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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를 찾아내는 그녀들의 이야기 훌라걸스
mansoledam 2007-03-16 오전 2:07:07 1600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일본 아카데미 11개 부분의 노미네이트와 6개 부문 수상 소식을 먼저 들었다. 그와 함께 이상일 감독의 연출과 아오이 유우 주연의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목을 보니 그동안 일본 영화에서 많았던 보이즈, 걸즈 류의 영화인가 싶었다. 그런 영화들이 보통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에 그치는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궁금해져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아오이 유우가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먼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이 영화는 기존의 걸즈 류의 영화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기존의 그런 영화들은 젊음과 청춘의 열기, 그리고 가득 차 있는 에너지를 스포츠든 음악이든 어떤 방식으로 분출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한층 더 성숙해지는 성장 영화의 한 종류로서 비슷한 관습적인 요소들을 비틀어 재미있게 전달해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의도부터가 다르다. 그녀들이 훌라 춤을 연습하게 된 것은 그런 기회가 찾아왔고 주어졌기 때문이다. 마도카 선생의 멋진 모습을 보고 한층 더 빠져들긴 했지만 그녀들의 시작은 호기심이나 재미가 아닌 자신들도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였다.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알리고 싶었고 무엇이든 하고 싶었기에 춤을 연습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녀들이 춤의 재미에 빠져들어 본격적인 댄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나중 이야기다. 이렇듯 시작부분부터 벌써 기존 작품들과 노선을 달리하고 있어서 아무리 제목이 -걸스 지만 그와 같은 류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 된 일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그런 의도의 신선함과 함께,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력, 그리고 ‘아오이 유우’다. 영화는 굳이 어떤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려는 의도가 적은 편이다. 그런 것이야 어떻든 그저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보여주기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어머니의 반대가 부딪히거나 선생님이 떠나려 하거나. 그런 다양한 경우들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그런 과정을 별 감정 없이 담던 카메라는 그 순간 집중도를 높여 밀도 있는 영상을 끄집어낸다. 음악을 순간적으로 없애고 느린 화면과 그들의 목소리나 행동만을 담아서 그 순간의 격해진 감정과 긴장을 극도로 높인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눈물을 뽑아내는 영화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과정의 자연스러움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부분들의 연출이나 내러티브는 너무 인위적이라 아쉬움을 느낀 부분도 없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순간들은 괜찮았지만 그 순간에 돌입해서 나누는 대화들과 그 분위기는 너무 뻔하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기미코의 어머니가 그녀의 춤에 감동해 바로 그녀를 돕는 행동을 보여주거나 하는 장면도 그런 장면들 중 하나였다. 또 마도카 선생이 사유리 아버지의 죽음을 알린 후 보인 그들의 분위기와 대화가 압권이었다. 모두가 돌아가자고 하지만 그냥 춤을 추자는 사유리의 대사는 민망할 정도로 너무 작위적이다. 하지만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그들에게서나 관객들에게나 한 번에 뒤집어 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아오이 유우다. 그 상황에서 밝게 웃으며 말 한 마디 던지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듯 이 영화에서 아오이 유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은데 그것이 극 중에서 캐릭터의 비중이 크기 때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영화 전체가 그녀에게 기대어 있는 모습을 띄고 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안에서 확실한 행동과 연기로 어떤 분명함을 띠고 빛을 뿜어낸다. 다른 어떤 아쉬움이나 좋은 점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가를 고민할 것 없이 그녀를 보면서 그것들을 털어낼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극의 분위기를 휘어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빛이 나게 만드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은데, 사나에가 떠나가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이별의 아픔을 담아낸 표정이라든가, 기차역에서 선생님을 위해 추는 춤이 그렇다. 연기자는 대사의 전달과 표정뿐 아니라 몸짓으로도 캐릭터의 느낌을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많은 장면을 차지하는 훌라 춤에서까지 돋보이는데 그 순간엔 오히려 완벽한 몸짓보다는 표정에 눈길이 간다. 어머니 앞에서 춤을 출 때, 자신이 지금 마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진지한 표정과, 마지막 공연에서 마도카 선생에게 배운 프로 댄서로서의 웃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너무도 환한 웃음을 가득 안고 있는 표정이 극히 대비되는데 둘 다 너무 잘 소화해내고 있음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일지 짐작도 안 갈 정도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여성들이 훌라 댄스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마지막 장면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굳이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진 않지만 결국 주체적으로 광산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 몸을 던진 것은 여성들이었다. 영화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너희는 광부의 딸들이다’라든가 ‘여자들이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대사들이 그런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마을의 위기와도 같은 광부들의 위기를 무엇이 됐든 그녀들의 힘으로 이겨내려 했고 그 노력으로 인해 결과가 좋게 나타났으니 그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굳이 실화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 영화의 메시지는 그녀들의 마음을 잘 전달하고 있다. 하와이안 파라다이스 개장 공연에서 그동안 다양한 일들이 있었음 상기시키듯 카메라는 바쁘게 그 잔재들을 쫓으면서 관객들의 나머지 눈물마저 뽑아내려 노력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녀들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길에서 관심과 애정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클리셰와도 같았던 그녀들이 식사 중에 끊임없이 발을 놀리며 연습하던 장면이었다. 아무래도 제목 탓에 그런 장면을 잔뜩 기대하고 온 것 때문이 아닐까. 그에 반해 ‘빌리 엘리어트’를 따라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어머니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안타까웠다. 영화 중 가장 빛나는 명장면으로 꼽을만하지만 그 장면이 춤이란 코드까지 같이하여 이미 보았던 장면이라 기분이 애매했다. 부자에서 모녀로 바뀌었지만, 아오이 유우의 춤이 너무도 멋졌지만, 눈물을 머금고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던 장면이었다. 그밖에 기미코의 오빠나 마도카 선생, 그리고 사유리나 아이 딸린 댄서 같은 조연들의 캐릭터를 더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주로 사건 위주로 감동을 주고 있어서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 같지만 그들의 존재감이 흐려진 것이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걸스 류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감동을 준 것이나 아오이 유우의 열연은 이 영화를 추천하게 만든다. 볼만한 영화임엔 분명하나 그밖에 단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다양한 아쉬움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아오이 유우라는 배우가 메꿔 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음악과 춤보다는 광부의 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힘을 내어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해내는지를 주의 깊게 보면 더 좋은 영화로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주어진 기회를 붙잡아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즐거운 영화 ‘훌라 걸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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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훌라걸스(2006, Hula Girls / フラガ-ル)
제작사 : 씨네콰논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수입사 : 씨네콰논 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hulagirls.showbo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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