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섬, 실미도에서 이 영화가 잃어버린 아름다움 실미도
titter 2004-01-06 오전 7:52:54 694   [0]

"이름도 없는 새끼랑 우리가 어떻게 같아?"
"내가 왜 이름이 없어. 나 한상필이야."

평소 대원들을잘 배려해주었던 박중사가 죽음의 막바지에 몰리자 발악을 하며 내뱉는 말에 한상필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 때, 처음으로 배우 정재영의 극중 이름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저 몇조 조장으로만 지칭되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괜객에게 각인시키는 첫 순간은 영화의 마지막에 도달해서였다. 그리고 대원들은 동요한다. 처음부터 아무도 모르게 써먹고 아무도 모르게 없애버릴려 했었던 국가의 계획에 대한 분노때문이었다. 그리고 죽는 것보다 죽은  뒤 자신의 이름 석자도 묘지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더욱 분개했었다. 그들에게 이름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들이 고된 훈련을 견디며 버티게 해준 끈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 이름 한 번 날리고 당당하게 살아보겠다는 희망이었다. 그런 그들의 이름이 이미 사회에서 사라져버려 있었다는 사실은 국가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사실보다 더 강한 박탈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진입에 실패했을때, 대원들은 피로 버스에 이름을 쓰고 나서 수류탄을 던져 자폭한다.


영화에서 이름은 매우 중요한 소재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이름이 영화에서 가지는 위치에 비해 그 개개인의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은 너무 미약해 양팔저울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결국 영화는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게 된다. 분명 눈물샘을 자극하고 그들의 분노에 공감을 하는 듯 내 주먹을 꽉 쥐게 만들고는 있지만 그 소재가 가지는 깊이를 따라가고 있지는 못했다. 그들 모두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었다고 일괄적으로 묶어버릴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사연들이 좀 더 영화 속에 베어나왔더라면 사지를 넘나들면서까지 그렇게 이름을 알리고자 했던 그들을 더욱 이해하게 만들 수 있지는 않았을까. 대원들에게도 인권이 있고 그들의 인권이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렸던 현실을 다루는 영화에 비해 개개인의 존재는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잃어버린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기에 단순한 재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영화로, 이제까지의 전쟁영화와의 별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 없는 영화로 멈춰서고 만 것이었다. 물론 이런 가슴아픈 역사, 잃어버린 역사에 대한 접근과 그를 알리고자 하는 노력은 높이 사야할 것이지만 역사를 그리는 영화이기에 좀 더 신중해야하는 것도 뺴놓을 수 없는 노력이다. 조금 더 신중했었더라면 빛이 났을 영화가 바로 실미도였다.

 

http://lucidjudge.cafe24.com


(총 0명 참여)
1


실미도(2003)
제작사 : 한맥영화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silmido2003.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17979 [실미도] --------------------------------------- (34) starzel 04.01.25 1115 3
17969 [실미도] 실미도를 보고왔는데...어제. rkelrjs 04.01.24 755 0
17957 [실미도] 궁금한 점... (1) drrhythm 04.01.22 713 2
17955 [실미도] 실미도를 오늘 보고왔습니다. (1) gnsduddbs 04.01.22 742 1
17952 [실미도] 억지감동 (2) glory007 04.01.22 840 5
17949 [실미도] 실미도 아주 잘봤습니다.... skekdld 04.01.22 602 2
17946 [실미도] 실미도...나에게 많은 감동을 준 영화;;; withoutyou 04.01.21 620 0
17945 [실미도] 실미도... jini444 04.01.21 622 3
17940 [실미도] 실미도...아직은 역부족~~ (1) ara3826 04.01.21 755 0
17939 [실미도] 정말 지금껏 본 영화중 최고의 영화였다..실미도는. (1) play2329 04.01.21 744 1
17936 [실미도] 나는 실미도가 역겹다 (2) kdjjy 04.01.20 1315 12
17927 [실미도] 실미도.......다시 보고 싶은 영화....하지만.. buksy7 04.01.20 593 0
17904 [실미도] 르뽀도 픽션도... 별로인영화 (2) seenseok 04.01.19 806 1
17896 [실미도] 보고나니.... lampnymph 04.01.19 809 7
17872 [실미도] 이 영화를 보신 분 혹은 보실 분 꼭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1) defsteelo 04.01.17 939 2
17812 [실미도] 필독...!!! 실미도와 반지의 제왕 (7) kmh7109 04.01.15 804 3
17811 [실미도] 영화 "실미도" ... tokkit2 04.01.15 658 0
17770 [실미도] 실미도 [★★★★☆] jun718 04.01.14 681 0
17733 [실미도] 잼있게 보았다는 사람도 많고... winygom 04.01.13 728 0
17729 [실미도] 실미도 = 실망도 (14) teambutton 04.01.12 1199 4
17715 [실미도] 실미도 boazzang44 04.01.11 614 0
17694 [실미도] 실미도의 아쉬움..... handaesuck 04.01.11 865 2
17646 [실미도] 제 감상평(실미도사건다큐 방영분주소포함) a989898987 04.01.09 873 1
17642 [실미도] 실미도를 보고 nanaa1 04.01.09 655 1
17582 [실미도] 감동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ansan 04.01.08 722 0
17570 [실미도] 최고의 영화였다!!! (7) sunbeamsky 04.01.08 928 5
17554 [실미도] 실미도를 보다 guswjd33 04.01.07 607 0
17535 [실미도] * 실미도 감상평 * (1) cupid_j7 04.01.07 1329 12
현재 [실미도]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섬, 실미도에서 이 영화가 잃어버린 아름다움 titter 04.01.06 694 0
17496 [실미도] 실미도에 대해서........... boazzang44 04.01.05 655 3
17475 [실미도] 우리가 감추었던 역사 ,.... 이제는 알아야 한다... badahj 04.01.04 832 3
17455 [실미도] 이런식으로 밖에 표현을 못했던가 ? (18) elwlffpd 04.01.02 2058 12

1 | 2 | 3 | 4 | 5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