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위더스푼의 얼굴이 전면을 가득 채운 포스터와 그녀가 늘씬한 모습으로 중앙에 서있는 포스터.. 언뜻 '금발이 너무해'가 연상됐다.. 강아지를 끌고 서있는 분홍 원피스의 그녀와 짐가방들 앞에 선 검은 원피스의 그녀.. 왠지 일맥상통하면서도 달라보인다.. 여기서 대충 짐작이 됐다.. 핑크의 이미지가 다소 속물적이고 의존적인 공주병환자라면 블랙의 이미지는 뭔가 좀더 지적이고 독립적인 커리어우먼이다..
역시 리즈는 그러한 예상대로 이 영화에서 상당히 똑똑하게 나온다.. 똑똑이 지나쳐서 자신의 답답하고 좁은 고향과 남편을 등지고 대도시 뉴욕에 와서 성공한 패션디자이너가 되어서는 과거까지 숨기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 어느날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히는 잘생기고 메너좋고 성격좋고 게다가 재력까지 겸비한 뉴욕시장 아들에게 청혼을 받게 돼는데.. 그녀는 부랴부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전남편과의 이혼 수속을 마치기 위해 고향 알라바마로 내려오게 된다.. 그곳에서 지내게 되면서 점차 그녀는 잊었던 고향과 남편의 익숙함을 기억해내고 그 편안함에 젖어가게 돼는데...
감독이 의도한대로 이 영화는 멋진 남자와 잘맞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본인 스스로도 성공을 위해서만 내달았고 드디어 부와 명예를 거머쥔 뒤 최상의 베필까지 만난 뒤에 되돌아보게 되는 과거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것인가.. 이 영화에서는 남들이 보기에 모든 것을 다가진 뉴욕 생활이 현재라면 다소 고린타분해보이고 보수적인 알라바마는 과거이다.. 그리고 그녀가 과거이든 현재이든 선택한 뒤에 펼쳐질 것이 미래이다.. 그래서 그녀는 갈등하는 것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현재의 생활을 토대로 상류층의 생활을 영위하는 다소 가식적인 미래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별로 내세울 것은 없지만 따뜻하고 익숙한 과거의 기억을 함께 공유하며 만들어가는 거짓없는 편안한 내일을 맞이할 것인가..
이 여주인공의 행복한 고민을 관객은 함께 하게 된다.. 정말 이 갈등을 겪게 만드는 두 남자는 누가 봐도 둘다 나름대로 멋지고 매력적이다.. 잘생기고 능력있고 부드럽고 또 강인하며 결단력있고 무엇보다도 여자를 끔찍하게 사랑해준다.. 일처다부제가 가능하다면 둘다 데리고 살고싶을만큼 맘에 드는 두 사람.. 그러나 어짜피 영화는 똑부러지는 결론을 맺어줘야 모두가 후련할테니.. 한 사람을 선택하기는 한다.. 제목인 sweet home alabama서부터 짐작할 수 있는 그 사람을 말이다.. 여주인공은 자신을 촌스러운 시골출신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거짓으로 포장한 좋은 가문의 딸이 아닌 평범한 남부 농가의 여식임을 속이지 않아도 돼고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과 앞으로의 일들도 함께 공유해갈 수 있는 배우자를 택하게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전형인 소박한 여주인공이 남자 잘만나 화려하게 신분상승을 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을 타파했다는 점이 일단 맘에 들었다.. 너무 무리하지않게 수준에 맞는 사람들이 만나서 어우려져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그런 수수한 일상을 그린 듯 해서 그런 점이 좋았다.. 다소 리즈위더스푼을 너무 순정만화의 여주인공-모두가 그녀를 사랑하는-처럼 그리고 있어 그것은 거슬렸지만.. 한사람의 배우자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해가는 평범한 일상 중에 이렇게 설레이고 가슴뛰는 헤프닝 정도는 한번쯤 있어줘야 심심치않고 좋은 추억거리가 될테니-물론 본인의 건재함과 존재감도 확인할 수 있고 말이다- 전체적으로 적절한 스토리였다고 본다..
한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게 코껴서 살아가고 있다는 회의감이 일어갈때쯤에 상큼한 코믹멜로를 봐서 대리만족을 느낀듯 즐거웠다.. 언제나 다른 일상을 꿈꾸어보지만 역시 '익숙함'이란 것을 거부못하는 평범함에 안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