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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도망자>이제는 말해야 한다. 실미도
tillus 2003-12-31 오전 12:06:18 807   [0]

군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를 비롯해 소위 나랏밥 쳐드시던 분들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숫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 문득 머릿속에 잠깐 맴돌았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서는 비록 ‘구우일모’ 같은 숫자이겠지만, 실미도라는 별로 낯익지 않은 섬에서 31명 꽃다운 나이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한 비극의 사건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가로부터 부름 받은 후, 3년간의 기나긴 지옥을 거쳐 왔는데, 그 결말은 어이없는 정말 인간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고 납득이 가지 않는 버림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쥐가 구석에 몰렸을 때, 지렁이를 밟았을 때 그 마지막 반항이자 최후의 몸부림을...


영화는 가슴속에 응어리져있던 국가에 대한 그 사람들의 비참한 울분을 대신 토해내게 만든다. 마치 나 자신도 당시 실미도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같이 고통스러워하고, 같이 웃다가도 끝내 슬퍼하게 만든다. 그 사람들의 격분은 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을 대표한 격분이었으며 슬픔이었다. 주석궁에 침투하여 김일성 목을 따오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들을 무장공비라 지칭하여 버스를 탈취하고 청와대로 향하던 중 당시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자결케 할 수 밖에 없었던 국가를 증오하게 만든다.

그 눈물로 얼룩진 사건이 이렇듯 완벽히 재현될 수 있었던 데에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자들의 충실한 열정과 노력이었다. 당시 사건에 연루되었던 모든 사람들의 심정을 속속들이 꽤뚫어 냄과 동시에 완벽에 가까운 연기력으로 재탄생 시켰다. 조금씩 가미된 픽션은 상관없다. 오히려 첨가된 그 픽션이 영화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설경구라는 배우를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연기력 때문이다. 물론 설경구 같이 뛰어난 혹은 설경구를 능가하는 배우가 있을 것인데, 그 배우가 영화의 흥행에서도 설경구를 앞선다 해도 이 생각은 변치 않을 것 같다. 한 표정의 얼굴에 선과 악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도 상당히 볼만 했다. 역사적 사건 때문에 여배우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등장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계슴츄래 내뿜는 배우들이었다. 그 중 허준호의 연기에 실로 오래간만에 탄복을 해야만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또 사납기만 한 악역을 맡았구나.” 라는 생각을 일시에 뒤엎어 버리고, 훈련병들에게 나눠 줄 씹을 거리를 떨구며 가슴 벅찬 감동을 만들어 냈다. 이 영화에 기대하지 못했던 숨은 공신이었다.

솔직히 영화에 대해 더 이상 진지하게 하고 싶은 말은 별로 없다. 영화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고, 벅찬 슬픔과 감동을 전달 받은 건 사실이었고, 그들의 희생과 노력에 그리고 비참한 죽음에는 애도를 표한다.
또한 그들을 그렇게 만든 국가와 당시 권력을 지녔던 사람들이 훨씬 더 악한 자들이고, 사람이라고 조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못된 짓을 일삼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국가의 권력에 무참히 희생된 아무 죄 없는 사람처럼 미화시키는 것에는 설득 당하고 싶지가 않다. 그들도 재소자로 들어가기 전 올바르게 살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었을 것이다.(아버지가 빨갱이었다 하더라도 사람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일은 안 할 수 있었다.) 그 길을 스스로 차 버리고 들어와 국가로부터 끝내 버려져야만 하는 운명을 택한 건 어찌 보면 그들 자신이었다. (억울하게 끌려 들어온 사람도 있었을지 모른다만) 그런 그들을 욕할 마음도 없지만, 그들이 옳았다라는 마음도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이런 어두운 부분의 역사는 TV로든 영화로든 하루속히 밝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어두웠던 과거를 거울삼아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알고 노력해야 하고, 진심으로 사죄하며 이제는 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실미도에서 훈련받은 그들은 기간병이 무서워 할 정도로 살인병기가 되어있었고, 그때 그대로 평양 주석궁을 침투했다면 김일성 목을 따 오는데 성공했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다소 이해가 안간다. 북한의 주석궁을 침투할 정도라면 남한의 청와대 침투하는 것은 훨씬 더 쉬웠을 텐데, 박정희와 단판을 지으러 간다는 자들의 행로가 너무 쉬웠다. 왜 남의 눈에 띄지 않은 산과 들을 헤쳐 나가지 않고, 뻔히 보이는 대로로 청와대를 향했을까..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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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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