희탁이 모텔에 빈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관객들에게 폭소를 터져나오게 한 말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개방화 물결을 타고 세계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할 만한 나라인 대한민국에도 성에 대한 닫힌 인식이 점점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선 대학생들의 성적 문란함을 걱정하기도 하고, 농촌에서는 벼농사를 짓는 노인들을 옆에 두고 삐까번쩍한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가는 아이러니컬한 장면이 목도되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희탁도 유부녀와 모텔을 들어가려고 한다.


9. 리얼리티

황병국 감독은 이 영화를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2002년 4월, 3주 동안에 걸쳐 실제 노총각들의 결혼원정에 동행해서 많은 캐릭터를 구상했다고도 한다.
우즈벡 현지 스텝 46명과 (현지 스탭 중에는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 출신이 절반 이상) 한국 스텝 72명이 적절하게 배합된 것도 현지 문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정재영은 약 15kg을 살 찌웠다고 하고, 유준상은 동그랗고 볼록한 배를 만들어 보이기 위해 촬영 직전마다 3리터가 넘는 물을 섭취하기도 했단다. 또한 스텝의 1/3 이상이 물갈이로 인해 온몸에 빨간 반점이 번지게 된 것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을까. 극 중에서 만택이 물갈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10. 사회문제보다는 개인문제에 더 천착했다는 감독의 변.

국제 결혼 중 70~80%는 결국 이혼하기도 하는 현실 속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것들을 두 노총각이 이겨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미쳤나! 쌀 수입하고 마늘 수입하는 것도 속이 뒤비지는데, 내 보고 여잘 수입하라꼬!” 극중 만택의 대사다. 베트남 처녀, 필리핀 처녀, 연볜 처녀에 이어 우즈베키스탄까지 뻗치고 있는 대한민국 농촌의 현실을 간접적이나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나에겐 더 의미가 있었다.
감독은 애써 피력한다. "사랑해본 적 없어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이들의 삶을 통해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다시 묻고 싶다"고.
사실, 우리나라 농촌에도 건강한 청년들이 많다. 다만, 농사를 짓는다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을 뿐. 오히려 도시의 얄팍함을 품고 있는 그들보다는 더 순수할 지도 모를 일이다.


11. 어라? 다마스!

영화를 유심히 보던 나에게 저 멀리 우리나라 브랜드인 '다마스'가 지나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엔 대우 현지공장이 있다고 한다. 


12. 농촌 노총각의 수줍지만 진심어린 고백.

"안보면 생각나고, 생각나면 웃음만 나고, 웃다가 또 괜히 중얼거리고, 또 혼자 쑥스러워지고...은아씨....다시 데리러 와도 되겠죠?"
 

13. 뮤직비디오...<미소> 박혜경

"미소가 너무 착해~"라는 가사 구절이 맘에 든다. 영화 속에서도 그 미소가 자주 보인다. 특히, 만택의 웃음은 순진무구한 표정 그 자체인 것 같다. 정재영의 연기력이 더 돋보이는 환한 미소가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14. 나름의 이유를 품고 살아 온 노총각 만택과 희탁.

만택은 어릴 적 아줌마의 목욕을 몰래 훔쳐보다 그 집 딸과 눈이 마주친 이후 여자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순수하고 순진한 청년이다. 멀쩡한 두 다리를 갖고도 여자 한 번 사귀어 보지 못한 이유치고는 너무 순박하지 않은지. 한편, 희탁은 조금 다르다. 자신이 사랑한 여자가 돈 많은 도시 청년에게 시집을 간 것이다. 그 이후로 희탁은 바람둥이 행세를 하면서 자신의 그리움과 사랑에 배신당한 아픔을 애써 가리며 살아 가는 캐릭터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행해진 결혼식장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우리나라 노총각에게 빼앗긴 아픔에 술을 취해 식장에 등장한 우즈베키스탄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을 보면서 만택은 죽마고우인 희탁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한 생각을 갖게 된다.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여운을 주는 장면이다.
돈, 조건 따위의 배경에 사로잡혀 결혼이라는 불행의 씨앗을 품고 사는 이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우리는 애써서 행복의 미소를 짓곤 한다. 진실한 사랑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은 일침을 가하는 고마운 장면이다.

 

2005.11.17.
written by 나무, 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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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원정기(2005, Wedding 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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