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에서 당첨된 <전설의 주먹> 시사회 보고 와서 올리는 리뷰.^^
‘왕년에 주먹으로 날렸던 세 친구가 세월이 흘러 거액의 상금을 놓고 다시 맞붙는다’는
내용의 <전설의 주먹>은 ‘마초’와 ‘폭력’에 대한 강우석 감독의 끈질긴 천착을 그대로
보여준다. 단, 이전의 영화들과 달리 <전설의 주먹>에서는 학창시절 ‘간지’나고 멋있
어 보였던 주먹들 아래 힘없어 벌벌 떨었던 약자들의 비애와 분노를, 그리고 이러한
약자 위에 군림했던 강자들이 어른의 세계에 편입되면서 현실 앞에, 돈 앞에 무릎 꿇
는 역전을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전설의 주먹>은 더 이상 초라해지려야 초라해질 수도 없고 버리려야 버릴 자
존심도 없는, 힘 없고 백 없는 모든 40대 중년 남성들을 위한 위로다. “멋있는 건 20대
한테 맡기고 돈 앞에 미친 듯이 달려들어야” 하더라도, “닭장 안에서 죽기 살기로 싸
우”게 등 떠밀리더라도, 이제는 닳도록 꿇은 무릎과 너덜너덜해진 자존심밖에 남지 않
았더라도 아직 ‘한방’이 남아있다고, 당신들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이다.
비록 뻔하고 진부한 내러티브와 관습적인 갈등구조에도 적절히 캐스팅 된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영화는 힘을 잃지 않는다. <신세계>에서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 속에
잔혹함이 숨겨진 2인자 정청을 연기했던 황정민은 세파에 닳고 닳은 딸바보라는 정반
대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내고 윤제문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박두식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짧고 굵게 한 방 먹인다. <
세 친구>의 유쾌한 이미지나 <내 생에 마지막 스캔들>의 진중한 캐릭터와 또 다른 철
딱서니 없는 개망나니 재벌3세를 연기한 정웅인의 연기변신에 새삼 이 사람이 참 좋은
배우라는 것을 깨닫기도. 그러니까, 중견배우들이 영화를 힘차게 끌고 참신한 신예배
우들이 파이팅하며 밀어주는 앙상블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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