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수는 평범한 일상에 있다.. ★★★☆
소심한 성격의 월터(벤 스틸러)는 신입사원인 셰릴(크리스텐 위그)을 마음에 두고 인터넷 미팅 사이트에 가입, 셰릴에게 관심이 있다는 의미의 윙크를 보내려하지만 발송이 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오직 집과 직장 생활만을 해 온 월터에겐 소개란에 필요한 정보를 채울 내용이 없어, 발송이 제한되었던 것. 한편 월터가 다니는 회사의 잡지가 폐간되고 온라인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시작된 가운데, 마지막 잡지에 실릴 사진의 필름이 보이지 않자, 월터는 사진작가를 찾기 위해 예상치 않았던 모험을 떠나게 된다.
벤 스틸러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초반부 월터의 상상 장면과 중반주 이후 월터가 직접 경험하는 모험 장면에서 의외의 화려한 액션을 보여줌과 동시에 로맨스로서도, 성장영화로서도, 소소한 웃음을 주는 코미디로서도 나름 역할을 하는 다채로운 빛을 발한다.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현실과 달리 월터의 머리엔 온통 화끈한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단지 상상으로서만. 그러던 그가 그린란드에서 바다에 뛰어내리고,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현장에서 도망치고, 전쟁이 벌어지는 아프가니스탄을 가로질러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현실의 모험을 겪으며 더 이상 상상의 세계에 빠지는 일 없이, 그리고 마음에만 두고 있던 셰릴과 가까워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이미 월터가 상상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주는 소소한 유머와 스펙터클한 모험담도 충분히 즐길만하지만, 이 영화가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지점은, 일탈이라든가 일상에서 벗어난 모험이 주는 중요성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삶의 정수는 일상의 평범함에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상상으로 인해 놓치거나 또는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던 일상에 충실한 자신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순간이며,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 이 영화를 보고나면 David Bowie의 <Space Oddity>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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