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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적은 누구인가? 한반도
kharismania 2006-07-05 오전 2:28:54 998   [7]
최근 독도주변의 해류조사로 인한 일본과의 설전이 뜨겁다. 일본은 자신들의 경제적 배타 구역(EEZ)을 들먹이며 강경하게 반발하지만 실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으로부터 초래된 강공술에서 벗어나지 않는 딴지걸기와 다를바없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독도가 어째서 대한민국의 국토인지를 외국인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원통한 일이지만 두눈뜨고 우리 땅이 남의 계략에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그에 따라 우리의 민족적 자주 수호감이 고취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동전의 양면같은 현실이다.

 

 한반도의 역사. 즉 대한민국이라는 현재진행형의 현대사까지의 우리민족의 역사는 피해자로써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외적들의 침입을 받으며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피를 흘려야 했던 한반도의 역사는 떄론 타국을 침략하지 않는 평화로운 민족성이라는 말로 포장되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타국을 침략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 약자의 위치로 해석해도 반발할 여지는 없다.

 

 어쨌든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현실적 이슈와도 맞물리는 감정 노출을 강하게 어필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의 현실을 논픽션과 픽션을 맞물려가며 다소 격양된 논조로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우리네 현실과 무관하지 않지만 감정적인 동조까지는 맞닿지 못한다.

 

 시작부터 영화는 지난 역사적 사실들을 연속적인 프레임으로 보여주며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 인가에 대한 어필을 적극적으로 관객에게 던진다.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강하게 상징되는 우리민족에 관련된 이야기의 궤적을 시작부터 선명하게 그리기 시작한다.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묘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휴전국으로써 언제든 전쟁이 발발해도 상관없을 듯한 위험한 지역, 특히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미국과의 마찰이 심해지고 있음으로 더더욱 그런 인상은 짙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그런 시각에 비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조차도 지니지 않는다. 이는 분명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한반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본능적인 안주감일지도 모른다. 군인들의 주적은 북한의 인민군으로 명시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은 가까운 일본이나 심지어 우방으로 불리는 미국보다도 적대감이 덜하다. 이는 분명 민족적인 근접도에서 이뤄지는 친밀감에서 기인하며 평화적인 남북외교의 영향에서 빚어진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영화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현실이 지닌 외세적 나약함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그에 따라 형성되는 국가적인 위기감을 고취된 애국적 민족주의로 무장한 채 막아내려 한다.

 

 일단 이 영화의 외적인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현실적으로 한반도는 동북아의 패권의 중요한 고지적 역할로써의 지정학적인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외세에 시달려야 했고 지금 역시도 주변의 강대국의 압력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 영화는 그런 막연한 현실을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관객에게 날을 세운채 격양되게 외친다. '이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따지듯이 묻는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필자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민족적인 성향에서 보았을 때 어쩌면 이 영화는 상당히 후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이 영화는 관객의 판단보다는 영화의 결과물을 강요한다. 과연 이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져놓고 관객의 판단을 끌어내는 논쟁의 소지가 되기 보다는 지독한 민족주의적 소망을 야기한 채 민족적인 승리에 도취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물론 결말의 인물간의 논쟁은 그런 결론이 빚어내는 과잉산물에 대한 보호구 역할을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영화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 격양되는 감정선이 지나치게 부풀어짐은 가히 염려스러울 정도다.

 

 사실 이 영화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사는 -최근 독도문제로 일본에 환멸을 느끼는 한국사람이라면 더더욱- 국민이라면 감정적으로 동조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심각한 맹점이 될수도 있다. 민족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빚어내는 선동성이 개인적인 고민보다는 다수적인 감정세뇌로 귀결될 수 있음은 단순히 영화적인 고찰을 벗어나서 파시즘적인 형태로까지 번지는 과도한 민족주의적 요구로 우회할 수도 있음이다.

 

 강우석 감독이 천만관객을 장담했음은 사실 이런 측면에서의 계산된 의도가 아닐까 싶다. 사실 실미도 역시도 우리의 민족적 현실으로부터 도출된 이야기지만 개인적인 감성안에서 맴도는 사적인 비극이 감성으로 매개되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와는 다른 감정적 궤도를 지닌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논리적인 어조대신 감정적인 호소로 관객을 선동한다.

