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12년간의 인내심 덕분에, 어마어마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었던 놀라운 성장 드라마 / 165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개인적인 평점 : 9점(IMDB평점 : 8.7점, 로튼토마토 지수 : 99%, 10월26일 기준)
안녕하세요? 아침엔 입김이 날 정도로 쌀쌀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나른한 일요일 오후네요. 오늘은 어제(25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보이후드>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
지난 월요일, 박스오피스 정리&개봉 예정작 소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보이후드>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진 '비포 시리즈'를 연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에 또 한 편의 장기 프로젝트 영화인데요. '비포 시리즈'가 주인공인 제시와 셀린의 첫 만남과 재회, 그리고 중년의 삶 등을 무려 18년에 걸쳐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캐스팅을 그대로 유지한체 그려내고 있었던 장기 프로젝트였다면, <보이후드>는 제작기간 12년을 들여 실제로 배우들이 성장하고 늙어가는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
또한 <보이후드>는 지난 7월 11일 북미에서 개봉한 이후, 북미 평론가들로부터 '21세기 최고의 성장 영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단언컨데 그 어떤 성장 영화보다도 생동감 넘치고 현실적인 작품'이라는 찬사를 얻어내며 무려 99%에 달하는 로튼토마토 지수를 기록하고 있기도 한데요.
과연, <보이후드>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길래 1년에 채 다섯 작품도 나오기 힘든 로튼토마토 지수 99% 영화가 된 것인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주요 필모그래피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IMDB, 박스오피스모조, 로튼토마토,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 개봉일은 북미기준이며, (S)는 서울관객, 각 데이터는 10월 25일까지 집계된 수치입니다.
어느 여섯살배기 텍사스 소년의 12년에 걸친 성장 스토리
줄거리 하루 종일 교실 창 밖을 바라보며 엄마와 이혼한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도하는 여섯살배기 텍사스 소년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는 엄마인 올리비아(패트리샤 아케이트)의 대학교 편입 문제로 누나인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와 함께 휴스턴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요. 때마침 1년반 동안 알래스카로 떠나 있던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가 텍사스로 돌아오면서, 남매는 2주에 한 번씩 주말마다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죠. 자, 이렇게 막이 오른 메이슨 가족의 12년 동안 인생 스토리에는 과연, 어떤 내용들이 쓰여지게 될까요? ^^
★ <보이후드> 예고편 ★
앞서 말씀드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를 보신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보이후드>가 대충 어떠한 작품색을 지니고 있는지 감이 오실꺼라 생각되는데요.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꿈 같은 로맨스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스토리를 통해 20대와 30대, 그리고 중년의 낭만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관객들로부터 깊은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었던 '비포 시리즈'처럼, <보이후드> 또한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메이슨네 가족이 보여주는 12년에 걸친 인생 스토리를 통해, 나와 우리 가족이 살아왔던 지난 날을 추억하게 되고 또 깊이 공감하게 되는 작품이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보이후드>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재미'를 유발하기 위한 그 어떤 영화적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데요. 따라서 일반적인 상업 영화를 선호하시는 관객분들에게는 16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 타임을 지닌 <보이후드>가 마냥 지겹기만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죠. 하지만 저한테 있어서 만큼은 <보이후드>가 그 어떤 영화보다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놀라운 작품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네요. ^^
아이에서 어른으로, 또 누군가의 자식에서 누군가의 부모로 성장해 가는 그들의 이야기
<보이후드>는 표면적으로는 메이슨 주니어가 12년에 걸쳐 오스틴, 휴스턴, 샌 마르코스 등으로 이사를 다니는 동안, 철없던 유년기와 격동의 사춘기를 지나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가족이라는 둥지를 떠나 독립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었는데요. 돌화살촉과 동물뼈 수집이 취미이고, 해리포터와 드래곤볼에 열광하는가 하면, 여성 잡지 속 속옷 광고 사진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던 꼬마 메이슨이 게임 중독과 소소한 탈선, 그리고 뜨겁게 타올랐던 첫 사랑과 가슴 시린 이별등을 경험하며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들을 통해 <보이후드>는 차곡차곡 관객들의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12년이라는 세월 동안 성장해 가는 건, 꼬마 메이슨뿐만이 아니었는데요. 뮤지션입네 하며 변변한 직업도 없이 검은색 클래식 머슬카를 몰고 다니며 메이슨 주니어와 사만다에게 공화당에 대한 비난과 자유로운 삶에 관해 열변을 토하던 철 없는 아빠 메이슨 시니어가, 12년의 세월동안 생활을 위해 보험일을 시작하고, 막둥이 쿠퍼의 베이비 시트를 설치하기 위해 클래식 머슬카를 팔고 미니밴을 구입하는가 하면, 주일에는 착실히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는 등의 모습은 세상 대부분의 평범한 아버지들이 걸어온 삶 그 자체였는데요. 그밖에도 23살이라는 철없던 시절에 엄마가 되어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겪으며, 누군가의 딸에서 두 아이의 진정한 엄마로 성장해 가는 올리비아와 말괄량이 소녀에서 불 같은 사랑을 꿈꾸는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사만다 등 스크린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나의 이야기고, 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작품이 바로 <보이후드>였답니다. ^^
마법처럼 빠져들어, 뜨겁게 전율했던 위대한 성장 드라마
<보이후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뭐니뭐니해도 러닝 타임 내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거대한 공감대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마치, 관객 자신의 지난날들을 그려내고 있는 듯한 내러티브는 물론이거니와, 12년에 달하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배우들의 외모 변화, 그리고 재현이 아닌 리얼 타임으로 담아낸 각 시대를 상징하는 여러 소품과 사건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도저히 <보이후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불가항력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거든요. ^^
특히, 전 개인적으로 메이슨이 텍사스대에 입학하기 위해 자신의 고물 픽업트럭을 몰고 텅 빈 도로를 달리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었는데요. 우리의 삶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던 그 장면에서 아마도 2시간반동안 차곡차곡 쌓여져 있던 공감대가 거대한 헤일처럼 저를 엄습해왔던 것 같아요.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뜻밖의 뜨거운 전율이었던 탓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ㅎㅎ
전 그럼 이쯤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어마무시한 공감대를 통해 저에게 난생 처음 느껴본 뜨거운 전율을 안겨준 <보이후드> 리뷰는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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