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을거다.
"나의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좋고 이런 모습은 싫다"
개인적으로 영화 <화이>를
'아버지' 에 대한 비유극 내지는 우화 라고 생각했고
<화이>의 다섯 아버지가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와닿았다.
우리 대부분은 하나의 아버지를 가지고 있는데
영화에선 그 1명의 아버지 내부의 여러가지 다른 인격을
화이의 다섯 아버지로 시각화 시킨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혹은 세상 각각 아버지 마다의 다른 성격들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한 설정)
① 무서운 아버지 석태(김윤석)
완고하고 체벌도 마다하지 않으며,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한다.
화이는 깎듯이 '아버지' 라 부르고 존댓말을 쓰고 대하기 어려워한다.
② 편한 아버지 기태(조진웅)
어리버리함을 강조하기 위해 말을 더듬는다고 설정되어있고, 아들을 엄청 보살피며 아낀다.
화이는 '아빠' 라고 부르며 말을 놓고 장난을 친다.
③ 존경스러운 아버지 진성(장현성)
지적이면서도 아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이상적인 아버지상. (석태의 장점 + 기태의 장점)
화이는 '아버지' 라 부르고 존댓말을 쓰지만, 대하기 어려워하지는 않고 가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쳇, 안바쁘면서 ㅋ"
* 석태① VS 기태②
- 아버지들에 대한 극도의 분노로 그들을 죽일 생각을 하는 자동차 추격씬에서
화이는 기태를 보고 그의 만류를 듣는 순간 흔들리지만,
옆자리의 석태를 보고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기태에게 "아빠도 똑같애!" 라고 소리 지르다가도 이내 구하려 하지만...
* 석태① VS 진성③
- 이들은 화이의 미래를 놓고 대립한다.
석태는 자신들처럼 살인청부업자가 되길 원하지만, 진성은 자신들의 삶을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외국 유학을 준비시킨다.
- 화이가 진실을 알게 된후 가장 먼저 찾아가 물어본 아버지는 진성이었고 가장 먼저 해한 것도 진성이었다.
가장 존경했던 아버지이기에 가장 큰 배신감을 느꼈던게 아닐까..
영화는 총 쏘고 찌르고 죽이는 등 잔혹한 폭력이 난무하지만
나는 위 설명에서 이름들을 지운 후
우리네 평범한 아버지/아들 관계의 이모저모에 대한 상징으로
치환해보는 관점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 아들은 아버지에게 실망하고 대립하고 반항하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꾸짖고 미안해하고 끌어안는다.
이후의 영화는
핏줄(부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석태(김윤석)는 악(惡)이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인격의 형택(이경영), 선(善)에 대한 분노를
그의 아들을 빼앗아 자신의 핏줄로 만들고 자신을 닮도록 바꾸는
기괴한 방식으로 표출한다.
범수(김성균) "화이.. 처음부터 그럴려고 데려간거지?"
그리고 진실을 알게된 화이는 저항을 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아버지들이 살인청부업자 라는 사회악이기 때문에 저항을 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친부모와 그 기억 전부를 빼앗아간, 그 지점에 분노를 한다.
석태는 모든게 헝크러진 이후에도
'네가 나의 핏줄임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모든걸 용서 할수 있다'
는 부계에 대한 집착의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화이는 거부한다.
영화의 마지막 암살 장면은 두가지 상반된 의미,
후천적 핏줄을 버리지 못했다는 의미와
그 핏줄에 연계된 모든 것을 완전히 도려내겠다는 의미가
함께 읽혀져서 인상적이다.
괴물을 삼킨 아이 화이는
삼켜 안으로 받아들인걸까, 삼켜 없앤걸까?
낳아준 아버지와 키워준 아버지, 자식의 선천성과 후천성
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 곱씹어 볼수록 깊게 베어들어오는 영화.
이쯤에서 <스토커>를 다시 꺼내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