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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그것 또한 아름다운 나만의 하모니 일듯 킬러의 보이프렌드
godqhr1244 2012-03-22 오후 11:22:36 11216   [3]

생각해 보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들에는 그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가 있었다.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라는 주제 말이다. 앞날이 암울하던 소년은 자신이 거대한 지도자가 되는 미래와 만났고(<터미네이터>), 과학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심연의 세계를 만났고(<어비스>),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던 주부는 스파이 세계와 만났고(<트루 라이즈>), 신체의 부자유를 안고 있던 청년은 자유롭게 비상할 수 있는 세계를 만났다(<아바타>). 그리고 전세계 재난영화와 멜로영화의 바이블이 된 그의 대표작 <타이타닉>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분을 초월해 서로의 삶을 넘나드는 자유와 아름다움이 공존했던, 단 한 번 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와의 만남.


그런 점에서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가 3D로 만들어진다는 건 꽤 의미심장하다. 그가 우리에게 안내하고자 하는 그 '새로운 세계'를 손에 잡힐 듯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 수단이니까. 그는 단순히 그 세계를 스크린에 전시하는 걸 넘어서 우리가 그걸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길 원했고, 그러기로 작정해 만들어진 <아바타>는 3D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가 정말 그 판도라라는 곳에 발을 들인 듯한 완벽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이 한 편의 영화로 '3D의 제왕' 자리에 오른 제임스 카메론은 그 기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전설적인 대표작 <타이타닉>도 3D 버전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3D 버전의 <타이타닉>은 15년 전에 봤고 지금도 케이블에서 심심하면 보게 되는 영화를 전혀 다른 영화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 원인은 아마 절반은 3D 덕분일 것이다.

 

아바타>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진보적 세계관을 보여준 바 있는 이미 <타이타닉>에서부터 그것을 펼쳐보인 듯 하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만남 또한 결과적으로는 벽을 사이에 두고 있던 두 세계가 융합하는 과정이니까. 현재의 타이타닉 탐사대는 말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의 다이아몬드 '대양의 심장'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 와중에 타이타닉 호에서 발견된, 그 다이아몬드를 하고 있는 어느 여성의 그림을 발견하고, 심지어 그 그림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할머니까지 만나게 된다. 로즈라는 이름의 할머니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100년 전(영화 속 배경이라면 약 85년 전) 타이타닉이 처음이자 마지막 항해를 떠나던 그 현장 속으로 안내한다. 로즈는 집안 재정 문제 때문에 원치 않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미국행 타이타닉 호에 올랐다. 그리고 거리의 화가인 잭은 포커 게임에서 운좋게 3등실 티켓을 따게 되면서 출발 직전에 타이타닉 호에 입성한다. 앞이 빤히 보이는 자신의 미래에 절망감을 느낀 로즈는 바다에 뛰어들기로 하는데, 이를 우연히 잭이 목격하면서 둘의 위대한 만남이 시작된다. 그동안은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서로의 세계에, 서로의 마음에 들어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을 그 배 안에서 단 며칠동안 경험하게 된다.


15년 만에 극장에서 다시 본 3D 버전의 <타이타닉>을 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놀랐다. 첫번째 이유는 이미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완벽에 가까웠던 3D 컨버팅 기술이었다. 마치 15년 전 촬영 당시 이미 3D 버전도 미리 만들어놨던 것처럼, 이번에 나온 3D 버전의 <타이타닉>에서는 '2D 영화의 3D 컨버팅 버전'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괴리감이나 피로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영화 속에서 3D 효과는 관객에게 입체감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간감과 간접체험을 향한 훌륭한 안내자였다. 단지 앞으로 훅 튀어나오는 효과만 잘 살리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훅 꺼지는 느낌 또한 몹시 실감나서, 타이타닉이 초반에 과시하는 위용에서부터 후반에 펼쳐놓는 아찔한 침몰의 순간까지 관객이 온몸으로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아바타>에서부터 제임스 카메론이 누누이 강조했던, 얄궂은 입체감이 아닌 실제같은 공간감으로서의 3D를 <타이타닉>의 3D 버전에서도 훌륭히 구현했고, 덕분에 우리는 타이타닉 호의 으리으리한 외관과 내부를 미끄러지듯이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생겨나 지금까지도 '남녀의 애절하고도 위대한 로맨스'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는 이 리얼한 3D 효과 덕분에 상당히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다. 영화를 시각 이상의 더 다양한 감각으로 느끼게 하는 3D 효과라는 지원군을 얻은 덕분에, 타이타닉 호는 사랑이야기가 펼쳐지는 현장을 넘어서 현실 세계와는 다른 곳에 있는 소우주의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연료를 쉴틈없이 태우는 맨 아래 칸에서부터 현재 시세로 수억원에 달한다는 티켓값의 1등석 객실까지를 카메라를 따라 훑다보면, 이미 예전에 숱하게 본 영화인데 이제서야 타이타닉 호에 제대로 승선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를 통해 깨닫게 된다. 아, 이 감독은 <아바타>의 '판도라'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타이타닉 호'를 대체 세계의 선배로서 던져주었구나 하고.

