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탐미적 미장센 속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 놓은 사극 / 15세 관람가 / 127분
이원석 감독 /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마동석.. / 개인적인 평점 : 7점
안녕하세요?? 매서운 칼바람에 다들 무사하시죠?? ^^;; 오늘은 지난 화요일(16일) 대구칠곡CGV에서 회원시사회로 관람하고 온 <상의원>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상의원>은 지난 2013년,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비쥬얼과 유머를 내세운 <남자사용설명서>로 장편 데뷔를 하신 이원석 감독님의 두 번째 연출작인데요. 제작비 40여원이 투입되었던 <남자사용설명서>는 안타깝게도 추정손익분기점인 130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0만7,913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원석 감독님의 비쥬얼리스트적인 재능에 감탄하며 꽤 재밌게 관람했던 작품이었기에, 이번 <상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남달랐었죠. ㅎㅎ
※ 당시 작성했던 <남자사용설명서> 리뷰 : http://blog.naver.com/c106507/80181575369
과연, 저의 그러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상의원>이었을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연상시키는 공진과 돌석의 이야기
줄거리 조선 중후기 어디쯤으로 추정되는 가상의 시대, 선왕의 삼년상이 막 끝나고 탈복의례를 앞둔 궁궐 안에는 모처럼 활기가 돌게 되는데요. 가례를 올린 후, 임금(유연석)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으며 독수공방만 해오던 중전(박신혜)은 이번 기회에 남편의 환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궁녀들에게 임금의 낡은 면복(왕이 제례 때 입는 옷)을 수선하게 하지만, 실수로 그만 면복을 홀라당 태워 먹는 사고가 벌어지고 말죠.
다음 날 당장 임금이 입을 면복이기에 마음이 급해진 중전은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에게 면복 수선을 부탁하지만, 30년간 정석의 길만을 걸어온 그에게 하룻밤 만에 면복을 완성시킬 요령이 있을리 만무한데요. 이를 보다 못한 상의원의 관리 판수(마동석)는 중전에게 기방 침선장 이공진(고수)을 추천하게 되고, 중전의 부름을 받아 입궁한 공진은 하룻밤 만에 면복을 완성시켰을 뿐만 아니라 왕의 총애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게 되죠.
이에, 돌석은 공진의 재능을 사악하고 천박한 것이라 말하며 질투를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의 천재적인 재능에 매혹되고 마는데요. 과연, 이들 네 사람의 인연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요?
★ <상의원> 예고편 ★
순제작비 72억원이 투입된 <상의원>은 '왕실의 의복과 재물을 관리하는 관청'을 소재로 사용한 영화답게 의상비에만 10억여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 의상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광해, 왕이 된 남자>, <후궁:제왕의 첩>, <역린> 등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기존의 사극들과 비교해 딱히 두드러지지는 않더라구요. (모르긴 몰라도 그 작품들도 <상의원> 못지 않은 액수를 의상비에 사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ㅎㅎ)
하지만 <상의원>의 진정한 매력은 화려한 의상이 아니라, 이원석 감독님께서 한 컷 한 컷 자신의 심미관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던 탐미적 미장센과 한석규, 고수 두 주연배우의 탁월한 연기력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이었는데요. 비록,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벌려 놓은 탓에 다소 산만하고 얕은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다는 단점 또한 뚜렷하긴 했지만 말이에요. ^^;;
유행과 전통, 나아가서는 진보와 보수에 관한 이야기
'세 분의 임금을 모시는 동안 변한 것이라고는 가채의 크기 뿐이네!!'라는 돌석의 대사처럼 <상의원>을 아우르고 있는 가장 큰 맥락은 전통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돌석과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을 통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진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시대를 넘어 현재에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까지도 한꺼번에 투영하고 있죠. 그리고 이원석 감독님은 이 같은 문제 제기의 끝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화합이라는 교과서적인 해답을 내놓고 계시기도 했구요.
