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라티고 감독의 <미라클 벨리에>는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부모와 동생을 두고 있는 한 소녀(폴라 벨리에)의 이야기다. 가족 중 자신만 비장애인이라 작은 일에서부터 중요한 일까지 가정의 대소사에 절대 없어서 안 되는 구성원이다. 학교에 가서도 부모님의 업무를 전화로 해결해야줘야 하는 등 10대 소녀로서의 스트레스가 느껴질 만큼이다. 폴라는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음악교사를 통해 알게 되지만 폴라는 이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증폭된다.
자칫 무거운 소재라서 영화의 톤이 무겁게 흘러갈 수 있었지만 가벼운 터치로 감독은 작품을 이끌어나간다. 특히 폴라의 부모를 입체감 있게 캐릭터화해서 즐거움을 준다. 특히 아빠와 시장관의 관계, 부모의 성생활을 다루는 모습이 코미디로 제 역할을 해낸다. 심지어 남동생까지 이에 한 몫 한다. 영국의 코미디와는 또 다른 프랑스 코미디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한다. 모든 주조연 배우들의 캐릭터들이 이렇게 다 살아있는 작품도 오랜만인 것 같다. 음악교사와 심지어 주인공의 친구까지 모든 캐릭터에 연출자가 애정을 쏟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에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폴라가 독립을 하는 시점에서 부모와의 갈등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모가 희생의 아이콘이 되는 것이 클리셰가 될 수 있지만 여기선 그 반대의 선택을 하는 시점에서 폴라의 부모는 너무 이기적으로 보였다. 물론 장애를 안고 사는 인물이었지만 자식의 존재와 미래에 대해서 단지 클리셰를 피해 이야기를 만들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에서 몇 편이 수입되었었다. 그 중에 <빅 픽쳐>가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보니 역시 캐릭터를 만드는데 감각이 있는 연출자로 보인다. 그의 다음 작품도 꼭 수입되어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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