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골드"는 갖가지 기교를 부리며 관객들의 집중을 흐트리는 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야기의 핵심 그 자체에 집중하고, 묵직한 정공법으로 결말을 향해 다가갑니다. 이 영화는 정말이지 '올바른 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는 영화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러다보니 영화 자체가 가지는 특색은 다소 부족합니다. 그림을 돌려받으려는 약자들의 분투라는 내용과 그것을 전달하는 화법은 정직하지만, "우먼 인 골드"만이 가지는 그 어떠한 다른 것은 다소 찾아보기 힘듭니다. 캐릭터들은 철저히 내용속에 종속되어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입체적인 인물이 드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헬렌 미렌을 위해 패색이 짙은 싸움에 나서는 심리 변화는 사실 입체적이라기 보다 익숙한 느낌이겠죠. (그러나 그 심리 변화의 개연성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갖가지 기교와 잔가지를 뻗어가며 런닝타임을 채우는 영화가 많아지는 지금, 이러한 정공법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개성이라면 개성일 수 있겠네요. 그러한 정공법을 받쳐주는 것은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입니다. 야만에 맞서는 약자들의 법정 분투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색깔은 "변호인", 또는 "여인의 향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진술장면에서 결코 관객을 실망시키지는 않습니다. 법정에서 전하는 약자의 진심을 듣고 싶으시다면, "우먼 인 골드"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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