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영화입니다. 수많은 유명배우가 등장하고, 순제작비만 100억대인 대작이자 김성수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내부 시사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되면서 개봉이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개봉날짜를 잡고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었으나, 평단의 혹평세례를 들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개봉 8일전에 CJ가 '표면적으로' 영화의 배급에서 손을 떼버리면서, 영화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제 기대치도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고, '사상 최악의 망작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의외로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았네요.
'치사율 100%의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분당에 전파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담은 이 영화는 사실 문제점이 많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설정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속에 무의식적으로 박혀있는 차별적인 시선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불편한 느낌이 들었고, '치사율 100%' 설정은 일부 인물에게는 적용되고, 일부 인물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면서 보는 내내 의문이 들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와 같은 재난영화의 클리셰들도 너무 과도하게, 그리고 설득력없이 쓰이는 바람에 뻔하다는 느낌과 황당하다는 느낌을 동시에 전달해주고 있었고요. 전체적으로 사건간의 연결고리가 헐겁고, 종종 뜬끔없는 전개도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많은 캐릭터들입니다. 이 영화에서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만 10명 정도 되는데, '차인표'와 '장혁', 그리고 '유해진'이 맡은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매력은 커녕 불쾌감만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들로 가득 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동석'과 '이희준'이 맡은 두 캐릭터와 국회의원, 국무총리 캐릭터는 밑도 끝도 없이 악역 역할을 하고 있고, '수애'가 맡은 캐릭터도 따지고보면 거의 악역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죠. '박민하'가 맡은 '미르'라는 캐릭터도 너무 과한 측면이 있고요. 게다가 이런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이고, 심지어는 이런 행동들을 하는 데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어 보는 내내 짜증만 나게 만들고 있었죠.
또한 '장혁'과 '수애'의 캐릭터가 펼치는 러브라인도 실로 끔찍합니다. 대사부터 행동, 러브라인의 흐름까지 모든 부분이 너무도 촌스럽고 어색해서, 지금 보고있는게 2013년 블록버스터 영화의 러브라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는데요. 여기에 두 배우의 어정쩡한 연기까지 더해져서 근래 본 러브라인 중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초반부 두 사람이 만나고 연결되기 시작하는 부분에는 낡은 코미디까지 더해져서 영화의 매력을 다소 깎아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문제점 속에서도 영화적 재미는 살아있었는데요.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병인 '감기'를 공포의 대상으로 사용하고, 또 '분당'과 같은 실제 지명을 그대로 등장시킴으로써 현실적인 공포를 잘 끌어내고 있었으며, 혼돈에 빠진 도시와 사람들에 대한 묘사도 좋아서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쳐지는 부분없이 속도감있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영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그 덕분에 영화속에 많은 문제점이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잘 생각나지 않게 만들고 있기도 했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억지로 신파를 만들어내기 위한 슬로모션이나 눈물, 음악의 사용을 많이 자제해준 덕분에 이런 류의 영화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과도한 신파로 인해 발생하는 불쾌감'을 줄여주고 있었습니다.
'차인표'의 캐릭터와 연기도 영화의 큰 플러스 요인 중 하나입니다. '차인표'는 이 영화에서 국민들을 지키기위해 필사적인 '대통령' 캐릭터를 맡아 열연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그리고 모든 사람이 꿈꿔오던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는 멋진 대통령의 모습을 정말 잘 살려주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차인표'가 맡은 '대통령' 캐릭터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날 정도였죠. '유해진'도 본인이 가진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쓸만한 유머를 던지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장혁'이 맡은 구조요원 캐릭터는 '너무 오지랖이 넓다'며 혹평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나쁘지 않게 봤네요.
쓰다보니까 단점을 훨씬 더 많이 쓴 것 같은데(...), 물론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미를 최우선으로 삼는 상업영화로써의 역할은 어느정도 해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지난 2년동안 CJ를 심란하게 만들었던 두 작품, <7광구>와 <알투비>보다는 더 재밌게 봤던 영화였고요. 영화를 보고 나오니까, '감기'와 '기침'이라는 두 요소가 영화를 보기 전보다 눈에 거슬려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요즘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가 커서 감기에 걸리기 쉬운데, 모두들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딱히 쓸 말이 없어서 이러는거 '절대로' 아닙니다...ㅎㅎ;;)
+ 다만 CG는 좀...;;
++ 사진은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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