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필자 자신이 영화와 혼연일체가 되어 영화를 보았다는 것이...
그 영화 속 주인공 중 한명은 필자였었고, 거기서 보여준 에피소드는 어쩜 그렇게 필자의 가슴에 하나하나 와 닿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옅은 미소와 함께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남자들이라면, 누구나가 거쳐가야 할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일방적인 생체 검문소같은 경험이었기에 아마도 필자뿐만이 아니라, 필자와 비슷한 나이 또는 연배의 남성들은 여자 친구라도 데려와서 영화를 감상했을라 치면.. 아마도 몇 일 동안 얼굴 좀 못 들고 다녔으리라...
필자는 다행히 영화의 대한 얄팍하나마 영화사로부터 보도자료를 전해 들었던터라 영화를 볼땐, 철저히 여성분들을 배제한 채, 궁상맞게시리(?) 떼거지로 남자들만 한 줄을 메워서 봤다. 특히나 필자보다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다들 동갑내지 연배였기에 그 사람들과 필자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가끔, 다른 좌석의 여성들이랑 커플로 오신 남성분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음을 눈치로나마 감지할 따름이었을 뿐, 대체적으로 영화를 보는 데 있어 크게 지장 받지는 않았다.
작년이었던가.. 한국 영화계를 강타했던 영화 <친구>에서 알 듯 모를 듯한 단어 하나가 튀어나왔었고(‘빠XX’ 였다), 그 단어의 뜻에 대한 여성분들에게 수많은 질문과 답변 공세를 받아야했던 전적이 있던 터라,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민망한 단어들에 대해 고개를 숙인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왜 고개를 숙여야만 했을까.. 남성과 여성의 ‘성(性)관계’를 표시하는 속어라고 지금은 알고 있고,. 그 때만 해도 정말 그걸 해봤었다는 주위 사람들의 경험 아닌 경험담(?)에 입에 침이 마르고, 얼굴이 빨개진 적도 있지만, 머리에 피도 마르고, 주민등록증에 잉크가 마른지 몇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풀지 못할 숙제 하나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부도 그럭저럭, 노는 것도 그럭저럭, 싸움도 그럭저럭... 별다른 특징 없이 그냥 밥 먹고 학교만 다니는 중학생 ‘동현(노형욱 분)’을 비롯한 ‘석구(전재형 분)’, ‘상민(정대훈 분)’, ‘영재(안재홍 분)‘로 이루어진 4총사는 요즘 말 못할 고민에 빠져있다. 소변이 나오는 곳으로만 알았던 은밀한 그곳이 다른 용도로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를 맞추어 아리따운 여 교생 선생님 ’유리(김선아 분)‘이 실습을 나오게 되면서 그들의 환상은 현실로 옮겨지는 듯한다. 하지만 ’유리‘가 맘을 두고 있는 곳은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이었던 ’병철(이범수 분)‘뿐이었고, 그들의 삼각, 사각 눈치작전은 여타 영화들의 불가능한 작전들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오늘 아침, 출근하는 길..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신문 내용을 잠시 엿 보았었다. 그 내용인즉,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의약 처방과 성교육에 대한 무지함은 선진국 대열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꼬집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나라가 풀지 못한 숙제가 바로 이것이다. 늘 숨겨오고만 있는 그 성(性)에 대해, 인간의 호기심은 어김없이 발동하여 자칫 성범죄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요즈음 개방된 부모님들이라면, 불행 중 다행이랄까... 자기 자녀들에게 과감히 성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필자의 부모님 세대에서 20년 근간에는 감추기에 급급한 교육 덕목이었다. 몇 년전 TV에서 방영하던, ‘구성애의 아우성’이라는 프로가 세간에 화자가 되었던 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지만, 만약.. 그런 것들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어른들이 무관심해 했던 이 ‘성(性)’에 대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목표로 이런 영화가 나왔음을 반기지 않을 수 없다.
‘몽정’에 대한 뜻을 잠시 사전에서 살펴 본 바에 의하면, 의학상으로는 야간유정(遺精)이라고 한다. 이것은 성욕의 생리조절현상이며, 미혼일 경우 한 달에 2∼3회 정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가벼운 성적 자극으로 쾌감이 따르지 않거나 또는 발기되지 않고 사정하는 것은 주간유정 또는 각성유정(覺醒遺精)이라 하는데, 이것은 병적인 것이다. 이것은 후부요도(後部尿道) ·전립선(前立腺) ·직장(直腸) ·척수(脊髓) 등의 질환이나 과로에 따르는 경우도 있으나 지나친 자위(自慰) ·성적 신경쇠약 ·공포 등에 의한 경우가 많다.
너무 어려운 얘기들은 집어치우고, 간단히.. 여성들이 한달에 한번 걸리는 매직과 비슷한 생리 현상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하려나... 영화 속 주인공 4총사 동현, 석구, 상민, 영재가 펼치는 그 가슴 찔리(?)는 성교육 현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영화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이야기들이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교육 과목이 되면, 아마도 이런 영화는 제작하려는 시도조차 안할 것임을 우리는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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