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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소년은 자라서 아버지가 되는걸까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fungus440 2013-08-01 오후 4:10:05 511   [0]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

 

어린 아이에게 있어 부모라는 존재는 한없이 크기만 하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부모의 그늘에서 안정을 찾는다. 부모는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만능해결사이며, 부지불식간에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아이의 머리가 굵어지면서부터 아이의 삶에서 부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부모는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두세대에 걸친 비극을 그리고 있는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은 두 남자가 등장한다.

 

절박한 부정, 루크

 

 

모터사이클 스턴트맨으로 전국을 방랑하는 루크는, 자신이 아버지 없이 자랐기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다고 믿는 인물이다. 때문에 하룻밤 스쳐지나간 여자인 루미나와 자신의 사이에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루크는 아들만큼은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키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방랑의 삶을 접고 가족 곁에 정착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녹록치 않다. 아이는 루크를 대신한 다른 남자의 손에 자라고 있고, 변변한 직업이 없는 그는 자신의 삶조차 감당하기 힘이 든다. 결국 루크의 절박한 부정은 그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하고, 그는 끝내 파국을 향해 위험한 질주를 시작한다.

 

액션에 치중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초반 라이언 고슬링의 라이딩씬은 그의 절박함과 속도감이 잘 어우러져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감독의 요구에 라이언 고슬링은 두달간 집중적으로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워야했고, 그는 마침내 모든 라이딩씬을 스턴트맨 대역없이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었다는 후문.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던 에이버리

 

 

에이버리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패스했지만, 사법관 출신 정치인인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싶지 않아 직업경찰로서의 삶을 택한 소신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이 죄의 씨앗을 품은 아담의 자손이었을까. 범법자가된 루크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는 실수를 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세간의 영웅이 된 에이버리는,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서 그토록 경멸했던 아버지의 힘을 빌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로써 그는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지만, 그가 가졌던 순수를 잃고 죄책감이란 죄의 낙인을 안고 살아간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지배했던 감정은 안타까움이다. 아버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던 두 남자의 삶이, 어느순간 그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아버지와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비극적인 운명의 장난은 이 두 남자의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또다시 아들 세대에서 반복되려 한다.

 

죄의 유산을 이어가는 두 아들

 

 

세월이 흘러 15년뒤, 에이버리의 이혼으로 그와 떨어져 살던 아들 AJ가 루크의 아들 제이슨의 학교로 오게 되면서 이들의 악연은 다시 시작된다. 이들 아버지들의 과거를 아는 관객의 입장에서,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로 비뚤어진 두아이가 아버지의 운명을 반복하는 것을 지켜보기란 여간 불편하고 초조한 일이 아니다. 특히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앳된 소년이, 절정의 순간 총을 들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에서는 그 안타까움이 최고조로 증폭된다.

 

왜 모든 소년들은 아버지가 되어야만 할까.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지키려했던 아버지라는 이름이란 대체 무엇인가. 개인의 의지와 선택으로 죄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단 말인가. 죄의 배후에 숨겨진  안타까운 사연들은 잊혀지고 종국엔 가혹한 심판만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그 잔인한 운명 앞에 선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나약하다.

 

 

영화는 1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걸쳐 두 세대에 걸친 비극을 그리고 있지만, 탄탄한 드라마와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연기를 따라가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거기에 감독이 죄와 부정에 관해 끊임없이 불편한 질문을 던져대는 통에 넋놓고 방심할 수도 없다. 유쾌한 헐리웃 영화는 아니지만, 배우들과 스토리가 빚어내는 쓸쓸한 뒷맛의 매력은 다른 영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간만에 본 미쿡산 웰메이드 무비 한편.

 

(라이언고슬링이 출연한 드라이브와 블루 발렌타인도 정주행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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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2012, The Place Beyond the Pines)
제작사 : Focus Features, Sidney Kimmel Entertainment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acebook.com/Korea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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