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찐하지만 전혀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성담론 / 청소년 관람불가 / 118분
라스 폰 트리에 감독 / 샤를로뜨 갱스부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테이시 마틴..
개인적인 평점 : 7.5점(IMDB평점:7.2점, 로튼토마토지수:76%)
안녕하세요? 요즘 월드컵 때문에 새벽잠 설치시느라 낮 동안에는 몽롱한 상태인분들이 많으시던데요. 월드컵도 좋지만 다들 건강 유의하시면서 즐기세요. ^^
오늘은 어제(18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님포매니악 볼륨1>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님포매니악 볼륨1>은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2부작으로 제작한 영화의 첫편인데요. (<님포매니악 볼륨2>는 7월3일로 이미 개봉일자가 잡혀있죠.) <님포매니악 볼륨1>은 국내 개봉 전 등급심의 과정에서 높은 수위의 노출로 인해 제한상영 판정을 받았다가, 문제가 되는 장면들을 블러(Blur, 영상을 희미하게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위에 있는 포스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처리한 이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할 수 있게 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는데요. 개봉전부터 국내외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끊임 없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던 탓에, 이번 25주차 개봉작 중 가장 먼저 관람하고 온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과연, 전 어떻게 보고 왔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주요 연출작
색정증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의 솔직한 자기 고백
줄거리 눈발이 흩날리는 어겨울밤. 집 근처 가게에서 잡다한 물건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느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은 우연히 온몸 가득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는 조(샤를로뜨 갱스부르)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샐리그먼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구급차를 부르려 하지만, 왠일인지 구급차를 한사코 거부하던 조는 따뜻한 밀크티나 한 잔 달라며 생면부지의 샐리그먼과 함께 그의 집으로 향하죠.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앉아 밀크티를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자연스레 샐리그먼이 조의 사연을 묻게 되고, 잠시 망설이던 조는 마침내 사람 좋아 보이는 샐리그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님포매니악 볼륨1>의 막이 오른답니다. ^^
★ <님포매니악 볼륨1> 예고편 ★
<님포매니악 볼륨1>은 제가 극장에서 관람했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높은 수위의 정사씬들을 끊임 없이 스크린 가득 펼쳐놓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외설스럽다거나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신기한 경험을 저에게 선사해준 작품이었는데요. 물론, 블러처리 된 장면들까지 모두 관람했을 때에도 <님포매니악 볼륨1>을 지금처럼 외설스럽지 않게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살짝 들긴 하지만 말이죠. ^^;;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을 관람해보신 적이 있으신 관객들은 잘 아시겠지만, 솔직히 <님포매니악 볼륨1>은 상업영화적인 재미를 기대하신 관객분들에게는 대단히 지겹고 기괴한 영화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었는데요. 그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국내 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멜랑콜리아>나 <안티 크라이스트>처럼 말이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님포매니악 볼륨1>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 특유의 몽롱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조와 샐리그먼의 거침 없는 성담론에 푹 빠져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관람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흠, 마치 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마녀사냥>에 영상이 더해진 그런 작품 같았다고나 할까요? ^^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조와 샐리그먼의 솔직한 성담론
"가족이나 친구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는게 때로는 훨씬 더 편해. 그 사람이랑은 다시 안보면 그만이니까." <우아한 거짓말>에서 추상박(유아인)이 만지(고아성)에게 했던 이 말처럼, <님포매니악 볼륨1> 속의 조는 샐리그먼에게 마치 고해성사와도 같은 자기 고백들을 여과 없이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하는데요. '낚시대전', '제롬', '미세스 H', '섬망', '오르간 학파'등의 다섯 가지 챕터로 구성된 <님포매니악 볼륨1>은 각 챕터마다 은근한 메타포(은유와 상징)들을 이용해, 터부시 해왔던 '섹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거침 없이 쏟아내고 있더라구요. ^^
<마녀사냥>에서의 말마따나 마녀(마성의 여자)인 조는 이야기 중간중간 스스로에 대한 자기 혐오를 샐리그먼에게 드러내는데요. 하지만 샐리그먼은 조가 예상했던 질책과 힐난 대신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말로 조의 자기 혐오를 씻어주려 노력하죠. 그렇게 러닝타임 내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뤄지는 조와 샐리그먼의 대화를 통해 <님포매니악 볼륨1>은 '섹스'를 터부시 하며 숨기려고만 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과 '섹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경험하고 또 원하게 되는 당연한 욕구이자 본능이라 말하는 열린 시선을 정면으로 맞서게 하고 있었는데요. 전 러닝 타임 내내, 대척점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조와 샐리그먼의 그러한 대화들이 어찌나 흥미진진하던지,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없이 빠져들었지 뭐예요. ㅎㅎ
특히, 스스로를 '여자가 가진 힘을 악의적으로 휘두른 나쁜 사람'이라 말하는 조를 향해 "날개가 있는데 좀 날면 어때서요?"라는 현답을 내놓는 다던지, 케이크 포크와 관련된 아픈 기억을 털어놓으며 우울해 하는 조에게 볼셰비키 혁명과 관련된 야사로 금새 웃음을 되찾아주는 등, <님포매니악 볼륨1>의 내러티브가 늘어질때 마다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샐리그먼의 활약이 그렇게나 돋보일 수가 없더라구요. ^^
여기에 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프랑스 출신의 신인 여배우 스테이시 마틴의 신인답지 않은 당찬 연기도 관객들로 하여금 <님포매니악 볼륨1>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는데요. 작품의 특성상 노출 수위도 높을뿐만 아니라 정사씬 또한 빈번했던 까닭에 연기하는데 있어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많았을텐데도 불구하고 신인답지 않은 완숙한 연기력을 보여준답니다. ㅎ
조의 거침 없는 성담론 속에 담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제가 보고 느낀 <님포매니악 볼륨1>은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단순히 '밝히는 여자'에 대한 야릇한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영화가 아니라, '섹스'는 결코 부끄럽거나 죄스럽게 생각해야할 대상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욕구일뿐이라는 은유적인 메시지를 조의 성장 과정을 통해 구구절절하게 늘어놓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물론, 무려 2편에 걸쳐 펼쳐지는 <님포매니악>의 성담론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기만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어린시절의 성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해, 치기 어린 청소년기를 지나,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왜곡되어 보일 정도로 뜨거운 사랑에 빠진 20대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이야기들을 통해 '섹스는 결코 부끄럽거나 죄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는 <님포매니악 볼륨1>이 꽤 매력있게 느껴졌는데요. 벌써부터 다음달에 개봉할 <님포매니악 볼륨2>가 기다려지네요. ^^
개인적으로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비중이 적어서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님포매니악 볼륨2>에서는 그녀가 본격적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이니 아무래도 그때를 기약해 봐야겠네요. <트랜스포머>의 샤이아 라보프, <킬빌>의 우마 서먼 등 우리 관객들에게 익숙한 헐리우드 스타들의 색다른 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저녁 관람 예정인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야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아참, 영화 내용중에 보는 분에 따라서는 인종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남성 성기에 대한 묘사라던지, 스크린을 꽉 채운 다양한 인종의 남성 성기쇼등이 작품 속에 등장하니, 관람전에 이러한 부분은 미리 고려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모두들 편안한 오후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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