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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봄날은 간다] 사랑에 아파하는 연인들 봄날은 간다
mvgirl 2001-10-04 오전 9:56:36 943   [6]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허진호 감독의 3년만의 신작.
<8월의 크리스마스>가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었던 연출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 왔었던 나에겐 그의 신작조차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작품의 완성을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개봉준비를 하고 시사회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곤 시사회로 이 영화를 보았다.

<봄날은 간다>를 처음 본 느낌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멜로적 업그레이드라는 인상.
<봄날은 간다>의 느낌은 전작이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와 전체적으로 비슷하나 전작이 주인공인 사진기사 정원(한석규분)이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선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분)와 지방방송국 PD이자 DJ인 은수(이영애분)의 사랑이야기에 중심이 실어져 있다.
이제 두편의 작품 밖에 찍지않은 허진호 감독이지만 그의 영화엔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 남성, 그의 가족은 단촐하다. 어머니 없이 홀로되신 아버지 그리고 그들을 돌봐주는 고모님 정도, 그에게 형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속에선 그정도의 가족만이 등장한다. 봄날은 간다의 경우 상우의 가족 구성원에 할머니가 추가가 되어있을 뿐, 남자주인공의 가족구성원은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 그럼 여자 주인공쪽은. 그의 영화 속의 여주인공의 가족사항은 늘 베일에 가려있다. 아니 의도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 듯 보인다.감독자신이 남자인 까닭인지 아님 여성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밖에 느낄 수가 없어서인지 의도적으로 여주인공의 가족사보다는 남자주인공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한가지 더,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항상 눈에 띄인다.
이번 작품의 상우의 직업이 사운드 엔지니어란 것과 전작의 정현이 사진사라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현재의 사실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있다. 정현이 사진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이나 주변의 모습들을 기록하는 반면 상우는 주변에 스치는 바람소리나, 개울소리, 눈쌓이는 소리조차 그냥 넘어가지 않고 기록을 하고는 못배기는 사운드 앤지니어다. 기록, 허진호 감독에게 있어서 기록의 의미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그가 기록에 이토록 집착하고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고 있는 인생의 한 조각조각을 조금이나마 기록해서 추억을 남기고 싶어한다는 인생에 대한 애착이 엿보인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봄날은 간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영화는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 그리고 그와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된 지방 방송국 PD이자 DJ, 은수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다.
그들의 첫만남, 어딘지 모르지만 시골의 기차역. 자연의 소리를 담는 특집을 진행을 위해 사운드 엔지니어와 첫 만남을 갖는 은수. 첫만남부터 한 상우, 기다리다 지쳐 약간의 졸음에 빠진 은수. 이들의 만남은 일상적이긴 하지만 어딘지 좋은 출발 같아보이진 않는다는 느낌.
그들이 하는 일은 자연의 소리 채집하여 방송을 하는 일. 상우는 지나가는 대밭의 스치는 바람소리, 개울에서 흐르는 물소리, 깊은 밤 산사에 쌓이는 눈 소리조차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평범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그런 소리들을 놓치지 않고 정성스레 잡는 그의 모습에서 은수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상우 역시 소리 채집에 동행하는 그녀의 존재가 웬지 싫지 않다. 오히려 히죽히죽 싱겁게 웃음을 짓게 할 정도로 설레어 하는 분위기다. 짐작했던 분위기 대로 그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발전시킨다. 초반 그들의 사랑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다 변하기 시작하는 건 여자쪽이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방황을 하게 된다. 아니 상우가 그녀에게 그가 사귀는 사람을 보고싶어 하신다는 부모님의 의중이 그녀에게 전달되면서부터 였다고 짐작 된다. 그리곤 그녀의 방황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를 만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상우와 떨어져 있고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급기야 그녀는 상우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상우는 사랑하는 그녀를 잊지 못해 방황을 하게된다. 영화의 후반은 사랑을 잃어버린 상우가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성숙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정적이고 극을 이끌어가는 호흡이 굉장히 느리다. 감독은 아무 걱정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상우의 가족들의 모습이나 상우와 은수가 일을 계기로 사랑을 이루고 이별을 하는 과정 등을 상당히 천천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카메라는 늘 고정이 되어 있으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듯 항상 배우들과 일정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관객의 의도에 부합하듯 음악 또한 부드럽고 잔잔하다. 한 쌍의 연인이 만나서 사랑하는 과정을 아주 담담하고 냉정하리만치 객관적으로 그린다.

