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은... 김기덕 감독다운...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의 냄새가 나는 영화이다. 그의 극단적 미학을 표출하는 또 하나의 영화가 나온 것이다. 인간이 곤두박질 칠 수 있는 저 밑바닥까지의 거리는 어느 만큼인가를 실험이나 하듯이 또다시 그가 제시한 이 문제작 <해안선>은 관객들을 혼란 속에 빠뜨린다.
"귀신 잡는 해병대" 남자들만의 세계인 그 곳에서 벌어지는 생존과 살육.... 적군이 아닌 아군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괴로워하는 대원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어쩌면 배경이 군대일 뿐.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 김기덕 감독이 비유해낸 적절한 은유법일 듯 싶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 나라의 특수한 상황과 인간의 심리 변화를 교묘하게 교차시킨 <해안선> 은 사회성이 강한 영화이다. 그리고 또한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린 선이 굵은 영화이다.
" 왜 강상병은 간첩을 그토록 잡고 싶어 했을까? "
군대문화... 절대복종... 기합과 체벌,... 강상병은 훈련이 가장 힘들다는 해병대를 지원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남성성을 부각시키며 타인들에게 " 나는 이런 군대를 다녀왔어 "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언젠가는 간첩을 잡으리라는 굳은 결의를 다지며 오늘도 얼굴엔 특공대 페인팅을, 철모대신 특공대 모자를 쓰고 야간근무에 임한다.
"7시 이후 해안에 접근하는 모든 것은 괴물체로 오인되어 사살될 수 있다."
단기 주입식 훈련과 강한 남성성만을 강조한 ... 이 땅에 태어난 이상 그것이 대한민국 남성의 당연한 의무이며 책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위 문구에서 분단국가의 슬픔과 지금도 고된 훈련과 외로움으로 젊음을 바치는 군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간첩으로 오인한 민간인의 사살은.. 개인이 간첩을 잡고 싶어 행한 과욕이 아닌 젊음을 군대에 바친 시대가 배양해 낸 최대의 희생양이다. 강상병은....
강상병이 간첩을 잡고 싶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나라가 간첩을 잡고 싶었을 뿐이다.
"김기덕...그의 영화에 여자는 없다."
<파란대문> <섬> <나쁜남자>... 그리고 기타..그의 영화와.. <해안선>까지 김기덕의 영화에는 여자는 없다. 김기덕 그의 영화 뿐만이 아니라 많은 한국영화에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지만 김기덕 감독은 너무나 적나라하다. 여자는 단지 생식기만을 가진 의미로만 존재한다. 남성과 성이 다른 주체적 자아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먼 세계에 동떨어진,,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독자적 노선을 구축할 수 없는 미완의 인간으로 그려진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남성 우위적 삶에 적응되고 그것이 당연시하며 살아간다.
김기덕..그의 영화를 나는 본다.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영화를 영화로 끝내지 않고 끝없이 연구하고 시대와 사회를 연관시키는 그의 능력을 높이 산다. 하지만 이제 그의 영화에도 여자가 있기를 바란다.
베개에 눈물을 적시며 "과거는 흘러갔다"를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장동건...강한철.. 누군가는 "눈만 부릅뜬다고 하여 연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고 그의 <해안선>에서의 연기를 단적으로 평하였다. 하지만 적은 개런티로 출연한 것만으로 장동건을 평하기엔 영화 속에서의 고생과 연기변신을 위한 그의 노력이 엿보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늘거리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미영은 언제까지 해안선을 거닐 수 있을지~~ 강상병... 채워지지 않은 그의 군복무 기간은 언젠 간 채워질 수 있을지..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