그와 더불어 <상의원>은 신분과 계급에 의해 착용할 수 있는 의복에 제한이 있었던 조선시대였음에도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양태(갓의 차양 부분)가 엄청나게 큰 갓을 쓰거나 청나라에서 비단으로 만든 옷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예나 지금이나 외모와 차림새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인간의 허영심은 변함이 없음을 에둘러 비웃고 계시기도 했죠. ㅎㅎ
벌려 놓은 이야기는 많은데 마무리는 깔끔하지 못하더라는.. ^^;;
이밖에도 <상의원>은 돌석과 공진의 대결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임금과 영의정, 중전과 병조판서의 딸인 후궁 소의(이유비)가 벌이는 궁궐암투라든지, 천한 태생 때문에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온갖 천대와 멸시를 받았던 트라우마로 인해 삐뚤어진 사고방식을 지니게 된 임금의 광기, 그리고 중전을 향한 공진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 등을 함께 펼쳐놓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려고 했던 욕심 탓인지, 아니면 이제 겨우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을 맡은 이원석 감독님의 스토리텔링 능력 부족 탓인지, 그도 아니면 러닝타임이 부족했기 때문인지(세 가지 모두가 원인이라는게 정답일 것 같긴 하네요. ㅎㅎ), <상의원>은 중반까지 고이고이 펼쳐놓았던 여러 이야기 보따리들을 후반부에 가서는 '역모'라는 한 보따리 안으로 아무렇게나 쑤셔넣어버림으로써 급하게 마무리 짓고 말았는데요.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개봉했던 <후궁:제왕의 첩>, <관상>, <역린> 등에서도 매번 반복되었던 문제점이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관객 입장에서는 매번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고질병이기에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더라구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석 감독님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는..
결국에는 '상의원'과는 다소 무관한 권력암투와 공진의 순애보라는 삼천포로 빠져버린 <상의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상의원>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남자사용설명서>에서부터 이번 <상의원>에 이르기까지 이어져온 이원석 감독님의 특출난 심미관 때문이었는데요. ㅎㅎ
<남자사용설명서>가 개봉했을 당시, 원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키치한 매력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는 미장센을 보여주셨던 이원석 감독에 대한 감탄사를 리뷰 내내 연발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 <상의원>에서도 이원석 감독님께서는 비쥬얼리스트로써의 뛰어난 감각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계시더라구요. ^^
이번 <상의원>에서의 이원석 감독님은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보여주셨던 '화려한 색감' 외에도, 사극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한 '여백의 미'까지 더해놓으심으로써, 마치 수묵화를 이어붙여 놓은 것 같은 영상미를 러닝타임 내내 일관되게 유지하고 계셨는데요. 특히, 인물을 근접촬영한 장면들에서는, 바로 그 '여백의 미'로 인해 인물의 심리상태가 한층 더 진하게 전달되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답니다. ㅎㅎ
또한 <상의원>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특출난 작품이었는데요. 돌석을 통해 지극히 순박한 그 누군가도 아집과 질투에 사로잡혀 한 순간에 극도로 사악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한석규씨를 비롯해, 옷 짓는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뜨거운 순정을 아련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계셨던 고수씨, 영화 중간중간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해주신 마동석씨,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 <늑대 소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광기어린 악역을 완벽하게 연기해주신 유연석씨와 적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농도 짙은 감정 연기를 보여주신 박신혜씨 등 다들 저마다 맡으신 배역들을 훌륭하게 소화해주고 계셨답니다. ^^
비록,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상의원'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존의 사극들과 비교해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상의원>이긴했지만, 데뷔작이었던 <남자사용설명서>에 이어 다시 한 번 자신만의 심미관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던 이원석 감독님의 탐미적 미장센에 주목하시면서 관람하신다면 나름 흥미롭게 감상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혹시 알아요? 언젠가는 이원석 감독님이 스크린의 스타일리스트 웨스 앤더슨 감독이나 스크린의 마술사 팀 버튼 감독 못지 않은 세계적인 비쥬얼리스트가 되실지?? ^^;;)
전 그럼 이쯤에서 <상의원> 리뷰는 마치고 어제(17일)오늘(18일) HFR 3D(대구에는 IMAX HFR 3D 상영관이 없어요. ㅠ.ㅠ)와 일반디지털로 관람하고 온(올) <호빗:다섯 군대 전투>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다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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