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마주하기 전이면 늘 그래왔듯이 많은 사전 지식과 다양한 경로로 입수한
예고편들과 interview등에서 얻어지는 달콤한 유혹들을 핧은지가 벌써 수개월.
게다가, 올 여름 블럭버스터들의 면면을 살펴본 이 라면 높아질대로 높아진 눈과
입맛을 달래는 것이란 무척 버거운 일이다.
터미네이터 3, 미녀삼총사 속편, Bad Boys 2, X-men 2, 툼레이더 2, 헐크, 그리고
Matrix 2,3 편...
드디어 그 첫 테잎을 끊은 X-Men 속편, X-men United (X-men, 힘을 합치다)를
마주하는 - 그것도 전세계 동시개봉으로 - 설렘은 Mania 들의 큰 기쁨이다.
X-Men 각자 만으로도 주인공을 꿰찰만한 한데, 12명이나 되는 X-men 들이 힘을
합친다니 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으리오.
Men in Black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X-men 시리즈 또한 melting-pot 이라 불리는
미국의 갖가지 인종 차별, 소외 문제를 담고 있음에도 이미 전편에서 풀어놓은
무게감 덕분에 수월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내딛는다.
비록, 스톰과 나이트크롤러의 대화나 아이스맨의 커밍아웃 장면, 스트라이커 대령
의 증오심이나 진그레이의 주체적 희생, 과거의 기억을 떨쳐버린 울버린의 모습
등은 상당한 정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진지함을 잃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극장안에서 그러한 진지함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TGV를 타고 창밖 풍경을 감상하려는 것처럼 어리석다. X-men 들은
시도때도 없이 우리의 머리를 마비시키고 눈과 귀를 빼앗아 가는것도 모자라
130분이나 되는 시간을 60분이 채 안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강력한 초능력
을 과시한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기대감을 한번에 뛰어넘은 나이트 크롤러의 첫씬으로 시작해
서 아기자기한 X-men junior 들의 재롱을 보는 기쁨을 누리는가 하면, 어느 새
X-men 대빵 매그니토(우리의 간달프 할아버지)의 플라스틱 감옥 탈옥씬에 이르면
탄성조차 잦아들게 하는 초능력의 세계로 빠져들고 만다.
특히 이번 편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들의 활약을 보는 즐거움외에도 X-men 속편
촬영중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기쁨을 누린 스톰(할리베리)의 비중과 전편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미스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에 Simone 이라는 영화로
수퍼모델로서의 미모를 맘껏 뽐냈던 미스틱 -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 - 이 실제 자신
의 얼굴을 잠시 드러내는 깜짝 장면 - 술집에서 간수를 유혹하는 장면 - 을 놓치지
말 것)
X-men 2 의 초능력에서 풀려난 지금에서야 생각난 것이지만, 이 영화에는 숨 돌릴
틈 없는 액션의 향연 외에도 상당한 분량의 진지한 대화와 전편에는 없던 로맨스도
자리잡고 있다. 찬란한 액션과 난무하는 초능력에 가려 제 빛을 내기엔 역부족이
었으나 스크린으로 옮기기에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 이었을지도 모르는 이 엄청
난 캐릭터 영화 속에 그러한 세심한 신경까지 쓴 젊은 감독의 능력을 감안하면
쓴 소리는 가당치 않다.
가서 보라. 그리고 그들의 초능력에 푹 빠져보라.
롤러코스터에서 막 내렸을 때의 허무함과 갑자기 느려진 일상에서 밀려오는 스피드
의 중독에 멍해지더라도..
PS) 현재 미국 상법에는 X-men 을 인간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미국의
수출법상 비인간 캐릭터 관련 상품에는 더 많은 세금을 물리고 있기 때문인데,
현재 X-men 캐릭터 제조사와 정부간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X-men 들의 인권을 역설하면서, 왜 실제로는 X-men 들을 인간취급
하지 않는가.
Filmania 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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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2 오후 8: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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