이 영화는 앞에서 언급했든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의 연인들은 여느 다른 영화 속의 연인들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 가까운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한번의 이혼의 아픔을 갖고있는 은수. 그녀는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성에게 “자고 갈래요 ?” 라는 말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을 만큼 인생의 때가 묻어있다. 한편 상대편 남자, 상우. 그는 호감을 갖고는 있지만 호감이 있는 여성에게 선뜻 손을 내밀 만큼 대범하지 못하다. 여하튼 이렇게 이들의 사랑은 시작되었고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남들도 그러하듯 상당히 뜨거웠다. (여자의 보고싶다는 한마디에 서울서 강릉까지 한달음에 달려갈 정도로..) 그러다 어느 순간 여자가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의 존재가 이제는 부담스럽게 시작하기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그녀의 방황은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그녀의 고민을 순진한 이 남자는 알리 가 없다. 눈치도 없이 부모님이 보고싶어 하신다는 이야기를 한다. 연애가 이번이 처음인 듯한 까닭이다. 그것이 아마도 그녀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라… 여하튼 여자는 방황을 하며 술을 먹기도 하고 때론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이 남자는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않는 남자.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사랑하고 있기에 그녀가 오기를, 그녀의 전화를 그는 마냥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헤어지잔 말을 한다. 거기엔 싫어졌다거나 부담스럽다는 일언반구의 이야기도 없다. “헤어져.” 한마디다. 그녀의 당황스러운 말에도 한줄기 미련이 있는 상우의 대답은 “내가 잘할게”다. 그런 그의 태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그녀의 대답은 오직하나 “헤어져”이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하지만 남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자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고 여자의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마지막 강릉에서 그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는 그녀를 그 눈물과 함께 쓸어버린다. 그리곤 그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한번 찾아온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가 내민 손을 그는 매몰차게 거절하고 그녀는 쓸쓸히 그와 헤어진다.

난 여자의 입장에서 은수를 이해하려고 한다. 과연 그녀는 왜 상우에게 헤어지자고 하고 왜 다시 상우에게 다시 다가서려고 했을까? 한번의 결혼을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은수,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이라는 건 있으면 의지가 되긴 하지만 그것에 따른 부담감 또한 크다는 걸,
그녀는 알고있었다. 한번의 이혼은 “사랑”의 허무를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고 그녀는 그러한 허무한 사랑에 다시 한번 빠진다는 걸 두려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사랑에 자신이 없어 흔들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픔을 주었던 것이다. 이제 자신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지나쳐간 사랑에 후회를 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어떻게 든 자신의 방황을 수습하기위해 남자에게 다가서지만 이미 그 사랑을 정리한 남자에게 그녀는 미련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랑이 부담스러워 그 사랑을 밀어내면서도 그 사랑이 그리워 다시 다가서는 자신의 모순에 대해 너무나 잘 알면서 사랑이 다가오면 다시 또 밀쳐내는 아주 미련한 여자이다. 아마도 이 여자는 이러한 방황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완전히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아주 경험이 많거나 이해심이 많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 아님 그녀는 일생을 혼자서 방황을 하며 불행한 삶을 살던지….

한가지 더, 이 영화 속의 남자주인공 상우의 캐릭터를 생각해 보았다.
만약 상우가 연애라는 감정에 서투른 사람이 아니었다면 은수의 아픔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그녀를 꼭 안아줄 수 있는 많은 경험의 소유자 였다면 아마도 그러한 은수의 행동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더라면 그들은 그렇게 아픈 사랑을 아픈 이별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아마도 은수는 못된 여자이고 상우는 불쌍한 남자라고 들 말할것이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 솔직이 난 은수가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고 자신의 행동을 수습하지도 못한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다가선 남자에게도 거절을 당하게 된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줄 깨달았음에도 그녀는 자존심 때문에 그에게 매달리지도 못하고 아무런 표정 없이 뒤돌아 나온다. 그리곤 무슨 미련이 아직까지 남아있는지 자꾸만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또다시 그녀는 사랑에 상처를 받았다.
반면 상우는 어떤가! 그가 사랑에 방황하고 이별의 아픔에 고통스러워 할 때 소주 안주로 컵라면을 슬그머니 가져다줄 아버지가, 떠난 여자와 버스는 붙잡는 것이 아니라고 인생의 충고를 해 줄줄 아는 할머니가 있다. 또 그는 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어딘지 성숙해 보이며 이젠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다가올 또 다른 사랑에도 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적어도 그는 미래의 사랑에 대한 불안함은 없어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로 인해 사랑의 아픔을 겪었던 상우의 모습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때문에 후회하고 그것 때문에 홀로되는 은수의 모습이 더욱 안쓰럽게 보인다. 은수의 곁에는 자신의 행동을 나무랄 부모님도 형제도 보이지 않으므로…
또한 쓸쓸히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찬란해서 슬펐던 그래서 불안했던 봄날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붙들고 싶어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안타까운 사랑을 해 보았던 여성이라면 그러한 여성 때문에 안타까운 사랑을 했었던 기억이 있는 남성이라면 그러한 은수의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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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2001, One Fine Spring Day)
제작사 : (주)싸이더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Applause Pictures, Shochiku Film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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