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비극적 딜레마. 구원과 파괴 사이의 괴리.
노아를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고 묘사한 감독의 시각이 넘 맘에 든다.
<레퀴엠><더 레슬러><블랙스완> 에 이르기까지 이 감독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였지만, 흔히 쉽게 단순하게 알고 있었던 '노아의 방주 이야기' 를 이렇게 영화로 만들줄은 또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신작 <노아의 방주>는 개인적으로는 기대와는 달리 색다르게 만족스러웠던 그런 영화로 돌아와 나와 주었네요. 다행입니다.
영화 <노아> 를 보기 전, 맨 처음 생각하기에는 착하디 착한 노아 할아버지의 재밌고 흥미진진한 '성경오락재난블록버스터'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혀 그렇지 않은 의외의 메시지와 철학을 가진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와 중심 소재는 노아라는 인물의 내면과 막연한 생각과는 달랐던 이면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취한 '노아' 를 바라 보는 그 관점과 시각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아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타락한 인간 세상을 심판하고 멸하고자 하는 신의 뜻을 받들어 '노아의 방주' 라는 구원의 공간을 만들고 동물과 인간 극히 일부만을 태워 새로운 인류와 지구의 씨앗을 소중하게 지키고 후대에 남기고자 하는 그런 인물, 이야기를 연상하기가 쉬운데, 영화를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네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상상할 수 없었던 노아의 막중한 책임감과 '생각해보니 그럴수도 있었겠다' 싶은, 구원자와 파괴자로서의 노아가 갖게될 그 크나큰 심적 괴리감에 대해 영화는 정말 깊고 진하게 섬세하고 표현을 한듯합니다. 역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진득하고 날카로운 섬세한 심리 묘사는 명불허전입니다.
한마디로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재난블록버스터스러운 '노아의 방주' 성경 이야기가 아닌,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어떤 한 인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중적인 모습의 인간, 선과 악의 경계 그 사이에 있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려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신을 대신한 구원자임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인간과 생명들을 모조리 배제해야만 하는 파괴자로서의 노아.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당해내기 힘든 그 심적 고통과 부담감, 책임감, 갈등, 고뇌가 아주 잘 그려져 있었습니다. 정말 노아가 이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감독이 포착해낸 이런 관점이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론.
물론 단순하게 재난블록버스터 이야기로 쉽고 흥미롭게, 재밌게만 오락적으로 잘 풀어낸 성경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보다 더 많은 대중들을 감싸고 응원을 더 많이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뚝심은 남 달랐네요. 다른 편집본으로 가자는 제작사의 말도 뿌리치고 자신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편집 버전으로 영화를 세상에 공개한 대런 감독입니다. 흥행 잘 되서 앞으로도 그런 뚝심 계속 유지 하며 자기 영화 만들어 가길 바라보네요.
<노아> 에서 당연히 기독교, 성경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종교 영화' 라는 부분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가 없는데, 사실 무교인 저로서는 영화를 보면서 딱히 이 영화를 보고 기독교에 대해 무슨 호불호가 갈리게 된다거나 특별히 진한 종교적 여운을 얻는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단순히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의 내면을 잘 그려낸 영화라고만 생각이 되었습니다. 종교인들이 보면 성경과는 다른 노아의 이야기에 실망과 당혹을 금치 못한다고 욕을 먹고, 비종교인들이 보면 너무 창조주(신) 을 받들고 언급한다하여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고 욕먹고 한다는데, 제게는 그저 '노아' 본인으로서는 무척이나 고통스럽겠으나, 관람자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비극적 딜레마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만 보였네요. 재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어떤 영상미나 연출 기법, 기존의 사상을 조금 뒤트는 듯한 소재의 결합, 뜻밖의 소재의 등장 등의 부분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특히 성경에 따른 태초 인류의 발생과 기원을 영상으로 표현한 부분과 시간의 경과에 따른 지구의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핵심들을 집어 가면서 스피디하게 보여주는 그런 장면들이 너무 멋졌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창조론과 진화론의 콜라보레이션 스러운 뉘앙스의 장면들도 신선했구요. 또 다분히 판타지 스러운 느낌의 예상치 못했던 '타락천사' 라는 캐릭터와 이들의 활약들도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더욱 오락적으로 느껴지게 했던 부분입니다. 마치 <반지의 제왕> 이 떠오르는. ㅋㅋ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 좋아하고 선호하는 부분들이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노아> 는 충분히 논란이 될만하고 두고 두고 회자가 될 영화임을 인정해봅니다. 그러나 제게는 너무나 재밌었다는 점. 그저 착한 구원자인줄로만 알았던 노아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러니한 이면, 그가 바라고자 했던 세상과 현실의 괴리, 신의 뜻과 가족의 뜻 사이에서의 갈등을 제대로 포착하고 그려낸 <노아> 였네요. 인류의 구원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의 임무를 맡았지만, 사실 그도 한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이런 괴리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그 관점으로 영화를 그려낸 점이 무척 마음에 든 <노아> 였습니다.
