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편의상 말을 짧게 합니다.
또 대사는 일부 틀릴 수 있으나 느낌을 전하기에 충분하리라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많을 수 있으니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놓은 것이니만큼 의견을 주시면 감사히 수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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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장소 : 롯데시네마 합정 상영일시 : 2014.10.16 20:05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우리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헤아린다. sleep과 sheep의 어감이 비슷해서 그 수를 센다는 설도 있고, 그렇기에 우리나라 정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숫자를 세거나 양을 가늠하는 것이 수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와 같은 행동은 뇌를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게 하고, 그 결과 잠을 달아나게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잠이 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 이냐라는 질문은 당연하게 뒤따랐고, '상상력'이 그 결과였다. 상상력 또한 뇌를 활동하게 할 것 같았지만, 평화로운 풍경인 잔잔한 바다나 숲을 떠올리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뇌를 활동하는 것과 상상력을 이용하는 것, 이는 아마 뇌의 활동과 관련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상상력의 힘이 학계에서 말하는 뇌의 작용을 제외하고도 그 범위가 넓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물론 그 세부적인 사항까지 다루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순하게 상상력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 인지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리라.
어린 시절, 상상력을 펼쳐놓으며 웃었던 기억을 더듬다 보면, 지금도 덩달아 웃음이 난다. 그때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화상 전화, 초소형 휴대전화, 걸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 등, 이제는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되었고, 지금의 아이들도 똑같이 커 나갈 것이다.
상상은 망상이나 공상과 다르게 그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꿈과 목표라면, 그것을 지탱해주는 토대는 상상의 힘이 아닐까. 그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면, 꿈과 목표는 결국 망상, 공상으로만 남게 될 수도 있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과의 사랑이 언제나 핑크빛일 수 없고, 모든 것이 아름답지는 않다. 힘든 순간이 당연히 있고, 그럴 때마다 이별을 한다면 이 세상에 남아나는 사랑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과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생각하고, 즐거울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랑의 가치는 각자 느끼는 만큼 다르고, 본인에게는 그 사랑이 최고이며, 그 누구도 그것을 폄하할 수 없다. 누군가 말하는 잘못된 사랑, 불륜이 있을지라도 자신들에게는 진실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눈다는 것이 의미가 없겠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선과 악이 존재하고 플러스가 있으면 마이너스가 있다. 그렇다고 흑백 논리처럼 양분화할 수는 없다. 어딘가에 회색이 존재하고 더 많은 차원의 다양한 채도를 가진 회색들이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회색처럼 우리의 사랑도, 상상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회의와 인간에 대한 회의감으로 제대로 누군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존재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그 수많은 사랑 중에서 자신의 사랑은, 아니 사랑 자체를 믿지 못하는 그. 그는 불쌍한 사람이다. 사랑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사랑을 알고 있다.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랑을 알고 있다. 아니 알고 있었다. 엄마의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며 잠들었던 그는, 아침에 눈을 떠 시리얼박스에 붙은 엄마의 편지를 보게 된다. 그렇게 그는 사랑을 없는 것 같은 취급을 했고, 온통 회의감에 가득 찼다.
그런 그에게도 운명적 사랑은 다가오게 마련이고, 진정한 사랑을 깨우칠 계기는 마련된다. 비록 다른 이의 여자를 빼앗는 것이지만, 그런 게 무슨 소용인가. 서로 사랑한다면. 거기다가 그녀의 성격이나 외모라면 그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지도.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았던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녀 덕분에 너무나 쉽게 극복된다. 그렇다면 그가 나이를 먹는 동안 지나갔을 다른 이들의 사랑은, 회의감으로 보내버렸던 그 감정들은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될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보이는 그 감정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로맨틱 코미디, 가벼운 느낌을 한껏 살린 전개로만 본다면, 아주 가볍고 접근하기가 쉽다. 하지만 그러면서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전혀 다름이 없는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 영화가 탄생해버렸다.
결국, 남는 것은 모든 상황에 그녀와 자신을 대입하는 기발한 상상력만이고, 그것이 주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게 되어버렸다.
사실 처음부터 독특한 캐릭터도 이야기도 없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영화에서 봐오던 독특한 캐릭터의 부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쉘 모나한이 아름다운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녀의 캐릭터까지 사랑스러운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하고, 주변의 인물 중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그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되었고, 재미있는 연출과 상상력은 남았지만, 영화는 전혀 해피엔딩이 아닌 것 같다.
★ 5개 만점
★★★(스토리 5 연출 6 비쥬얼 7 오락 7 연기 6 총점 6.2)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주연과 주변 인물들. 그렇다면 무엇이 그것을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 뛰어난 연출력? 안타깝게도 그것도 부족해 보인다. 결국, 남은 것은 독특한 상상력뿐. 하지만 그 상상력은 상상 했을 때 빛을 내는 것이지 표현한다고 모두가 빛을 내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 에반스를 오징어로 만드는 미셸 모나한의 미모를 보기 위해 한 시간 삼십 분을 소모한다는 것은.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거기다가 두 배우가 하는 어색한 한국의 모습은 나름 즐겁다.
처음부터 새로운 것은 없다고 표방하는 듯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남아있는 것은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한 고군분투뿐.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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