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정말 수많은 인파들로 가득하더군요.
개봉전부터 정말 기대했던 영화였고 개봉하면 꼭 봐야곘다고 다짐했었는데, 계속 일이 생겨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어제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하는 물음에 대한 전국의 안녕들못한 국민들의 응답하는 대자보가 전국에 신드롬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한 지금....
저는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며 1980년대의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그 시대를 보여주는 영화임에도 왜 2013년 현재와 겹쳐보였던 걸까요
2시간 10분의 적지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영화에 몰입해서 보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았네요.
간단하게 변호인을 요약하자면 속물변호사였던 송우석 변호사(이하 송변)이 힘들었던 젊은시절에 은혜를 입었던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이 누명을 쓰고 잡혀가 고문을 당한 걸 보고 부림사건의 학생들의 변호를 맡은 이야기입니다.
변호인을 보다보면 정말 인상적인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바위는 죽은 것이고 계란은 살아있는 것이다. 결국 살아있는 계란이 죽은 바위를 넘는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내 아들,딸들은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하지 않으려고 이러는 겁니다.
등등... 정말 많은 명대사들이 있지요.
그런데 저한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성민씨의
'내는 비겁해서 안 짤리고 있다. 비겁해서 ...'라는 말이었습니다.
과제가 많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이 핑계 저핑계 대며 정치 사회면의 기사들을 보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너무나 비겁해보이고 한심해보였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던 게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작년에 시험기간이었음에도 시험공부를 제쳐두고 투표를 하러 갔었는데, 제가 지지하던 분이 당선이 되지 않는 걸 보고.. 다 체념하며 세상은 변하지 않을거라 믿고 한심하게 그리고 비겁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송변이 영화에서 말하더라구요.
포기 안 합니다! 절대 포기 안 합니다 라구요.
지금까지 살면서 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두번 이상 본 적도 없을 뿐더러, TV에서도 같은 영화를 2번 이상 본 영화는 거의 없는 저인데 다음주에 친구와 변호인 한 번 더 보러가기로 약속 잡았습니다.
변호'사'가 아닌 변호'인'을 연기한 송강호씨의 명품 연기는 영화티켓 한장으로 끝내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 얼어붙은 내 맘을 녹여주었던 따뜻한 영화 변호인이었고, 오늘따라 더욱 더 '그 분'이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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