 

 캐릭터들의 지나친 감정 이입도 이해하기 힘든 면이다. 최민재(조재현 역)와 이상현(차인표 역)의 대립 구도는 시작부터 조악하지만 이상현의 심리적 변화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그토록 강한 자의식을 지닌 인물이 한순간 쉽게 설복당하는 과정은 급작스럽기 그지없으며 캐릭터의 몰락처럼 여겨진다. 또한 대통령(안성기 역)의 이상주의적 신념은 호쾌하게 받아들여지기에는 신중함이 부족하며 총리(문성근 역)의 현실주의는 지독하게 자족적이라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 하지만 결말에서 보여지는 총리와 대통령의 논쟁은 인상적이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간의 괴리감을 영화의 결론처럼 매듭지었다면 이 영화의 지독한 이상주의는 판타지 그 자체로 허공에 떠버렸겠지만 적어도 현실주의자가 이상주의자의 성공 앞에서 태도를 바꾸지 않음은 이 영화가 간과하는 현실적 측면에 대한 보상심리로 여겨진다. 또한 그나마 이 영화속의 캐릭터들이 지닌 전형성의 답습에서의 탈피로도 여겨진다.

 

 또한 국새를 통한 사건의 해결방식 역시도 조악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중대하고도 치열한 외교의 공방전은 국새의 등장 앞에서 쉽사리 종결되고 매듭지어진다. 복잡하고 치열했던 공방전이 너무나도 가볍게 마무리되어버리는 모습앞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결론에 대한 허탈감이다. 사면초가의 국제정세안에서의 고립감과 강대국의 외교적 압박 앞에서 위기를 맞이하던 대한민국의 현실은 보물찾기로 활로를 찾는다. 영화는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영화는 현실적인 국면안에서 고민하는 듯 하지만 결국 비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달아난다. 물론 국새가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 영화의 시작부터 제기된 위기탈출의 열쇠임은 명시되었지만 그 열쇠를 손에 쥐기까지의 과정이 확연치 않은 모호함이라는 점은 실로 유감이다. 이상주의의 계산된 성공은 우리의 현실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앞에서 공허할 따름이다. 물음표를 던지지만 한껏 몸집만 부풀린채 어물쩡하게 마침표를 찍어버린 채 달아나는 영화는 심리적인 공황을 부른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던 설전은 결국 기도하는 자의 신성함앞에 무릎을 꿇고 비현실적인 판타지로 회귀한다.

 

 또한 중간중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모습 위로 오버랩되는 대한제국의 고종의 모습은 마치 영화속 대한민국 현실의 정세와 일제치하의 정세를 고착화시키는 작업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지독한 시대착오적 발상으로도 여겨지며 필요이상으로 격양된 영화의 논조에 감정적인 근거를 더하려는 무리수로 여겨진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동반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국제사회는 확실히 이익에 따라 표정을 바꾸는 것이 확실해보인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하는 한반도의 현실은 과연 어떤 고민을 해야하는가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점은 크다. 하지만 그것이 논쟁을 부르고 영화자체로부터 도출되는 의견의 모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다. 단지 감정에 치우친 채 관객을 설득하기보다는 동의를 강요하는 듯한 이야기를 받아들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강우석 특유의 해학적인 위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는 다소 아쉽다. 지독하게 무거운 주제안에 윤활유같은 웃음이나마 심어졌다면 경직된 관객의 표정이 그나마 여유로웠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이 영화가 애국적인 의도에서 제작된 국방부 홍보용 영화라면 그나마 이토록 실망스럽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우리의 주적을 확실하게 명시했다는 점. 그리고 그로인해 일본에서 이 영화의 상영이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지는 않다는 점 정도는 확실해 보인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gantrithor
초반 발굴 작업에서 강우석 특유의 위트가 있었죠. 그 이후에 강우석의 위트가 등장하지 않은 점은, 영화 전체의 흐름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영화 후반부엔 이미 반 이상의 관객들이 두 주먹을 쥐고 충혈된 눈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을 테니까요.... "정세 고착화" 를 시키는 장면이 착오적이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방식이 너무 어설펐지요.   
2006-07-14 21:10
moomsh
지금 동북아 상황은 글쎄요..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될듯 합니다.   
2006-07-13 09:44
1


한반도(2006, Hanb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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