그럼, 바로 이런 <노아> 를 4DX 로 관람한 그 느낌은 어땠는지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빈도 높았던 티클러, 번개 효과 - 4DX 를 관람하면서 일반관에서의 관람과 가장 차이점을 느끼게 해주고 색다른 경험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등을 쿡쿡 갑자기 찌르는 티클러와 번개 라이트 효과인데, 이번 <노아> 에서는 상당히 자주 이 효과들을 사용하고 있네요. 각종 액션 격투씬에서 티클러 효과와 <노아> 영화의 제목이 등장할때 부터 시작하여 타락천사 캐릭터들의 활약, 불꽃 무기들의 묘사, 창세기의 묘사 등, 시간의 흐름을 다룬 장면에서 번개 효과는 여태 봤던 4DX 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자랑했네요.
+ 대홍수를 표현한 물분사와 바람효과 - 영화 속에선 노아의 방주의 존재 이유인 폭우를 묘사하느라 영화 내내 비가 내립니다. 대홍수가 시작되고 지구는 폭풍의 구름들로 꽉 차고 물에 잠기다 시피하게 되죠. 이때 빗물과 물의 들이닥침을 묘사하는 물분사와 바람 효과가 가장 볼만했고 시원 시원했으며 <노아> 를 4D 로 보는 맛이 느껴졌었네요. 생각보다 물분사 효과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깜짝 놀라도록 효과적으로 사용된 듯합니다.
+ 다양한 장면에서 활용되는 모션 체어 효과 - 역시 4D 관람을 하면서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 중 가장 큰건 움직이는 의자의 효과일 것입니다. 가만히 고정된 의자보다 상하좌우 유하게 부드럽게 격렬하게 움직이는 의자의 효과는 4D 의 핵심이죠. <노아> 에서의 각종 액션신, 재난신을 비롯하여 성경 이야기의 창세기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다룰때, 각종 자연 풍광을 담을 때 느껴지는 모션체어의 격렬하거나 혹은 부드럽게 세상을 조망하는 듯한 느낌의 유한 모션체어의 움직임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아무쪼록 사실 <노아> 영화 자체는 완벽한 '오락재난블록버스터' 가 아닐까 생각되게 포장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한 인간의 비극적 딜레마, 고뇌를 다룬 심리묘사 드라마에도 가까웠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 노아의 방주 시퀀스나 여러 판타지적 요소와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기에 반드시 극장에서 봐줘야할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게다가 4D로 본다면 뭐 더 풍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여지가 많죠. 사실 정적이고 조용한 드라마의 비중도 높은 영화임이 사실이기에 4D로 그나마 더욱 역동성을 느끼며 보게되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쪼록 개인적으로 <노아> 넘 재밌게 봐서 한 번 더 관람해서 3번은 봐야겠습니다. ㅋㅋ
+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런 뚝심이라니!!
+ 러셀 크로우. 진짜 묵직하고 비극적인 캐릭터의 깊이와 고뇌를 가장 잘 연기하는 배우 중 하나인듯.
+ 단순한 성경 이야기로 비춰질수 있었던 노아를 이렇게 해석하다니! 그저 감탄만 나올뿐.
+ 원래 성경 이야기를 알고 영화와 비교해 가며 보면 더 재밌을 듯. (종교인들에겐 차이점의 존재 자체가 별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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