타이타닉 호가 실은 단지 잭과 로즈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를 위한 찬란한 배경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3D 버전을 보고 나니 더욱 절실히 와닿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부터 눈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위치에 있는 부유층까지 모두가 모여 있었던 거대 여객선. 그곳은 어쩌면 지금도 유효할 계층적 갈등이나 생계로 인한 곤란, 그 속에서 누리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자유까지, 우리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갖가지 관계와 갈등 구조가 응축되어 있는 하나의 사회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타이타닉 호를 인류 역사상 길이 기억될 재앙의 장소 정도로만 여겨왔겠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되면서 사실 이 곳에서도 뜨거운 인간의 이야기가 있었음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3D 버전으로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니, 그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꿈을 꾸고 삶을 펼치던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더욱 피부로 실감나게 느껴지더란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잭과 로즈의 러브 스토리도 더 큰 함의를 갖게 됨을 알게 됐다.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다시 말해서 서로 다른 각자의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이 영화는 로즈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로즈가 잭의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빤하기 때문에, 삶에서 더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에 삶을 포기하려 했던 로즈는, <아바타>에서 신체 활동의 제한으로 극도의 절망감을 안게 된 주인공 제이크와 알고보니 무척이나 비슷하다. 여자 팔자를 뒤웅박 팔자로 여기던 당시 상류층의 의식은 집안 재정 상태와 겹치면서 로즈에게 더할 나위 없이 답답한 족쇄가 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잭과의 만남은 그런 족쇄를 벗어던지게 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체면같은 거 차릴 필요가 없게 되고, 몸이 느끼는 대로 춤출 수 있고, 마음껏 침 뱉고 욕도 할 수 있는, 계급이 낳은 허위 의식에 인간의 본성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는 곳으로의 진입. 부와 명예가 발목을 잡지 않고, 그것들로는 대신할 수 없는 역동적인 자유가 있는 곳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로즈가 잭과 사랑에 빠진 결정적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유의 박탈로 인해 호흡 곤란으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자신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에. 결국 <아바타>의 제이크처럼, <타이타닉>에서 로즈의 삶 또한 그 며칠 간에 겪은 다른 세계에서의 체험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세계의 일시적인 방문객이 아닌, 일원으로서 완전히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인간의 존엄, 나아가 생명의 존엄을 영화 속에서 강렬하게 어필하는 모습 또한 <아바타> 이전에 실은 <타이타닉>에서부터 보였던 듯 하다. <타이타닉>이 역사적인 실제 재앙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아픔을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그저 '전설적인 재앙' 정도로만 기억되어 있던 타이타닉 호 사건을 이토록 생명력 넘치게 되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2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제작비로 역사상 최악의 재앙 중 하나를 블록버스터로 구현했지만, 그 결과물에서는 시종일관 인간의 존엄을 향한 적극적 외침이 들린다. 상류층의 돈과 명예로 덧입혀진 허위 의식보다 더 위대한, 자신과 타인의 생을 향한 의지가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65명 정원의 구명정에 절반도 채 태우지 않은 상류층과,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을 위한 연주를 멈추지 않은 연주자들의 고결함을 대비시키며, 인간의 존엄을 존중할 때 그 위에 위엄과 명예로움도 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잭과 로즈의 러브스토리는 이러한 감독의 메시지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빛나는 상징인 셈이다. 제임스 카메론 덕분에 타이타닉 호는 으시시한 재앙의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숨쉬고 있었던 삶의 현장으로 탈바꿈했고, 3D 버전으로 관객들은 그 현장을 더욱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개봉한 이래로 숱하게 봐 온 영화를 이렇게 새삼스럽게 평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그만큼 익숙한 줄 알았던 영화를 완전히 새롭게 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3D 버전의 <타이타닉>은 그저 트렌드에 발맞춰 예전 영화를 3D로 재현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완벽에 가까운 3D 효과의 구현은 이전보다 영화 속 세계가 한층 더 손끝으로 가까이 다가온 느낌을 전하고, 이를 통해 이전엔 묻혔을 지도 모를 영화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이미 본 사람에게도,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새롭게 느껴질,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감독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 <아바타>의 명대사 'I see you.'는 이미 <타이타닉>에서부터 존재했다. 여러 모로 <타이타닉>은 <아바타>의 전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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